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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액주주들의 반란이 두려워'...상장사, 전자투표제 꺼리는 이유는?

2014-03-17 11:13 |

주주총회에서 소액주주들의 의견을 잘 반영해 전반적인 주주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지난 2010년 정부가 도입한 전자투표제가 상장사들의 외면으로 유명무실한 제도로 전락한 상태다. 

기업들은 일부 개인투자자들이 제도를 악용할 우려가 있다며 도입을 미루고 있으나 개인 투자자들의 의결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하루 빨리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 1차 슈퍼주총데이 소액 주주 불만 쏟아져

지난 15일 116개 상장사들의 주주총회가 일시에 몰린 1차 '슈퍼 주총데이'가 열렸다. 이날 삼성전자 등 삼성 계열사 주종장에는 개인주주들의 배당 인상 요구로 진통을 겪었다.

이날 삼성전자 주총장에는 "배당금이 적다"며 한 소액주주가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의장직을 수행한 권오현 부회장은 "정보기술 산업 속성상 꾸준히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해야 하고 기업 인수·합병(M&A) 기회도 봐야 한다"며 "지속적으로 장기 성장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현금 흐름과 주가를 생각해 배당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다목적홀에서 열린 제45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의장인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인사말을 하고 있다/뉴시스

배당에 대한 불만은 삼성 SDS 멀티캠퍼스에서 열린 삼성 SDS 주총장에서도 터져나왔다.

한 소액주주는 "7년째 주당 배당금이 250원"이라며 "매출과 이익은 매년 늘어나는데 배당은 250원씩만 하고 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전동수 삼성SDS 사장은 "배당에 쓰는 것보다 공격적인 기업 활동을 하는 게 낫다. 이를 통해 기업 가치를 올리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고 답변했다.

삼성SDS 주주들은 배당금을 1,000원으로 올리는 안건을 상정해 표결에 부쳤으나 결국 부결됐다.

삼성생명 주총도 상장 공모가 11만원을 밑도는 주가와 배당에 대한 소액주주들의 불만이 제기되면서 1시간 40여 분만에야 끝났다.

소액주주들의 회사 경영방침에 대한 불만은 삼성전자와 계열사 뿐만 아니라 포스코 주총장에서 터져나왔으며 대신증권 주총장에서도 터져나왔다.

◇ 기업들 전자투표제 외면...전문가 "주주가치 제고 위해 의무화 해야"

대부분 속전속결로 원안이 통과되는 우리 주총장 문화에도 이같은 소액 주주들의 불만은 항상 있다. 그러나 이러한 소액 주주들이 자신의 주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방법인 전자투표제의 도입은 극히 저조한 상태다.

전자투표제는 주주가 주주총회에 참석하지 않아도 온라인을 통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로 정부가 지난 2010년 도입했다. 소액주주들이 생업에 종사하기 위해서 혹은 주주총회 장소가 거주지에서 멀기 때문에 권리행사를 포기하는 사례가 많아 도입된 것이다.

   
▲ KT가 지난 1월 27일 오전 서울 우면동 종합기술원에서 열린 임시주주총회에서 황창규 내정자를 신임 최고경영자로 추대했다. 소액 주주자들이 발언권을 달라며 항의를 하고 있다/뉴시스

기업들의 전자투표제 도입을 미루는 이유는 이렇다.

만약 주가가 부진할 경우 반대표가 많이 나와 주총 안건의 통과가 어렵고 더구나 요즘과 같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발달한 상황에서 개인주주들이 의견을 모아 집단행동을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소액주주들의 '반란'이 두려운 것이다. 

더구나 전자투표제가 의무화된 나라는 거의 없는 상황에서 왜 우리나라만 의무화 시키려고 하느냐고 불만을 토로한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현재 전자투표제를 도입한 기업은 모두 45개사이고 이중 상장사는 37개사다. 그러나 대부분이 페이퍼컴퍼니로써 상장사들은 사실상 전자투표제 이용이 전무한 상황이라고 봐도 된다.

전문가들은 전자투표제를 의무화 하는 방법이 최선이라고 지적한다. 제도를 의무화 하지 않으면 기업들은 소액주주들이 집단화할 것을 두려워 한 나머지 계속 도입을 미룰 것이기 때문이다.

자본시장 연구원으 남재우 연구원은 "소액주주들의 주주가치를 침해하지 않도록 기업들이 경영하는데 전자투표제와 같은 제도를 뒷받침 해야 한다"며 "집중투표제나 사전공시제도도 있지만 전자투표제를 법적으로 의무화 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

현재 전자투표제를 의무화 하는 내용이 담긴 상법 개정안은 재계의 반대로 국회에 계류된 상태다. [미디어펜=장원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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