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정우 기자]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의 기업 인수합병(M&A) 공세가 거세졌다. 패션기업 한섬을 인수한 것이 적절했다는 평가를 받는 가운데 SK네트웍스 패션부문과 동양매직 인수까지 팔을 걷고 나서 사업 확장 의지를 강하게 내비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달 동양매직 예비입찰에 참여했으며 이달 27일 본입찰에 뛰어들었다. 예비입찰 당시 CJ오쇼핑, SK네트웍스, 현대백화점그룹, 유니드, AJ네트웍스, CVC캐피털, 스틱인베스트먼트 등 7개 이상의 기업과 사모펀드가 인수 의향을 밝혔으며 매각 대상은 동양매직 지분 100%, 예상 매각가는 6000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계열사 현대홈쇼핑과 인수전에 뛰어든 현대백화점그룹은 이번 입찰에서 CJ오쇼핑, SK네트웍스와 함께 유력한 인수 후보로 꼽힌다. 백화점, 아울렛, 홈쇼핑을 아우르는 유통 플랫폼 경쟁력과 가전기기 렌탈 사업을 담당하는 현대렌탈케어와의 시너지 효과 등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경쟁자인 CJ도 CJ오쇼핑을 앞세워 이재현 회장 사면 이후 첫 인수전을 치르는 만큼 만만찮은 공세를 펼칠 것으로 예상되며, SK네트웍스도 지난해 KT렌탈 인수전에 뛰어드는 등 자동차 외에 가전 렌탈까지 사업을 확장하려는 의지가 강하다.
현대백화점을 비롯한 이들 대기업에 동양매직 인수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사업 연관성 뿐 아니라 인지도가 높고 성장이 기대되는 기업이기 때문이다. 동양매직은 코웨이, 청호나이스에 이은 업계 3위 기업으로 지난해 매출 3903억 원, 영업이익 383억 원을 기록했다.
현대백화점은 동양매직 외에도 ‘캘빈클라인’ ‘타미힐피거’, ‘DKNY’, ‘클럽모나코’ 등 수입 브랜드와 ‘오브제’, ‘오즈세컨’, ‘세컨플로어’ 등 국내 브랜드 등 총 12개 패션 브랜드를 보유한 SK네트웍스의 패션부문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5800억 원을 기록한 SK네트웍스 패션 부문을 인수할 경우 현대백화점은 패션 부문 매출 1조원을 넘겨 업계 3위까지 올라설 수 있을 전망이다. 현대 국내 패션 업계는 삼성물산과 LF가 1, 2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신세계인터내셔날이 3위로 뒤를 잇는다.
현대백화점의 패션사업 강화는 이미 2012년 한섬 인수에서부터 시작됐다. 계열사 편입 이후 2011년 942억 원에 달하던 영업이익이 2012년 698억 원, 2013년 560억 원, 2014년 518억 원까지 떨어지며 잘못된 인수 결정이라는 평가도 받았지만 지난해 영업이익 672억 원을 기록하며 반등에 성공했다. 한섬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329억 원이다.
여기에 지난 19일 한섬은 중국 항저우지항실업유한공사와 ‘시스템’, ‘시스템 옴므’에 대한 독점 유통계약을 체결하는 성과도 이뤘다. 계약 금액은 836억 원으로 지난해 매출액의 13.6%에 해당하는 규모다. 최근에는 한섬 인수가 정지선 회장의 ‘신의 한수’라는 평가까지 받고 있다.
이처럼 상승세를 탄 한섬에 SK네트웍스의 패션부문 인수까지 완료될 경우 패션업계에서 현대백화점의 입김은 꽤나 강해질 전망이다. 유통 플랫폼을 통한 패션 수익성 극대화와 패션 브랜드 확보를 통한 유통 경쟁력 강화를 동시에 꾀하는 것도 가능하다.
동양매직 인수로 가전 렌탈을 강화하는 것도 유통 플랫폼과의 시너지라는 측면에서 비슷한 맥락이다.
이처럼 정지선 회장이 공격적인 사업 강화 행보를 보이는 것은 현대백화점그룹이 성장기에 있다는 것을 대변한다. 하지만 굵직한 인수합병 두 건을 동시에 추진하는 만큼 자금 압박도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정지선 회장이 보여줄 전략적 의사결정에도 눈길이 쏠린다.
[미디어펜=김정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