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이 가까워지면 정치인들은 기웃거릴 곳이 많아지고 언론들은 써댈 것이 많아져 분주해진다. 더구나 요즘처럼 대통령이 탄핵 당하고 여당마저 두 쪽으로 갈라져 편싸움을 벌이고 있는 형국에 정치판과 언론이 얼마나 어수선할는지 짐작이 간다.
요즘 주말 오후 광화문 일대에서는 세종대로사거리 남북에서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대치하고 있는 남북한 상황의 축소판 같은 광경이 벌어진다. 광화문 북측에서는 박 대통령과 두 명의 재벌그룹 회장들을 포박한 대형 인형들까지 세워 놓고 '박근혜 퇴진', '박근혜 구속', '재벌도 공범', '국정교과서 폐기', 심지어 '이석기 석방'이란 구호까지 등장하는 촛불집회가 벌어지고, 남측 태극기집회에서는 '탄핵 무효', '국회 해산', '편파보도 언론해체', '자유민주주의 수호' 등을 외치고 있다.
방송의 무개념과 사실 은폐조작
얼마 전 종편방송 '채널 A'는 "국민들이 시위를 벌이는 시간에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은 사우나에 가 있었다'라며 김 의원을 맹비난하는 보도를 했다. 이 보도는 당시 김의원이 불우이웃돕기 연탄배달 봉사를 마치고 사우나에 들른 사실은 빼고 사우나 간 사실만 보도해 소위 '떼법'으로 인신공격을 퍼부은 망동이라 할 수 있다. 촛불집회는 태극기집회나 마찬가지로 국민의 의사표현 행사의 하나일 뿐이며, 더욱이 촛불집회 시간이 국가적인 애도 시간도 아니다.
언론이 '기레기'라고 비난 받는 처지라고는 하지만 한 나라의 국회의원을 공개적으로 비난하려면 최소한의 사실관계는 취재해서 보도해야 마땅할 것이며, 만일 '채널A'가 사실관계를 고의로 은폐하고 편파보도를 한 것이라면 이는 국민을 기만하는 파렴치행위가 아닐 수 없다.
편파보도를 일삼는 언론이나 이런 언론을 등에 업고 이합집산 설쳐대는 정치판 모습을 보자면 한 맺힌 시정마와 얼빠진 덩덕개의 모습이 떠오른다. 촛불집회를 보도하며 마치 수십만 또는 수백만이란 공허한 숫자들을 떠벌리기에 신바람 난 듯한 '기레기'들의 모습은 겅정대는 덩덕개들을 연상시킨다./사진=연합뉴스
'기레기' 방송의 '갑'질
지난 12월 24일에도 광화문 사거리를 중심으로 남북으로 나뉘어 '탄핵 반대'를 외치는 태극기집회와 '박근혜 퇴진'을 외치는 촛불집회가 열렸다. 종편 MBN의 이날 집회 관련 보도에 불만을 가진 한 시청자가 MBN에 전화를 해서 편파보도 사실을 지적했다. 당시 녹취자료에 의하면 당시 MBN 담당자는 "태극기집회는 비상식적인 집회, 촛불집회는 정상적인 집회"라며 태극기집회를 벌이는 사람들을 "비상식적인 집단"이라고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또한 시청자의 항의에 대해 "어떻게 방송할 것인가는 방송사가 알아서 판단할 일"이지 (시청자가) '전화질' 할 일이 아니라며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이 사건에 대한 비난의 소리가 높아지자 MBN은 이틀 후 홈페이지에 "경비용역직원이 통화하는 과정에서 탄핵반대집회를 '비상식적인 집회'라고 폄하해 언급한 사실이 있다……직원 재교육을 강화하고 더욱 신뢰 받을 수 있는 방송사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라는 무성의한 해명을 늘어놓았다. 이게 그저 용역직원의 실수라는 식의 속보이는 핑계로 얼렁뚱땅 넘어갈 일인가? 더욱이 정치평론가를 자처하는 MBN의 한 패널리스트는 "촛불집회는 자발적 집회이고, 태극기 집회는 정치기획적 나쁜 집회"라는 취지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날 집회에 대해서는 YTN이나 채널A도 "촛불집회는 성탄 선물을 준비했다…축제다", "촛불에 사람들 끌어 모아 태극기로 맞불 집회"라는 등 태극기집회를 촛불집회의 훼방꾼 정도로 폄하하는 왜곡보도 일색이었다. 이게 우리나라 '기레기' 언론들의 수준이고 이념적, 정치적 성향의 현주소이다.
'덩덕개'와 '시정마(始精馬)'
우리 말에 '덩덕개'와 '시정마'라는 단어가 있다. 덩덕개란 다른 개가 교미(交尾)하고 있을 때 그 주위를 겅정거리며 덩달아 날뛰는 개를 말한다. 'X인지 된장인지도 모르고' 남이 뛰니까 덩달아 설치는 개념 없는 사람들을 지칭할 때도 쓰이는 말이다. 시정마(始精馬)란 교미를 앞둔 암말을 애무해 흥분시키며 헛물만 켜다가 종마(種馬, 씨숫말, stud)에게 밀려나는 처량한 신세의 바람잡이 말이다.
말은 짝짓기 때가 되면 포악해지기 때문에 몸값이 비싼 종마가 교미 시작 전에 암말 발길질에 다치는 사고를 피하기 위해 시정마를 동원해 교미 직전까지 암말을 흥분시킨 뒤 결정적 순간에 시정마를 밀어내고 종마와 교배(交配)시킨다.
시정마는 힘이 좋고 암말을 다루는 기술이 뛰어난 잡종 말들이 대부분이다. 암말이 교미에 응할 만큼 흥분되었을 때 교미의 기회를 종마에게 넘겨야 하는 가혹한 운명의 시정마들이 간혹 암말 위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버티는 경우에는 몽둥이 세례를 퍼붓기도 한다. 이처럼 평생 엄청난 고통과 분노의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시정마의 수명은 말의 평균수명보다 훨씬 짧다고 한다.
우리사회의 '덩덕개'와 '시정마'들
편파보도를 일삼는 언론이나 이런 언론을 등에 업고 이합집산 설쳐대는 정치판 모습을 보자면 한 맺힌 시정마와 얼빠진 덩덕개의 모습이 떠오른다. 촛불집회를 보도하며 마치 수십만 또는 수백만이란 공허한 숫자들을 떠벌리기에 신바람 난 듯한 '기레기'들의 모습은 겅정대는 덩덕개들을 연상시킨다. 우리 인간사회에도 덩덕개처럼 세상물정 모르고 날뛰거나 시정마처럼 실컷 이용만 당하다 토사구팽(兎死狗烹) 당하는 처량한 신세의 헛똑똑이들이 적지 않다.
위의 MBN의 비상식적인 처사에 대해 한 통신사 기자는 "통화한 사람이 경비용역직원"이라는 MBN의 답변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우리 언론은 국민과 같이할 때 가치가 있으며 국민의 사랑을 받았으면 자체 판단으로 한쪽 손을 들어줄 것이 아니라 모든 국민이 똑같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공정한 보도를 해야 옳을 것"이라며 "오만불손과 안하무인을 청산하고 정말로 이 나라를 '우리나라'로 생각하게 할 수 있도록 새로운 사회를 열어가는 언론의 역할을 기대해 본다."고 말했다.
언론은 사회의 등불, 사회의 거울, 사회의 목탁이라고 배운 기억이 있다. 세상을 밝혀주는 등불이고, 세상을 돌아보게 하는 거울이고, 세상을 바른 길로 이끌어주는 목탁이라는 숭고한 뜻이다. 우리 언론이 '기레기'라는 오명을 하루속히 털어내고 언론 본연의 바른 모습을 되찾기를 고대한다. /이철영 굿소사이어티 이사·전 경희대 객원교수
[이철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