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일명 ‘최순실 파문’은 대통령의 비선실세가 국정을 논단했다는 의혹으로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5일 대국민 사과로 밝혔듯이 단순히 일부 연설문의 표현을 다듬는 정도를 부탁한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대통령이 공식 참모가 아닌 외부에 있는 지인과 모든 국가정책을 논의하고 결정한 것이라면 큰 문제가 된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이번 사태를 정확히 파헤쳐서 국정을 바로잡으려는 노력보다 임기 말 대통령의 레임덕을 확실하게 굳히려는 정치공세에 있다.
야당과 일부 언론이 주장하는 것처럼 최 씨가 대북정책부터 사드 구입과 개성공단 폐쇄 결정까지 국정 전반에 개입했다면 이는 보통 문제가 아닌데도 정확한 사실 파악 이전에 부풀려진 의혹이 걷잡을 수 없이 쏟아지고 있다.
사실 참모들도 그 존재를 다 알지 못했던 최 씨가 박 대통령의 정책 결정에 어느 정도로 깊숙이 개입했는지를 아직은 알 수가 없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은 유엔 등 국제사회와 공조해 진행해온 것이며, 주한미군 사드 도입은 북한 미사일의 위협이 현실화된 상황에서 최소한의 강구책이었다.
무엇보다 역사적으로 평가해야 할 박근혜 정부의 정책을 한순간 쓰레기통에 구겨넣듯 비판하는 야당의 공세는 국민의 자존감을 무너뜨린다.
특히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최순실 대통령에 박근혜 부통령”이라고 했고,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바지대통령” “낮의 대통령 박근혜, 밤의 대통령 최순실”이라고 했다.
공당 대표들이 현직 대통령과 관련된 파문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정말 찌라시 정도 수준의 말을 공식 회의석상에서 내뱉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연설문 유출 논란과 관련해 25일 직접 대국민 사과로 입장을 밝혔다./청와대
26일 이번 의혹을 단독 보도한 JTBC가 ‘2014년 세월호 침몰 당시 박 대통령의 7시간 비밀행적은 바로 최태민 목사 사망20주기 기념 굿판을 벌였던 것’을 보도할 것이라는 허위 내용으로 정계·재계·언론계에 퍼졌던 잘못된 찌라시와 다를 바 없어보인다.
차기 대권주자인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는 아예 “국정붕괴, 국가비상상태, 대한민국의 위기”라며 “박 대통령은 탈당하고 거국중립내각을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들은 문 전 대표가 정말 국정붕괴를 우려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노림수로 읽을 뿐이다.
최씨를 비롯한 강남 아줌마들의 친목모임을 ‘비선모임’으로 의심하고 이 모임에서 개성공단 폐쇄 등과 같은 국가의 중요한 정책이 결정된 것처럼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데도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26일 “비밀모임인 팔선녀를 이용해 막후에서 국정 개입을...”라는 말을 서슴치 않고 있다.
공당의 전현직 대표들이 여론을 호도하는 악의적인 정치공세를 멈추지 않고 있는 것처럼 언론도 한없이 자극적이다. 제목에 포함된 어휘 사용은 국민을 우롱하는 듯하고, 신상털기 수준밖에 안되는 취재내용은 창피할 정도이다.
27일 조간들 중에는 ‘최순실 사전지시 안종범 사후점건...기업 돈뜯기 공모’라는 제목으로 정부가 마치 기업을 갈취한 것 같은 뉘앙스를 주는 기사를 실었다. 또 한 언론은 최 씨가 이용해온 강남의 여성 전용 목욕탕의 세신사를 취재해 과거 최씨의 일거수 일투족을 세세히 보도했다.
지금 검찰에서 미르·K스포츠 재단을 수사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박 대통령이 밝힌 내용은 “기업들의 지원을 독려”한 사실이 있고, “문화가 갖고 있는 경제적 가치가 높으므로 대한민국의 브랜드가치를 높이면 기업의 세계시장 진출에도 도움이 되기 위한 것”이었다.
여야 합의로 특검도 도입될 예정이니 최순실 씨의 국정 개입의 정도나 미르·K스포츠 재단을 통한 불법 행위들은 차차 드러날 것이다.
그러니 이번 박 대통령을 둘러싼 의혹을 이용해 정치공세를 하면서 평소 ‘미운 놈’까지 엮으려는 시도는 그만 멈춰야 한다. 이런 수준 낮은 정치공세와 언론보도를 접할수록 지금까지 불거진 각종 의혹들을 더욱 신뢰할 수 없게 되는 것은 물론 국정혼란은 더해져서 정당한 수사결과를 이끌어내지 못하는 사태까지 불러올 것이다.
여야 할 것 없이 최순실 의혹은 규명하되 산더미 같이 쌓여있는 국정 현안을 소홀히해선 안된다. 최근에도 경제 전문가들은 한국개발연구원 세미나에서 “최순실 씨 사태에 따른 국정공백이 현실화할 때 머지 않아 남미 같은 ‘위기반복형 경제구조’의 덫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역대 정권이 친인척 비리로 끝이 좋지 않았던 것처럼 박 대통령은 비선실세로 불리는 측근과 관련된 의혹으로 결국 위기를 맞았다. 사회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이야말로 청렴과 정직이 생명인데 그래서 더욱 실망이 크다’고 한다. 물론 그런 의견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국민이 뽑은 박 대통령의 정책을 평가할 수는 있고, 또 비리행위가 있었다면 적발해야 하는 것이 마땅하지만 인생사를 통틀어 프라이버시를 들추어내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고 본다. 성 스캔들을 일으킨 다른 나라 대통령들의 예를 든다고 해서 그 행위가 잘된 것이라는 주장은 아니지만 그런 예를 보더라도 대통령이라도 사생활이 있기 때문이다.
이제 최순실 파문은 불거졌고 검찰이든 특검이든 사실은 낱낱이 규명되어야 한다. 하지만 야당 인사들은 책임 있고, 현실 타당한 발언만 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 이번 사태에 임하는 정치인들이 남긴 말은 다음 대통령선거에서 국민의 평가를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늘상 위기를 겪고도 교훈을 얻지 못하는 대안없는 비판에 국민들은 더 이상 속지 않을 것이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