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오는 23일로 예정된 총파업에 대해 금융당국이 '철회'를 요청하자 노조가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정부와 사측의 요구는 불법이라는 주장이다. 파업에 동참한 조합원들이 받게 될 불이익에 대해서는 노조가 직접 보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21일 오후 금융노조(위원장 김문호)은 '정부와 사측의 불법행위에 대해서 엄정 대처할 것'이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배포했다. 김문호 위원장 명의로 작성된 이 성명서는 임종룡 금융위원장과 시중 주요 은행장들이 이날 오전 총파업에 대비하기 위해 개최한 대책회의 직후 작성됐다.
오는 23일로 예정된 총파업에 대해 금융당국이 '철회'를 요청하자 노조가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사진은 9‧23 총파업을 3일 앞둔 지난 20일 오전 금융노조가 서울 다동 투쟁상황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총력투쟁' 구호를 외치는 모습. /미디어펜
성명서는 임종룡 금융위원장의 발언을 직접 인용하며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임 위원장이 "금융노조 파업사태를 막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달라"고 발언한 것에 대해 금융노조 측은 "사태가 이 지경이 되도록 아무 노력도 하지 않은 금융위원장이 이제 와서 파업 방해 부당노동행위 발언을 서슴지 않는 것을 강력히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경한 입장을 표명했다.
또한 성명서는 "불법적인 탄압을 일삼으면 노동자의 마지막 무기인 총파업투쟁에 돌입할 수밖에 없다고 올해 초부터 경고했다"면서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성과연봉제 도입을 압박하기만 했을 뿐 막상 당사자인 노동자들과는 단 한 번의 대화 시도도 없었고 어떤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다"고 비난을 이어갔다.
마지막으로 성명서는 "파업 방해 등 부당노동행위를 저지른다면 반드시 민형사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는 내용으로 마무리 됐다.
이날 오전 공방을 주고 받은 금융당국과 노조 측은 공통적으로 '소통 부재'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노조 측이 임 위원장에 대해 "노동자들과 단 한 번의 대화 시도도 없었다"고 주장하는 한편 임 위원장 역시 이날 오전 대책회의 모두발언에서 "금융노조가 논의 자체를 거부하고 파업이라는 극단적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성과연봉제에 대한 논의의 장으로 복귀하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양측 모두가 소통의 부재를 지적하는 것은 각자 원하는 논의의 방식이 다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금융회사별로 사측이 개별적으로 노조와 접촉할 것을 원하는 한편, 금융노조는 산별노조 단위에서 통합적인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중앙교섭을 원하고 있다.
양측의 갈등은 지난 3월 7개 금융공공기관이 금융산업 사용자협의회에서 탈퇴하면서 정점에 달했다. 노조 측은 사용자들의 공동 행동 뒤에 '정부'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은행권 전체가 동참하는 9‧23 총파업 논의가 급진전된 것도 이 이후부터다.
21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개최된 '금융노조 파업 관련 은행권 상황 점검 회의'에서 임종룡 금융위원장(사진 가운데)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는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오른쪽)을 비롯한 금융당국 관계자와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왼쪽)을 비롯한 시중 주요 은행장들이 참석해 대책을 논의했다. /미디어펜
금융노조는 오는 23일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실시되는 총파업 집회에 약 10만 명가량의 조합원들이 운집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 20일 파업 전 마지막 기자회견을 개최한 자리에서 김문호 위원장은 "23일 은행 영업현장에서 불가피하게 큰 불편이 초래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금융당국은 '무노동‧무임금 원칙'이라는 논리로 맞대응하고 있다. 파업에 참여하더라도 연수나 출장 등으로 처리해 임금을 지급하는 경우가 많았던 관행에도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하며 "편법적인 무노동‧무임금 원칙 위반사례에는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연차나 호봉, 직급별로 세부적인 차이는 있지만 시중은행 직원이 총파업에 참여할 경우 적게는 약 10만원 수준에서 많게는 약 30만원 수준까지 봉급을 받지 못하게 된다. 이에 대해 금융노조 측은 그동안 모아 놓은 기금으로 이를 보전해준다는 계획을 천명했다.
시중은행 노조 한 관계자는 "당국이 무노동‧무임금 원칙을 언급하는 건 노골적인 파업 방해"라면서 "(파업 방해는) 명백한 부당노동행위인 만큼 당국은 민‧형사상 책임을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과연봉제 도입을 둘러싼 이번 갈등은 정부 당국과 금융노조가 각자 서로 '법적대응'을 거론하며 골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