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한진 기자]그룹의 컨트롤 타워를 해체하고 60개 계열사가 ‘각자도생(各自圖生)’의 길로 접어든 ‘뉴삼성’의 전략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앞으로 삼성은 핵심 계열사를 축으로 ‘기업 신뢰 회복’과 ‘성공 유전자(DNA) 확산’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관측된다.
재계에서는 삼성의 재편작업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스타일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용’과 ‘자율’을 중심으로 경쟁력을 높이고, 시장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 확보에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3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은 각 계열사별 이사회 기능을 확대하고 최고경영자(CEO) 선임과 조직 개편 등을 개별적으로 실시할 예정이다.
최근 삼성전자와 삼성SDI는 각각 사장급 인사를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전날 글로벌품질혁신실 신설하고, 실장에 김종호 삼성중공업 사장 위촉했다. 삼성SDI는 지난달 28일 이사회를 열고 전영현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 사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했다.
글로벌품질혁신실을 만든 삼성전자는 김 사장을 중심으로 세트사업 전반에 걸친 품질과 제조혁신을 주도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갤럭시노트7 소손과 같은 품질 문제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다. 삼성SDI는 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 성공의 주역인 전 사장이 배터리 사업 등의 새로운 도약과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새로 영입한 사장들을 통해 삼성전자‧SDI가 성공 노하우와 DNA를 수혈 받고, 사업 일류화에 매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인사와 조직개편은 삼성 계열사 전반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주요 계열사 CEO들은 잠시 경영일선을 떠난 이 부회장과 긴밀한 의사교환을 통해 방향을 설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경영활동을 전개할 것으로 관측된다.
재계에서는 과거와 같은 미전실 주도의 인사와 조직개편이 사라진 가운에 앞으로 삼성에 이 부회장 스타일이 본격 적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시절부터 그룹의 밑그림을 그려온 최지성 부회장 등 수뇌부가 미전실 해체와 함께 물러나는 등 이 부회장 특유의 경영 방식이 그룹 전반에 더욱 확산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기존 시스템’과 새로 적용되는 ‘자율경영’의 시너지 확대가 삼성의 당면 과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수 십년 동안 그룹 컨트롤 타워를 중심으로 일사분란하게 움직여온 삼성 계열사들이 새 시스템에 얼마나 빨리 적응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삼성의 계획대로 계열사별 ‘자율경영’이 조기에 안착될 경우 더 큰 시너지를 창출 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맞춤 경영으로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해지고, 시장 흐름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그룹 전체의 효율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있다. 계열사 간 경쟁 과열로 인한 중복투자와 장기 경영전략 수립 등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미전실 해체 후 삼성의 정지작업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진행되느냐가 관건”이라며 “이 부회장 복귀 후 삼성이 더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변화된 시스템의 조기 정착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 계열사들은 소비자는 물론, 거래선과의 관계 개선 작업에도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갤럭시 노트7 사태와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삼성의 브랜드 가치가 크게 훼손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 안팎에서도 이 같은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삼성은 ‘투명경영’을 강화해 신뢰 회복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앞으로 외부 출연금과 기부금이 일정 기준 이상일 경우 이사회 또는 이사회 산하의 위원회 승인을 거치고, 사전심사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또 ‘정경유착’ 의혹으로 확대될 수 있는 모든 사안에 대해 철저한 관리 감독 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미디어펜=조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