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대 명절 추석연휴를 앞두고 있지만 금융노조는 '9‧23 총파업' 움직임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측과의 신경전도 점차 거세지고 있다. 한편 '총파업'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 파업 감행으로 노조가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노조는 '9‧23 총파업 대고객 안내문'을 전 지부에 배포했다. 안내문의 내용은 오는 23일 총파업으로 은행과 금융기관들의 정상적인 업무가 불가하므로 양해를 구한다는 골자다.
민족 대 명절 추석연휴를 앞두고 있지만 금융노조는 '9‧23 총파업' 움직임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측과의 신경전도 점차 거세지고 있다. 한편 '총파업'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 파업 감행으로 노조가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노조
총파업이 열흘 정도밖에 남지 않은데다 중간에는 5일간의 연휴도 끼어 있다. 결국 연휴가 지나면 은행권이 '파업 모드'에 돌입한다는 의미다. 지난 2000년 여름의 경우 금융노조 총파업 직전에는 고객들이 예금을 미리 인출하려는 '뱅크런'이 발생해 큰 불편을 유발하기도 했다.
16년이 지난 현 시점에는 아직까지 그 정도의 긴장감은 보이지 않는다. 다만 성과연봉제 도입을 둘러싼 금융노조와 사측 간의 공방은 여전히 격렬하다.
금융노조는 연휴 전 마지막 근무일인 이날 오전에도 보도자료를 배포해 "산림조합중앙회지부가 노조 게시판에 올린 총파업 홍보물 등 사측이 일방적으로 삭제됐다"면서 "9‧23 총파업에 대한 사측의 방해시도가 처음으로 적발된 것"이라고 밝혔다. 산림조합중앙회 사측은 "사용자의 시설관리권을 침해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삭제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계획대로라면 오는 23일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는 금융노조 총파업이 강행된다. 사용자 측의 성과연봉제 도입 움직임을 저지하기 위한다는 목표 아래 금융노조 전체 조합원 10만 명 중 휴직자를 제외한 8만5000~9만 명을 운집시킨다는 게 노조 측의 목표다. 노조 측 관계자는 "이후 교섭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연말까지 2차‧3차 총파업이 이어질 것"이라고 단언했다.
문제는 총파업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아직까지 크지 않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복합적인 이유가 있다. 우선 은행산업에서 은행원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과거보다 현저히 낮아졌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미 청년층 고객들은 비대면‧모바일 서비스에 거의 완벽하게 적응한 상태다. 각 은행들 또한 이동식점포와 무인점포를 앞 다퉈 내놓고 있다. 노년층 고객들의 불편이 우려되는 수준이지만 '전 국민적인 혼란'을 예상할 정도는 아니다. 결국 금융노조의 파업이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나고 말 수도 있다는 짐작이 나오는 이유다.
성과연봉제에 대한 국민들의 여론이 오히려 노조 측에 불리하게 형성돼 있다는 점도 파업의 성공을 긍정적으로 보기 힘든 또 다른 이유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근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성인 남녀 700명을 대상으로 '노동조합 관련 국민인식' 설문조사를 펼친 결과 응답자의 59.2%가 성과연봉제 도입 반대를 위한 공공기관 노조의 파업에 '지지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금융노조에 대한 설문조사는 아니지만 성과연봉제 확산에 대해 국민들이 오히려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음을 유추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에 따라 금융노조를 비롯한 각 노조가 성과연봉제 저지를 위한 총파업에 돌입할 경우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성과연봉제 도입에는 반대하지만 총파업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라고 밝힌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자칫 이번 총파업이 금융노조를 이기주의적인 집단으로 보이게 할까봐 두렵다"면서 "국민들이 큰 불편을 겪지 않는다면 좋은 일이지만 은행원들의 역할이 그만큼 줄었다는 현실을 노출하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미디어펜=이원우 기자]
[미디어펜=이원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