[미디어펜=이원우 기자]금융권이 불안한 시장여건에 대응하기 위해 보유 부동산 매각에 잇따라 열을 올리고 있다. 하나금융은 본점 매각 계획을 포함해 뉴스테이 사업 등 부동산 분야 진출에 속도를 올리는 중이며 신한은행, 우리은행도 유휴‧노후 부동산을 정리 중이다. '현금 확보'가 시급해진 은행권의 움직임은 미래의 불확실성과 관련있다.
최근 조선·철강업 구조조정으로 인한 대손충당금 쇼크를 받은 은행권은 보수적 여신으로 돌아서고 자본확충에 매달릴 수 밖에 없다. 언제까지 글로벌 경제의 불황이 이어질지 모르는 상황이라 허리띠만 졸라매기엔 부족한 실정이다. 그만큼 미래 불확실성에 대비해야 하는 때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그룹은 서울 을지로의 옛 외환은행 본점 건물을 처분할 예정이다. 작년 9월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통합해 KEB하나은행으로 거듭나면서 본점 건물이 2개인 셈이 됐기 때문이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인수 후보자들과 논의 중"이라며 "예상 매각가는 최소 1조원 이상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인수 후보로는 중국 안방보험이나 중동 국부펀드 등이 손꼽힌다.
이 건물은 35년 동안 외환은행 본점 역할을 수행한 역사적 건물이다. 은행 내에는 매각에 반대하는 여론도 없지 않았지만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이 '현금 확보'가 우선이라는 판단을 내린 만큼 매각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이 내려졌다.
금융권이 불안한 시장여건에 대응하기 위해 보유 부동산 매각에 잇따라 나서고 있다.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오른쪽) 과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왼쪽)이 지난 3월 11일 뉴스테이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하나금융그룹
김 회장은 최근 '현금 유동성 확보'를 공개석상에서 여러 차례 강조하고 있다. 여기에는 구조조정 등 경영상황 악화가 큰 몫을 했다. 대우조선해양 사례 하나만 보더라도 그렇다. KEB하나은행은 대우조선에 대한 여신건전성 분류를 지난달에야 '요주의'로 낮추면서 580억 원의 대손충당금을 추가 적립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한편 KEB하나은행은 2017년 6월 완공 목표로 재건축 중인 KEB하나은행 본점 건물도 매각할 예정이다. 다만 이 경우 '세일즈 앤 리스백' 방식을 활용해 매각 후 재임대차 계약을 맺어 본점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회계 장부상에서 본점 건물은 더 이상 '자산'이 아니지만, 그 대신 매각대금이 현금으로 들어와 유동성이 풍부해진다. 단 임대료는 지불해야 한다.
이밖에도 KEB하나은행은 국토교통부와 손을 잡고 하나-외환 통합으로 생겨난 중복점포 60여 곳을 대상으로 뉴스테이 사업을 추진 중이다. 올해 8개 지점, 2017년 11개 지점을 먼저 매각하고 향후 총 60개 지점을 팔아 3000호를 분양한다는 계획이다. 그 외 익산 합숙소와 마산 합숙소, 을지로 별관 사옥에 대한 매각 작업도 진행 중이다.
하나금융만 현금 유동성에 목이 마른 상황은 아니다. 신한은행은 약 9건의 유휴부동산을, 우리은행의 경우 노후화된 자가 건물을 포함해 3건 이상의 노후 부동산 정리를 현재 진행 중이다. 해당은행 한 관계자는 "은행이 부동산 사업에 치중한다는 이미지가 부담되는 면도 있지만 현금 확보를 위해 꾸준히 매각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금융권에서 그나마 현금이 풍부한 편인 은행권의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타 금융회사들도 발걸음이 분주해졌다. 삼성생명이 수송타워와 종로타워 2개 빌딩을 매각하고 32년간의 '태평로 시대'를 마감한다는 소식은 업계의 큰 화제였다.
삼성화재 또한 서울 합정동 사옥을 처분했고 역삼빌딩 매각을 추진 중이다. 서울 을지로 본사 사옥은 임대 또는 매각의 길로 접어들 전망이다. 교보생명의 경우에도 서울 사옥과 광주 중흥동 사옥을 포함해 전국에 흩어진 10여 개 이상의 사옥을 매각해 현금 확보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