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이 다른 일정 없이 관저에 있었던 이유가 밝혀졌다.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은 "그날(세월호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다른 일정을) 뺀 것은 내가 뺀 것"이라고 말했다.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은 19일 오후 헌법재판소 1층 대심판정에서 열린 박 대통령 탄핵심판 7차 변론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유에 대해서 정 전 비서관은 "대통령이 그 즈음에 피곤해 하셨기 때문에 컨디션을 회복하시는 게 좋겠다 싶어서 그날 일정을 안 잡겠다고 보고 드리고 일정을 뺐는데 공교롭게 그날 사고가 났다"고 말했다.
국회 소추위원이 "그날 특별히 피곤할 일이 있었나"란 질문에는 "대통령께서 업무가 굉장히, 진짜 과중하시다. 제가 가슴 아픈 것 중 하나가 대통령이 요즘 언론에 나오고 이런 것을 보면 관저에서 쉬기나 하고 미용시술 받고 맨날 외국에 해외순방 다니는 것만 좋아하는 것처럼 완전히 매도되고 희화화돼서 그 부분이 가슴 아프다"고 답했다.
이어 국회 소추위원단이 "대통령이 하루에 몇 건의 문건을 검토하고 의논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각 수석실에서 올라오는 보고들이 굉장히 많고, 하루 100페이지씩도 올라가는데 대통령은 단 한 장도 빼놓지 않고 하나하나 끝까지 다 챙기고 밑줄 치면서 본다"고 전했다. 정 전 비서관은 대통령의 업무가 굉장히 과중하며 박 대통령은 24시간 국정에 올인하며 '워크홀릭' 수준으로 일 했다며 업무스타일에 대해서도 말했다.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은 19일 오후 헌법재판소 1층 대심판정에서 열린 박 대통령 탄핵심판 7차 변론에서 "그날(세월호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다른 일정을) 뺀 것은 내가 뺀 것"이라고 말했다. 또 박근혜 대통령은 24시간 국정에 올인하며 워크홀릭 수준으로 일했다고 진술했다.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박근혜 대통령 차명폰에 대해서는 정 전 비서관이 직접 만들어서 대통령에게 전했다고 했다. 차명폰을 만들어 준 이유는 우리나라 정치 지형과 야당시절 사찰의 경험, 그,리고 북한의 도청으로부터 괜찮은 방법이라고 생각해서였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에게는 차명폰이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정 전 비서관은 최순실 씨와의 관계에 대한 의혹에 대해서도 털어났다. 정 전 비서관은 "최순실은 오래전부터 선거캠프에서 같이 일해 왔고, 캠프에서는 '대외적으로 없는 사람'으로 통했다"며 "박 대통령이 여성인지라 비서관이 함께 할 수 없는 영역을 커버했고 그렇게 계속 오랜 인연을 이어왔다"고 말했다.
국정농단 의혹의 핵심인 연설문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정 전비서관은 "연설문을 최순실에게 보여준 것은 일반인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최순실에게 한 번 보여주라고 한 측면이었다"며 "그렇다고 일반인 아무나에게 그걸 맡길 순 없고 오랜 기간 인연을 맺어온 최순실을 믿었기에 자신이 보여줬다"고 했다.
정 전 비서관은 "인사관련, 국무회의 관련 자료도 최순실을 인간적으로 예우한다는 측면에서 전날 밤늦게 함 보라고 보내 주었을 뿐 최순실로 인해 명단이 바뀌거나 부탁을 받은 적은 없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큰 틀에서 말씀자료를 최순실과도 같이 상의하라 한 것을 자기가 최(순실)를 오랫동안 알다보니 구체적인 지시가 없었는데도 확대 해석한 것이 실수"라고 했다.
이날 오전에는 김상률 전 교육문화수석의 문화융성과 특혜의혹을 불러일으킨 누슬리사에 대한 진술이 있었다. 김 전 수석은 문화융성은 현 정부의 핵심정책으로 대통령의 정책을 잘 진행하려 노력했다고 밝혔다. 이어 박 대통령이 의심받고 있는 누슬리사에 대관해서는 "박 대통령이 혈세를 아끼고자 누슬리사를 비롯한 여러 회사를 알아보라 한 적이 있었다"며 "관련 부처에서 예산절감 효과가 없다는 보고를 하자 정상적인 절차대로 진행되었다"고 밝혔다.
김 전 수석은 노태강, 진재수 인사 문제와 관련해서는 "체육계 관련한 대통령 지시사항을 이행하지 않은 문제점이 있었고, 오히려 그런 문제점에도 박대통령이 그동안의 공무원 생활을 감안했던지 산하기관에 승진발령을 내는 것이 어떤가하는 제안을 했다"며 "아무런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이날 변론이 끝난 후 강성파로 알려진 이진성 헌법재판관조차 "많은 것을 알게 되어 탄핵심판에 있어 판단하는데 도움이 되었다"며 감사의 말을 전했다.
하지만 이날 헌재변론 내용을 다룬 언론들의 태도는 여전히 기울어져 있었다. 전후 맥락을 싹둑 잘라낸 채 박근혜 대통령 차명폰 사용, 노태강 사퇴 압박, 대통령 지시 등 짜깁기 보도로만 일관했다. 여론 선동의 철저한 앞잡이의 모습을 다시 한 번 재확인케 했다. 특검도 언론도 진실보다는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있다. 광장의 촛불이 결코 진실을 덮을 수는 없음에도.
[미디어펜=문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