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거주하는 30대 직장인 A씨는 요즘 '금융상품 한눈에'에 접속해 저축은행 예금상품을 비교하는 재미에 푹 빠졌다. 개미 투자자로서 뛰어드는 주식이나 펀드 투자의 경우 원금손실의 위험이 생각보다 높고 실제로 손실을 본 경우도 많았다. A씨가 선택한 새로운 재테크 전략은 '저축은행 예금'이다. 저축은행 예금의 경우 5000만원까지 원리금이 보호돼 안심하고 투자에 나설 수 있다.
제1금융권 은행들이 수익성 악화로 수신금리를 낮추고 있지만 저축은행들은 수신금리를 높이며 고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미디어펜
제1금융권 은행들이 수익성 악화로 수신금리를 낮추고 있지만 저축은행들은 수신금리를 높이며 고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시중은행에선 찾아보기 힘들어진 특판상품들도 활발하게 출시되고 있다. 자금 유치처를 찾지 못한 고객들 또한 저축은행들에 관심을 갖고 있다. 저축은행 업계는 내달 출시되는 '사잇돌 대출'로 호조세를 이어가고 싶은 눈치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저축은행들이 연 2%대 예금상품들을 속속 내놓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은 금융감독원이 운영하는 웹사이트 '금융상품 한눈에'를 훑어보면 한눈에 드러난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 역시 "최근 1년 정기예금 상품 평균 금리가 2.02%로 집계돼 반년 만에 2%대를 회복했다"고 말했다.
저축은행의 수신금리 상승은 업계 내부에선 '역주행'으로 간주되고 있다. 초저금리 시대가 장기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행이 지난 6월 기준금리까지 0.25%p 하락한 터라 저금리 흐름은 이미 '상식'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상황을 잘 알 수 있는 지표 중 하나는 시중은행의 '특판예금 실종'이다. 특히 리우올림픽이라는 커다란 이벤트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은행권의 특판예금 출시는 사실상 전무한 상태다. 이는 저금리로 예금상품 수익성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들이 낮은 금리에도 불구하고 은행예금 잔액으로 몰리고 있어 추가유치 인센티브도 적은 편이다.
저축은행들의 수신금리 상승은 바로 이와 같은 흐름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2%대 예금상품이 이미 실종된 은행권과 차별화하기 위해 2%대의 고금리 상품을 연이어 내놓은 것. 현재 저축은행들이 내놓은 연 2.00%~2.42% 수준의 예금상품은 흔히 볼 수 있다. 유니온저축은행, 스마트저축은행, 페퍼저축은행 등은 세후 기준으로 해도 연 2% 이상의 수익률을 보전할 수 있는 상품을 내놨다.
자연스럽게 고객 유입은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모바일 대출 '사이다'로 좋은 이미지를 만들어 가고 있는 SBI저축은행의 경우 지난 3월말 기준 총수신액 3조 9230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대비 5979억 원 증가한 수치다. 기발한 광고 판촉으로 소비자들에게 인상을 남기고 있는 OK저축은행 역시 같은 기간 1조 315억 원 늘어난 2조 3327억 원을 기록했다. 그 외 HK저축은행, JT친애저축은행, 웰컴저축은행 등의 수신잔액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모처럼 다가온 호조세에 저축은행들은 반가운 기색이다. 주요 저축은행 한 관계자는 "2011년 저축은행 사태로 금융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많이 잃었지만 업계 구조조정과 반복된 노력으로 인식이 많이 개선됐다"면서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서로 좋은 상품을 내기 위해 경쟁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졌다"고 자평했다.
저축은행 업계는 수신상품들이 보여주고 있는 '소비자 친화적' 모델을 내달 5일 출시되는 '사잇돌 대출2'로까지 이어가고 싶은 모양새다. 시중 은행들이 내놓은 중금리 대출상품인 '사잇돌 대출'은 이미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에 중금리 대출시장의 '안방마님'인 저축은행들 역시 사잇돌 대출2를 통해 소비자 인식을 개선하고 점유율을 높이겠다는 복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