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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시장경제 발목 잡고 있는 사농공상 악령

2017-02-01 11:15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현진권 자유경제원 원장

시장경제 및 기업 친화적 사고를 위해선 역사교육이 필요

시장경제는 누군가 발명한 것도 아니고, 자생적으로 생긴 질서이고 제도다. 자생적으로 생겼다는 말은 모든 참여자들에게 이익이 되기 때문에 이 질서가 계속 유지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시장경제의 자생적 절서는 여러 관점에서 표현할 수 있지만, 분업이 주는 상대적 우위도 그 중 하나다. 분업은 모든 사람에게 상대적으로 우월하다.

이를 ‘비교우위’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절대적 우위는 이해가 쉽지만 상대적 우위는 직관적으로 설명하기가 어렵다. 절대적 우위 관점에서 보면, 모든 면에서 열등한 인간은 그 사회에서 할 일이 없다. 그러나 상대적 우위 관점에서 보면, 누구나 사회에서 할 일이 생긴다. 그래서 모든 구성원들은 상대적 우위입장에서 각자 자기에게 이익이 되는 업종에 종사하게 된다. 

시장경제를 구성하는 공급자를 업종별로 구분해 볼 때, ‘사농공상’을 들 수 있다. 조선시대 성리학적 철학이 담긴 핵심용어다. 이 순서는 조선시대의 신분질서를 나타내는 말이기도 하다. ‘사’는 선비로 불리며, 현재로는 공무원을 의미한다. 즉 공무원이 그 사회의 가장 높은 지위를 가진 신분으로 양반으로 불렸다. 반면 농공상의 순서로 볼 때, 농업, 공업, 상업 순서로 그 사회의 신분질서를 표현한다. 여기서 특이한 것은 상업이 조선시대에 가장 천시 받는 신분이었다.

오늘날 국가별로 경제번영의 수준을 평가하기 위해 국내총생산액(GDP)을 사용한다. 이는 한 국가에서 창출한 부가가치의 총합을 의미한다. 부가가치는 투입재 원가와 판매가와의 차이에서 발생한다. 농업과 공업에서도 부가가치가 창출되지만, 가장 높은 부가가치는 상업에서 발생한다. 그래서 오늘날 경제가 발전한 모든 선진국에선 상업을 중심으로 파생된 여러 가지 업종들이 번창하였다. 그래서 선진국일수록 농업이나 공업보다는 상업부문에 엘리트들이 많이 참여하고 있다.

고종은 매관매직을 일삼았다. 관찰사 자리는 10~20만냥이었고 수령 자리는 5만냥 이하로 내려가지 않았다. 사농공상을 내세웠던 이씨 조선 500년의 끝은 그랬다. 사진은 고종 어진./사진=국립중앙박물관



대한민국은 1948년에 시장경제 체제를 도입하였다. 경제발전 과정을 거치면서, 농업사회에서 공업을 일으키고, 이제 상업이 번창하는 국가가 되었다. 대표적인 기업으로 삼성전자와 현대 자동차를 들 수 있으며,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들 기업은 공업과 상업기능을 동시에 가지는 기업으로 한국경제의 중추가 되고 있다. 한국 경제발전의 중요한 몫을 해낸 이들 기업에 대한 국민들의 감성적 평가는 부정적이다.

부정적 평가의 근본 뿌리는 조선시대의 사농공상 사상이 아직도 우리 의식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이 망하고, 일제시대를 거쳐서 자유시장경제 체제의 대한민국이 건국되었지만, 우린 조선시대의 주된 철학인 성리학 사상에 대한 비판과정을 거치지 못했다. 오히려 일본에 의해 합방되면서, 독립이 더 중요해짐에 따라 조선으로의 복귀를 더 소중한 가치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었다. 즉 사상보다는 독립이 더 시급한 과제였던 것이다.

대한민국은 비록 1948년에 건국되었지만, 우리의 의식은 조선시대의 성리학 구조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그래서 아직도 선비에 대한 아득한 그리움이 있으며, 상업에 대한 묵시적 천대가 남아 있다. 경제적으로 성공한 집안일수록 자식을 교수, 판검사 등으로 키우려는 생각은 비록 상업으로 성공했지만, 상업에 대한 자부심보다는 선비배출을 통해 집안을 양반급으로 도약하려는 마음 때문일지도 모른다.

대한민국이 좀 더 발전하려면, 조선시대의 성리학 체계를 자유관점에서 비판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의 반기업정서를 교정할 수 있다. 반기업정서를 현재에만 존재하는 우리 인식의 문제로 보지 말고, 역사적으로 조선시대의 사상이 여전히 우리의 의식을 지배하고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그래서 시장경제와 기업 친화적인 사고를 구축하기 위해선 시장경제 공부와 함께 조선시대의 역사공부가 병행되어야 한다. /현진권 자유경제원 원장

대한민국은 1948년에 건국되었으나 우리 의식은 조선시대 성리학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상업에 대한 묵시적 천대가 남아 있다./사진=연합뉴스




(이 글은 1일 자유경제원 주최로 열린 '조선시대 성리학이 반(反)기업정서의 뿌리다' 경제살리기 연속세미나에서 현진권 자유경제원 원장이 발표한 토론문 전문이다.)

[현진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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