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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품은 현대카드, 고객의 마음을 긁었다

2016-12-15 09:50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예술하는 기업이 성공한다: 현대카드의 사례

예술가와 기업은 묘한 관계다. 예술가는 기업을 흠모하고, 사랑하지만 기업은 기본적으로 특별히 예술과 관련이 있지 않은 기업이라면 예술에 큰 관심이 없다. 엄청난 예술의 대가가 아닌 경우, 예술가들은 끝없이 기업의 관심과 간택을 받고 싶어 하는 피선택자의 입장인 경우가 많으며 기업들은 필요에 따라 예술가들을 취사선택하는 입장이다. 이것은 예술과 자본에 대해 논했던 이전 발제와 궤를 같이 한다. 오늘은 이 오묘한 예술가와 기업의 관계를 정리해보고 기업이 좀 더 적극적으로 예술을 활용했으면 좋겠다는 제안을 하려고 한다.

1. 예술가의 입장

직업 예술가에게 기업은 로망이자 꿈이다. 큰 기업이 만든 웹사이트에 연재하게 된 만화가들은 이미 기득권이며 그 자부심이 이루 말 할 수가 없다.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소속사에 들어간 연습생들의 자부심 역시 여타 연습생들에 비할 바가 아니다. 큰 기업의 광고 계약을 성공시킨 배우, 탤런트들은 연예인 인생의 궁극적인 목표를 이룬 경지에 오르게 된다. 

예술가들에게 공중파 방송이나 큰 만화 포털 서비스 입성이 매우 중요한 이유는 바로 이제부터 기업을 만날 수 있는 교두보가 마련되었다는 데 있다. 만화가들은 연재 고료보다 기업의 브랜드 웹툰과 게임 개발, 영화 기업에서 받는 판권이 뭐니뭐니 해도 가장 큰 수익이다. 수익뿐 아니라 해당 광고가 곳곳에 집행되면서 자신의 권위가 널리 증명되며 앞으로의 몸값도 쭉쭉 오르게 된다.

만화가들의 모임에서는 누가 어떤 기업의 어떤 일을 해서 얼마를 벌게 되었다는 것이 가장 큰 관심이자 부러움이다. 서로서로 누가 더 좋은 기업에서 어떤 담당자에게 잘보였는가 하는 이야기들이 공공연하게 오가고 기업에 연이 닿지 못한 작가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는 소회를 하기도 한다. 다들 기업의 연락을 갈구하고 기업에 자신을 소개해주기를 원하며 기업과의 인연에 만화가 인생의 성공 여부가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만화 이외에도 영화, 음악, 미술, 뮤지컬 등등 예술 어느 분야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기업의 일을 하는 예술가와 그렇지 못한 예술가는 삶의 질에서 많은 차이가 난다. 누가 더 기업 친화적인 내용, 기업이 좋아하는 콘텐츠를 그려낼지 고민하고 연구하는 작가들이 많다. 

혹자는 기업의 나쁜 점을 부각시킨 시나리오의 영화를 찍기도 하지만 그것 역시 알고 보면 영화 기업의 투자, 배급과 극장 기업의 상영 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기업의 악행을 기업을 통해 세상에 전하는 아이러니한 영화들이 범람하는 모습은 참 재미있다. 

기업을 아무리 부정해도 기업이 없는 직업 예술은 없다. 혼자 악기 짊어지고 거리에서 돈 통을 놓고 연주해 벌지 않는 이상, 내 음악을 인터넷에만 올려도 이미 통신망 기업, 컴퓨터 기업, 웹 서비스 운영 기업의 도움을 받은 셈이니까. 아, 이미 악기 기업의 도움도 받았구나. 진짜 기업 없이 예술을 하려면 맨 목으로 거리에서 노래나 부르는 수밖에 없겠다.  

가끔 기업과 연이 닿지 못한 예술인들이 예술은 순수하고 기업은 세속적이며 나쁘다는 푸념 섞인 소리를 하는데, 참 의미 없는 말인 것 같다. 그 역시 기업과 연이 닿아 수익이 발생하는 순간 기업을 비판했던 입을 다물 것이기 때문이다. 기업은 예술인들에게는 언제나 로망이다. 거의 모든 분야의 예술인들이 기업과의 계약을 꿈꾸며 다들 열심히 예술혼을 불태우고 있다.

현대카드는 정태영 부회장이 부사장으로 취임하던 2003년 적자투성이에 시장 점유율 1.8%의 초라한 회사였다. 당시 현대카드는 오직 현대자동차 직원들이나 쓰는 카드로 불렸다./사진=정태영 현대카드캐피탈 부회장 페이스북 공식페이지



2. 기업의 입장

기업에게 예술은 그렇게 큰 관심의 대상이 아니다. 기업의 이미지 제고나 광고를 하는 데 얼마나 예술을 도입하느냐의 정도 차이가 있을 뿐 기업의 생존에 절대적인 요소는 아니다. 그러나 예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한 회사들이 크게 성공한 사례들이 많다는 점이 흥미롭다. 

그룹의 보통 CEO의 의지에 따라 달려있다. 금호 아시아나 그룹의 박삼구 회장은 <금호아시아나 문화재단>을 만들어 음악 쪽 영재개발, 콩쿠르 개최를 꾸준히 실시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문화예술 후원 CEO이다. 

2004년 개관한 <삼성 문화재단>의 리움 미술관은 우리의 고미술부터 세계 현대미술에 이르는 미술작품을 한 공간에서 감상 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미술관으로, 사립 미술관이 오히려 국립 미술관을 능가할 정도로 훌륭한 문화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금호나 삼성은 그래도 예술로서 기업이 흥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미 흥한 기업이 예술쪽에도 관심을 두고 예술 발전에 기여하고 있는 정도라 하겠다. 그러나 아예 예술 자체로 흥한 기업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현대카드>다.

현대카드는 정태영 부회장이 부사장으로 취임하던 2003년 적자투성이에 시장 점유율 1.8%의 초라한 회사였다. 현대카드는 오직 현대자동차 직원들이나 쓰는 카드로 불렸다. 그 때 그가 아내에게 한 말 "새로 맡은 회사가 적자라서 너무 신나." 그는 10여 년 동안 놀라울 정도로 기업을 크게 발전시켰고 그 중심엔 예술이 있다.

그는 카드 자체를 예술품으로 만들어버렸다. 카드 옆면까지 색을 도입했고 형태도 바꿨다. 아예 조그마한 미니카드도 만들어 카드 자체를 갖고 싶게 만들었다. 회사 로고는 물론 서체도 여타 기업들과는 너무 다른 예술적인 감각을 동원해 개발했다. 아마 대한민국에서 가장 브랜드 철학이 강력한 회사일 것이고 서체를 전면에 내세운 첫 번째 회사일 것이다. 

정태영 부회장은 카드 자체를 예술품으로 만들어버렸다. 카드 옆면까지 색을 도입했고 형태도 바꿨다./사진=정태영 현대카드캐피탈 부회장 페이스북 공식페이지



현대카드 광고도 아주 유명하다. 그들의 광고를 집행한 회사 PD는 이렇게 말한다. "현대카드 클라이언트는 우리가 만드는 광고에 별로 간섭을 안 한다. 그야말로 우리가 만들고 싶은 대로 만들어서 내보낸다. 작업을 할 때 가장 신난다." 여타 카드사와는 전혀 다르게 유명 모델 하나 없는 파격적인 디자인 광고로 승부했고 카드 명세서마저 놀라울 정도로 합리적이고 아름다운 디자인을 선보였다. 그리고 그것이 시장에 먹히기 시작했다.

그리고 현대카드 하면 떠오르는 것이 바로 공연과 미술 예술 프로젝트이다. <수퍼 콘서트>라는 프로젝트를 꾸준히 진행시켜 우리나라 같은 어찌 보면 척박한 공연 시장에 비욘세, 마룬파이브, 레이디가가, 스티비 원더 등등 말도 안 되는 가수들의 내한 공연을 성사시켰다. 현대카드가 만든 공연에 가서 몸을 흔드는 젋은이들이 뭔가 ‘핫’하고 ‘힙’한 느낌을 주기 시작했고 전통적인 삼성카드, 신한카드 보다는 젊은이라면 트렌디한 현대카드를 소유하고 싶은 욕망을 폭발시켰다. 

공연 스크린 자막 여부를 놓고 갈등을 빚던 현대카드측과 빌리조엘의 이야기도 유명하다. 결국 현대카드의 제안대로 자막이 나갔는데 모든 관객이 <피아노맨>을 따라부르는 진풍경이 벌어져 빌리 조엘이 깜짝 놀랐다고 한다. 나중에 빌리 조엘은 따로 현대카드측에 감사의 친필 편지를 보냈다. 예술을 그냥 마케팅으로 하는 회사와는 다른 진정성이 돋보인 대목이다.  

이와 함께 진행된 것이 <컬쳐 프로젝트>로서 아예 문화예술 전면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한다. 팀 버튼, 장 폴 고띠에, 시규어 로스 등등 세계적인 유명 건축가, 미술가, 설치 미술, 영화감독을 모두 초청해 기자 간담회와 전시회, 패션쇼 등등을 열어 문화 예술의 대표 그룹으로 자리 잡는다. 

현대카드는 이제 빅3 카드라는 신한, KB, 삼성의 아성에 끼어들어 삼성카드를 제치고 3위 카드업체가 되었다. 이제는 다른 카드사들이 오히려 현대카드의 시스템과 디자인을 흉내 내고 있다. 기업이 생각하는 예술의 영역을 넘어 아예 예술 기업을 만든 그의 선택은 옳았다. 현대카드 퍼플 정도는 지갑에 꼽고 다녀야 유행에 뒤처지지 않는 럭셔리한 느낌이 든다. 예술이 기업의 이미지 업그레이드에 필요한 보조 역할을 넘어서 이렇게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크게 발전하는 좋은 사례가 되었다. 

기업과 예술은 어찌됐든 밀접한 관계이다. 예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기업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 나라가 얼마나 문화예술적으로 발전한 나라인지는 알고 보면 기업들에게 달려 있다. 문화예술에 조예가 깊고 관심이 많은 CEO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예술인들은 오늘도 어떻게든 기업의 연락이 오기만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 자신의 예술품이 기업으로부터 활용되었을 때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예술 하는 기업이 성공한다" 국민소득 2만 불이 넘은 나라에 꼭 맞는 이야기다. 이제는 제품의 기능적인 혁신 이상으로 중요해진 예술 도입이 많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윤서인 만화가

현대카드는 이제 빅3 카드라는 신한, KB, 삼성의 아성에 끼어들어 삼성카드를 제치고 3위 카드업체가 되었다. 이제는 다른 카드사들이 오히려 현대카드의 시스템과 디자인을 흉내 내고 있다./사진=정태영 현대카드캐피탈 부회장 페이스북 공식페이지




(이 글은 15일 자유경제원이 마포 리버티홀에서 주최한 ‘예술인이 본 시장경제 시리즈-예술, 이제 기업가정신으로 무장해야’ 세미나에서 윤서인 만화가가 발표한 발제문 전문이다.)

[윤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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