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민간기업 채용 시 이력서 등에 사진부착이 금지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정부와 공공기관은 여전히 사진부착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민간기업만 이를 금지하는 것이 타당한지를 놓고 기업 현장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지난 11월 2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의결하였다. 채용비리 근절이나 배우자와 부모의 재산·학력 등을 요구하지 못하도록 한 본 법안의 기본 취지는 공정한 채용문화 확립 차원에서 공감할 수 있다.
하지만 외모가 채용에 미치는 영향을 없애기 위해 사진 부착과 신체조건 요구를 금지한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직무수행 능력을 기반으로 채용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반대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사진부착은 채용 과정에서 확인 가능한 정보를 사전에 요구하는 것에 지나지 않아 법률 제정의 실효성이 매우 낮다.
반면 이력서 사진부착 금지에 따른 기업의 부담과 구직자의 피해는 생각보다 매우 크다. 이력서 사진 부착은 외모로 지원자를 평가하기 위함이 아니라 지원자 본인을 식별을 위한 절차상의 이유이기 때문이다.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 공개채용에는 작게는 수백 명에서 많게는 수만 명에 달하는 응시자들이 몰린다. 만약 사진이 없다면 필기시험 현장에서 일일이 지원자들을 신분증과 대조해야 할 것이다. 이에 따라 구직자들은 더 많은 시간을 시험과정에 소모하게 되고, 기업은 채용비용이 크게 증가할 수밖에 없다.
이력서 사진 부착 금지는 기업의 부담과 구직자의 피해를 초래할 수도 잇어 긍정적 효과보다는 부정적 효과가 크다. 구직자들은 더 많은 시간을 시험과정에 소모하게 되고, 기업은 채용비용이 크게 증가할 수밖에 없다./사진=미디어펜
사진부착 금지로 인해 평가 오류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많게는 10여명 이상이 참여하여 난상토론을 펼치는 집단면접에서 사진이 없다면 서류상 지원자와 면접 당사자를 매칭하기 위한 면접관의 부담이 크게 증가하며, 그 과정에서 엉뚱한 지원자에게 점수를 주는 등, 채용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도 커질 것이다.
신체조건이 평가에 반드시 필요한 경우도 있다. 예컨대, 경비업과 같이 신체적 부하가 걸리는 업무는 안전상의 이유로 일정 수준 이상의 체격 조건이 요구된다. 그런데 정보 기재가 원칙적으로 금지되면 이러한 경우에도 신체 정보를 요구하기가 어려워진다.
직무와 연관성이 있는 정보는 예외적으로 요청할 수 있다고 하지만, 직무 연관성에 대한 기업과 구직자의 인식은 엇갈리기 십상이다. 결국 기업은 서류 심사에서 적합여부를 판별할 수 없어서 채용가능성이 아주 낮은 지원자까지 면접 전형에 부를 수밖에 없다. 기업에게도 구직자에게도 불필요한 절차다.
일각에서는 이력서에 사진을 붙이지 않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라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지만,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는 우리나라와 같은 방식의 대규모 공개채용은 드물기 때문에 동일 선상에 놓고 비교할 수는 없는 문제다.
외모에 대한 평가를 막는다고 사진 부착을 금지하는 것은 지나치게 단순한 접근이다. 이미 기업들은 가능한 경우에는 자율적으로 이력서에 사진부착란을 삭제하는 추세이다. 인물이 좋다고 일을 잘한다고 생각하는 채용자는 없다. 사진부착 여부는 기업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 신원확인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는 점을 고려하지 않고 기업별 채용 특성을 무시한 채 일률적으로 강제하는 것은 타당하지 못하다. /이동응 경총 전무
[이동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