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민영화 '7부 능선'을 넘은 우리은행 이광구 행장이 '금융지주사' 복귀 의사를 밝힘에 따라 금융권 지각변동이 예고된다. 3대 금융지주사가 분할하고 있는 금융권 지형도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과점주주 대다수가 국내 영업자들이라 이해관계 조정이 쉽지 않아 보이는 만큼 리더십 확보가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 이광구 행장이 '금융지주사 전환'을 선언했다. 이 행장은 지난 14일 우리은행 사내방송을 통해 "2017년 금융지주체계를 재구축해 대한민국 1등 종합금융그룹으로서의 위상을 세우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우리은행이 다시금 '우리금융지주' 체제로 돌아갈 수 있을지에 대해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은행의 '금융지주' 복귀는 민영화와 함께 이미 업계에서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던 시나리오다. 금융지주사 형태가 우리은행 본연의 모습에 더욱 가깝기도 하다. 민영화 가능성을 높인다는 명분 때문에 우리금융지주를 흡수합병 시키기 전까지는 우리은행도 우리금융지주의 자회사 형태로 움직여 왔기 때문이다.
당시 우리투자증권, 우리아비바생명 등의 우리금융 자회사들이 농협금융지주에 패키지 매각됐다. 현재는 우리카드, 우리종합금융 정도만 우리은행 자회사로 남은 상태다. 영업 측면은 물론 대외적 존재감에서도 우리은행의 비중이 압도적이다.
만약 우리은행이 민영화 성공을 기점으로 지주 전환에 성공한다면 신한‧KB‧하나금융으로 3분할된 금융지주사 구도가 '빅4'로 재편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이를 위해서 우리은행은 증권, 보험사 등 비은행 금융사를 다시 인수해야 한다. 현재 시장 안팎에서는 우리은행이 하이투자증권과 KDB생명, ING생명 등을 인수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변수는 과점주주들의 판단이 어떻게 나느냐다. 민영화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지분을 분할매각함으로써 민영화의 7부 능선을 넘었지만, 그 때문에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이해관계자의 숫자도 크게 늘었다. 이들의 의견이 상충된다면 우리금융 출범에는 브레이크가 걸릴 수밖에 없다.
당장 구도만 놓고 봤을 때 이해관계 조정이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이번에 과점주주로 참여한 7개사 중에서 동양생명, 키움증권, 한국투자증권, 한화생명, IMM PE 등은 새 사외이사를 선임할 권리를 얻게 된다. 문제는 이들이 전부 국내 금융사들이다 보니 우리금융 출범이 자사에 가져올 여파를 우선적으로 생각할 것이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우리은행이 보험사를 인수하며 몸집을 불리려 할 때 동양생명과 한화생명의 입장은 미묘해질 수 있다. 마찬가지로 키움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우리은행이 증권사를 인수하려 할 때 반대표를 던지며 견제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민영화 성공이 가시화된 지금으로써는 성공의 비결이었던 과점주주 매각이 가져올 부작용은 없는지 고려해야 한다"며 "자칫 우리은행이 금융계 군웅할거(群雄割據)의 축소판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 지분 54%를 보유한 상태에서 우리은행을 통한 오프라인 존재감 확대를 꾀하고 있다. 키움증권 역시 우리은행을 통한 영업유통망 활용을, 한화생명은 방카슈랑스 판매를 기대하고 있다.
결국 이광구 행장이 야심차게 천명한 우리금융지주 출범을 위해서는 이들 과점주주의 '동상이몽'을 적절하게 관리하고 조정할 리더십이 절실해질 전망이다. 금융권 한 고위관계자는 "이광구 행장이 (지주 전환) 얘기를 너무 빨리 꺼낸 감은 있다"면서도 "이해관계자가 많아지는 것은 우리은행의 필연적 수순인 만큼 강력한 리더십 구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