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명 미디어그룹 '내일' 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가장 처음 우 수석 의혹을 제기하고 언론의 우병우 마녀사냥을 주도한 것은 조선일보였다. 송 주필은 그 조선일보사 편집 방향과 사설을 책임지는 자리에 있는 인물이다. 조선일보의 우 수석 처가 강남땅 의혹 보도 이후 다른 언론사들은 조선일보 보도를 인용하거나 그걸 바탕으로 별건의 다른 자잘한 추가 의혹들을 제기하면서 거의 모든 언론이 우 수석에 융단폭격을 가했다. 조선일보가 다른 언론매체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 조선일보사 주필이 심각한 부패 의혹을 사고 있다. 근엄한 도덕론으로 중무장한 조선일보를 믿었던 국민들이 이제 이 신문사의 도덕성이나 정의감을 의심하는 건 당연하다. 아닌 게 아니라 조선일보는 아무리 좋게 봐줘도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다. 신문과 인터넷 조선일보가 거의 매일같이 우 수석 때리기에 몰두했고 종편 TV조선도 마찬가지였다.
시사평론가라는 사람들은 TV조선 온갖 시사프로그램과 뉴스에 등장해 다짜고짜 공격하고 막무가내로 사퇴를 주장했다. TV조선 구미에 잘 맞춰진 고정패널들은 별 근거도 없이 말을 막 던지면서 손쉽게 우병우를 부패한 비리 공직자의 상징처럼 만들어 버렸다.
또 단지 우 수석을 내보내지 않는다는 것 때문에 현 정권을 심각한 불통 정권 부도덕한 정권으로 몰아붙였다. 정권에 무슨 다른 비리나 문제들이 많다는 근거나 대고 비판했다면 또 모르겠다. 우 수석 단 한 사람을 현 정권과 등치시켜 극단적으로 비약하는 건 과연 상식적인가.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이 29일 오전 국회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대우조선해양이 지난 2011년 9월 임대한 초호화 전세기를 이용한 유력 언론인은 "조선일보 송희영 주필"이라고 밝히고 있다. 김 의원은 이와 함께 송 주필의 부인과 당시 산업은행장의 부인이 대우조선에서 제작해 독일 선주에 납품한 선박의 명명식에 참석한 관련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연합뉴스
사익 위해 자사 매체 프로그램 총동원한 조선일보
TV조선이 자랑하는 프로그램 '강적들'이 우 수석 문제를 다룬 최근의 방송은 그 중에서도 단연 압권이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음흉한 사익 방송의 최절정이었다. 시사프로그램의 방향성을 인정하더라도 이날 방송은 최소한의 공정성도 내다버린 편파방송의 극치였다. 우병우 의혹과 이석수 특별감찰관의 언론사 내통 의혹이 발각된 MBC 보도가 주제였는데, 방송은 조선일보를 대변한 기획물이나 다름이 없었다.
언론사가 특별감찰관의 위법 정황이 담긴 내용물을 취득했다면 그건 당연히 보도감이다. 어떻게 얻은 것인가 하는 문제는 보도한 언론사가 책임질 문제지 국민이 그것까지 반드시 알아야 하는 건 아니다. 조선일보가 우 수석 처가 부동산 매매 정보를 어떻게 알았는지 필자 같은 일부가 궁금해 해도 대다수 국민들은 '그래서 우병우에 비리가 있다는 거야 없다는 거야' 이 문제에만 관심이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어찌됐든 조선일보가 국민 알권리 명분으로 우병우 의혹을 보도한 것처럼 MBC가 특별감찰관 의혹을 입수해 보도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또 기자라면 판단에 따라 얼마든지 특종감으로 삼을 수 있다. 그런데 8월 24일 방송에서 '강적들' 박종진 김갑수 함익병 이준석 등 패널들은 하나같이 불법사찰 의혹제기에 초점을 맞추면서 MBC가 문제라는 식으로 떠들었다.
특별감찰관을 싸고돌면서 마치 청와대가 MBC에 정보를 흘려준 것이 아니냐는 식으로 은근한 음모론까지 흘렸다. MBC는 실명을 까면서 세상이 다 아는 조선일보는 특정언론, 대형언론이라며 감춰주는 부분에선 유치한 삼류코미디가 따로 없었다. 진행자는 자신이 기자 생활 20년 경력으로 볼 때 MBC보도는 기삿거리가 안 된다는 둥, 특별감찰관이 흘렸다는 내용은 누구나 다 아는 내용이라는 둥 정말이지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로 조선일보를 노골적으로 엄호했다. 다른 패널들은 말할 것도 없었다.
조선일보에 대한민국 전체가 놀아난 꼴
방송 내내 조선일보 입장만 강변한 '강적들'은 마지막에 "언론과 국민은 끝까지 우병우 사건을 계속 찔러야 한다"는 진행자 말로 마무리 한다. 도대체 국민 알기를 개돼지 수준으로 알지 않고서야 끝까지 이런 선동으로 끝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필자가 TV조선 강적들 사례를 든 이유는 다른 게 아니다.
조선일보가 지면과 인터넷 매체 자회사 방송사까지 총동원해 청와대와 우 수석을 매도한데 그 중심에 조선일보 송희영 주필 의혹이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의심 때문이다. 송 주필이 대우조선해양이 빌린 초호화 전세기에 박수환씨와 함께 탑승했다는 의혹은 이미 만 천하에 사실로 드러났다.
또 김진태 의원의 초호화 요트 등 추가 폭로도 있었다. 의혹의 당사자는 별 다른 해명도 못하고 있다. 송 주필은 "기회가 주어지는 대로 사실이 밝혀질 것"이란 설득력 없는 해명 몇 자락 내놓곤 주필직을 사임했을 뿐이고, 조선일보는 아직까지 공식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다.
우병우 죽이기에 앞장섰던 조선일보가 자사 주필 의혹에 입을 다물고 있다는 것은 뭘 의미하는가. 국민과 독자들은 조선일보가 비리 의혹을 사는 고위 간부 한명 감싸자고 그동안 자사 매체들을 총동원해 민정수석을 공격해온 것이라고 이해하면 되나.
아무리 사기업이라지만 조선일보는 엄연히 사회의 공기(公器)다. 이번 사태가 심각한 것은 애초 이 사단이 조선일보가 사특한 목적과 이익을 추구하다 벌어진 일이라고 밖에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단적으로 말해 대한민국 전체가 특정 언론사 의도에 놀아난 꼴 밖에 안 되는 것이다.
일이 이 지경까지 왔는데 조선일보가 자사 주필 의혹에 대해 침묵하고만 있다는 것은 국민과 독자를 우롱하는 처사다. 이번 사태에 대해 책임 있는 입장을 밝혀야 한다. 그동안 사익을 위해 자사 매체들을 악용해왔다는 국민들의 의심과 오해도 풀어줘야만 한다. 조선일보의 우병우 죽이기가 대한민국 언론사 타락사례가 아니라 언론개혁의 시발점이 된 계기로 기억되길 바란다. /박한명 미디어그룹 '내일' 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