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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 총파업, 시장경제 역행 지입제가 문제다

2016-10-13 10:20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지입제도 수급조절제도 모두 한국에만 있는 기형적 제도로, 정상적인 시장 작동을 어렵게 한다. 오늘날 운송업계가 겪고 있는 고질적 병폐는 정부가 각종 명분으로 부여하는 독과점 영업권에 있다./사진=연합뉴스


화물연대의 총파업이 내일로 4일차에 접어든다. 최근 철도노조의 파업 여파로 운임이 높아지면서 파업 참가율은 저조하지만, 일부 파업 참가자들이 비참가 차량에 위협을 가하는 등 불법 행위가 계속되고 있는 것은 우려스러운 일이다.

정부와 일부 보수언론들은 이처럼 낮은 참가율과 불법 행위를 근거로 이번 총파업을 '명분없는 파업'으로 규정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우리나라의 대표 기업들마저 위기를 겪고 있는 판국에 "왠 파업이냐"는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파업은 여느 대기업 귀족노조의 이기적, 비윤리적 파업과는 분명 그 성격이 다르다. 가장 큰 요구사항인 '지입제 폐지'는 이들에겐 생존권이 달린 문제다. 지입제는 차주(車主)가 자기 돈으로 구입한 개인 차량을 운송 업체에 등록한 뒤, 해당 회사의 번호판을 받아 영업하는 제도다. 과거엔 일정 대수 이상의 차량을 보유해야 운송업을 영위할 수 있었는데, 이를 소자본만으로도 할 수 있도록 60년대에 정부가 정책적으로 장려했다.

하지만 이 제도는 운송업체들이 영업용 번호판을 과점하고, 과도한 수수료와 부대비용 전가 등으로 차주를 착취하는 문제를 야기했다. 차주들은 영업용 번호판이 없으면 영업을 할 수 없기에, 빚까지 들여 개인 차량을 마련하고도 운송 업체의 갑질에 시달리게 된 것이다.

차량만 있으면 누구나 운송업에 나설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된 게 12년 전이지만, 번호판을 가진 기존의 운송업체들이 화주(貨主)와의 거래계약을 과점하고 있는 탓에 현실적으론 쉽지 않다.

화물연대가 '수급조절제 폐지'에 반대하고 있는 것 역시 지입제와 관련이 있다. 수급조절제는 정부가 영업용 번호판의 발급 숫자를 조절하는 제도로, 공급과잉을 막는다는 명분 하에 지난 2004년 도입됐다.

정부는 지난달 1.5t 소형 화물차와 택배용 화물차에 한해 수급조절제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화물연대의 경우 대형 화물차주가 조합원의 대다수지만, 이러한 폐지 정책이 대형차에까지 확대 적용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지입제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수급조절제가 폐지되면, 차주들의 협상력은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경쟁자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번 화물연대 총파업은 여느 대기업 귀족노조의 이기적, 비윤리적 파업과는 분명 그 성격이 다르다. 가장 큰 요구사항인 '지입제 폐지'는 이들에겐 생존권이 달린 문제다./사진=연합뉴스



해답은 지입제와 수급조절제를 동시에 폐지하는 데에 있다. 부당한 진입장벽으로 과점이윤을 누린 지입업체의 번호판을 강제 매각 조치하고, 수급조절제를 폐지해 일정한 자격요건을 갖췄다면 누구에게나 번호판을 줘야 한다.

이렇게 되면 지입업체의 상당수는 화주-차주 간 화물중개업체로 바뀔 것이고, 시장은 공정한 경쟁 원리에 입각해 작동할 것이다. 물론 기존의 차주들은 지입제 폐지를 달갑게 여기면서도 수급조절제 폐지엔 반발하겠지만, 지입제만 폐지하는 것은 기존 차주가 또 다른 부당 이익을 누리게 해줄 뿐이다.

지입제도 수급조절제도 모두 한국에만 있는 기형적 제도로, 정상적인 시장 작동을 어렵게 한다. 오늘날 운송업계가 겪고 있는 고질적 병폐는 정부가 각종 명분으로 부여하는 독과점 영업권이 왜 부도덕적일 수밖에 없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박진우 리버럴이코노미스트 편집인

[박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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