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새 정부 출범에 따른 FTA 재협상 가능성과 내수 부진 등 대내외 불확실성 증대에 따라, 내년에도 우리나라 경제는 저성장을 지속하고 주력산업 회복세도 불투명할 것으로 보인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개최한 '2017년 경제·산업 전망 세미나'에 따르면 내년 우리 경제는 소득 증가 부진, 가계부채 위험, 건설경기 둔화 등 내수 부진으로 3년 연속 2%대 저성장을 기록할 전망이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강인수 현대경제연구원 원장이 내년 대내외 경제 전망을 발표하고 산업별 애널리스트가 6개 주력산업 동향과 전망을 소개했다.
강 원장은 내수 추가 침체를 막기 위해 단기적인 경기 부양과 잠재성장률 제고, 경제 체질 강화를 병행하고 소득 계층과 자산 규모를 고려한 가계부채의 질적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다만 내년도 대외여건은 올해보다 나아져서 수출은 미약하게나마 개선될 것으로 봤다.
국가별로 보면 미국은 소비 중심의 성장세가 유지되는 가운데 기준금리가 완만하게 인상될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은 기업 부채와 과잉 공급 축소 등으로 경기가 둔화하지만 경착륙보다는 L자형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유로존과 일본은 각각 브렉시트 협상과 아베노믹스 한계로 경기 회복세가 제약될 것으로 전망했다.
산업별 전문가들은 내년 국내 주력산업 회복세가 여전히 더디게 나타나면서 3강(전자·철강·건설) 3약(자동차·조선·석유화학) 양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전자는 스마트폰 시장이 성숙기에 진입하면서 기존 스마트폰 중심의 성장전략은 한계에 도달했지만, 듀얼카메라와 플렉시블 올레드 중심의 하드웨어 시장은 수요 증가가 가능한 것으로 분석됐다.
또 GM 볼트와 테슬라 모델3 등 2세대 전기차 사이클 시작에 따른 배터리와 전기차 부품 수혜도 기대해볼 만하다고 진단했다.
철강은 자동차, 조선, 기계 등 전방산업 침체 영향에도 철강재와 비철금속 가격 상승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철광석 등 원자재 가격 강세 등 영향으로 2017년 상반기 출고가격이 약 15~20% 인상될 것으로 전망했고, 최근 국내 철강업계의 수익성 개선으로 구조조정 필요성도 줄었다고 덧붙였다.
건설은 해외 저가수주로 인한 손실 반영이 상반기 중 완료되고 글로벌 재정확대 정책 기조에 따른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과 이란시장의 신규 발주가 기대되면서 긍정적으로 전망됐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로 주택 신규분양 둔화가 우려되지만 최근 3년간 주택시장 호조에 따른 주택매출 급증으로 건설사 영업이익 개선이 가시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자동차는 2017년 글로벌 자동차 수요 증가율이 2%로 하락하고 특히 국내 업체의 주력 시장인 미국(0%)과 한국(-2%)의 부진이 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친환경차, 자율주행차, 새로운 이동 수단 등 미래 자동차 패러다임 변화가 가속하는 시기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면 위기는 더 심화할 것으로 평가했다.
조선은 내년 노후선박 교체 수요만 봐도 선박 발주가 올해보다 늘어나고 신규 환경규제가 선박 교체 시기를 앞당길 것으로 전망했지만, 업황 개선 속도가 매우 느릴 것으로 봤다.
특히 수주 잔량이 빠르게 줄어드는 상황에서 수주 개선 시점이 조금이라도 늦어지면 조선사들의 매출이 악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석유화학은 수요 증가가 신증설 규모보다 큰 수요 우위 상황이 이어지지만, 상반기 경기 정점을 경험한 이후 하락 국면으로 전환할 것으로 전망했다.
시설 정기보수가 대부분 상반기에 마무리되고 하반기 북미 에탄분해시설(ECC) 신증설 물량 출회를 업황 전환의 주요인으로 진단했다.
[미디어펜=김세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