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한 방향으로 날아가는 새다
새는 좌우 날개로 난다. 이 말의 참 뜻을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양날개론은 아름다운 말로만 들린다. 대다수 사람들이 양날개론과 함께 상생, 공존, 협력 등의 단어를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아름다워 보이는 말은 아름답게 들릴 뿐이다. 아름다움이 벗겨지고 그 실체가 드러나면 말이 지닌 허구성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양날개론은 허구다. 적어도 대한민국에서는 말이다. 양날개론이 타당성을 얻기 위해서는 기본법에 대한 합의와 존중이 전제되어야 한다. 기본법에 대한 합의는 헌법이 규정한 큰 틀을 훼손하지 말자는 것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 4조에는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는 내용이 있다. 민중민주주의나 사회민주주의가 아닌 ‘자유민주주의’를 채택한 국가라는 사실을 법리로서 규정한 것이다. 이와 더불어 대한민국은 시장경제체제를 도입한 나라다. 시장경제체제에서는 사익을 추구할 자유, 재산을 소유할 자유, 경쟁할 자유가 보호되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기본법을 훼손하고 전혀 다른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이 득세한다. 좌 선(善), 우 악(惡) 프레임이 대표적이다. 좌익은 경제적 측면에서 계획경제체제를, 사회적 측면에서 결과적 평등과 필요에 따른 분배를 지향한다.
우익은 경제적 측면에서 자유주의 시장경제를, 사회적 측면에서는 기회의 평등과 경쟁원리에 입각하여 성과에 따라 분배하는 것을 지향한다. 계획경제체제와 평등, 필요에 따른 분배는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체제에 반(反)하는 것이다.
좌익세력은 계획경제체제를 사회적 경제로, 무차별 복지를 국민의 당연한 권익이라는 말로 예쁘게 포장하여 대중을 선동한다. 이들은 일부 좌익세력이 국민의 전부인 것마냥 ‘국민의 힘’, ‘민심’이라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며 대중을 포섭하고 우익을 억누르는데 혈안이 되어있다. 나라의 기본 질서는 문제가 많으므로 국민(민중)들이 나라를 뒤엎고 새로운 질서를 만들자는 것 또한 그들의 주된 논리다. 주객이 전도된 현실이다.
대한민국은 중립국이 아니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를 근본으로 하는 나라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은 자유롭게 의견을 표출하고 다양한 관점을 가진 사람들과 토론하되, 그 방향은 하나여야 한다./사진=연합뉴스
대학생이 경험한 양날개론의 실체
작년 겨울, 촛불집회 현장에 가보았다. 언론 보도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직접 본 결과는 충격이었다. 참가자들은 기업인이 죄수복을 입고 포박된 모형을 만들어 광화문 광장 중심에 세워놓았다. 서리가 낀 차창에는 재용 사형이라는 글자가 적혀있었다. 여기에는 법이 아닌 국민이 개인을 심판하겠다는 의도가 담겨있었다.
기업 대표의 머리를 큰 공으로 만들어 그것을 굴리고 다니는 모습도 보았다. 꽹과리를 치며 장송곡을 부르는 무리도 있었다. 내란 음모 죄로 구속된 이석기를 ‘우리 의원님’이라 부르며 그의 석방을 요구하고 서명을 받는 부스도 있었다. 광기의 현장이었다. 보여주기 식 선전선동과 인민재판을 연상시키는 과격한 구호는 북한의 그것과 다를 바 없었다.
물론 개개인의 생각은 다르다. 달라야만 한다. 모두가 획일적인 사고를 가진 사회야말로 전체주의 사회요, 반(反)자유 사회다. 자유민주사회의 개인은 정치적으로 다른 견해를 가질 수 있고 그것을 사회로 표출할 수도 있다. 하지만 기본 질서를 부정하고 ‘사회주의가 답이다’, ‘혁명정권 이뤄내자’와 같은 구호를 외치고 그에 힘을 실어주는 행위가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
좌우의 날개가 있어야 새가 날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새가 날아가고자 하는 방향과 반대되는 날개마저 하나의 날개로 인정해야 할까. 인정할 수 없다. 이들이 보여준 다름은 대한민국 기본질서를 부정하는 다름이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를 뒤엎고 새로운 질서를 만들겠다는 날갯짓이다. 기본질서가 사라진 자리에 대중(민중)민주주의와 계획경제를 집어넣음으로써 대한민국이라는 새의 비상은커녕 새를 떨어뜨려 죽이겠다는 위험한 발상인 것이다.
자유주의와 사회주의는 물과 기름
양날개론의 허구성이 집회현장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입법, 정치 등 사회 주요 분야에서 양날개론의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 경제민주화, 사회적 경제 기본법, 진보적 민주주의. 좌익세력은 절대 양립할 수 없는 자유주의와 사회주의를 억지로 섞어서 변종을 만들어놓았다. 이들은 두 이데올로기가 공존할 수 있는 것처럼 포장하여 사람들을 속인다.
하지만 실상은 ‘사회주의 계획경제’다. 경제에 정치 논리를 도입해 시장을 교란시키고 사회적 경제라는 말로 자유시장경제에 사회주의를 교묘하게 접목시킨다. 좌익세력이 적극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진보적 민주주의는 민족해방 민중민주주의 혁명투쟁을 통해 민중독재국가를 실현하고자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 모든 것은 사회주의로 가는 길을 듣기 좋은 말로 포장해놓은 사탕발림일 뿐이다.
작년 5월 18일, 생각의 틀 깨기 6차 세미나가 열렸다. 1년이 채 지나지 않은 지금, 동일한 주제로 세미나가 기획되었다. 이는 양날개론이 여전히 한국 사회를 지배하고 있고, 이 이론이 만들어낸 문제가 심각한 것임을 보여준다. 자유보다 평등, 시장의 자생적 질서보다 국가 계획, 작은 정부보다 큰 정부를 지향하는 현실을 보면 양날개론의 망령을 걷어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좌우의 날개가 있어야 새가 날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새가 날아가고자 하는 방향과 반대되는 날개마저 하나의 날개로 인정해야 할까. 인정할 수 없다. 이들이 보여준 다름은 대한민국 기본질서를 부정하는 다름이다./사진=연합뉴스
양날개론이 세상의 진리인 것처럼 생각되는 사회에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은 이 나라가 편향된 나라라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중립국이 아니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를 근본으로 하는 나라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은 자유롭게 의견을 표출하고 다양한 관점을 가진 사람들과 토론하되, 그 방향은 하나여야 한다.
특히나 사회주의는 자유를 해치는 이념이다. 자유를 파괴하는 자유도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자유를 파괴하는 것에 동조하고 힘을 실어주는 것과 같다. 자유주의와 사회주의는 이론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공존할 수 없다..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날지만 몸통이 중심을 잡아줘야 날 수 있다. 자유민주국가를 표방하는 이 나라에서 새의 몸통에 해당하는 것이 자유다. 그렇기 때문에 자유를 기본전제로 인정해야 건전한 좌우 논쟁이 가능하다. 자유를 논하며 반(反) 자유를 논하는 것은 새의 몸통 자체를 찌르는 행위다. 바로 ‘망국’이다. /황단비 경제진화연구회 회원
(이 글은 자유경제원이 17일 개최한 ‘생각의 틀 깨기’ 청년 편 제3차 세미나 『새는 좌우날개로 날지만 한 방향으로 간다 - 청년이 이야기하는 ‘좌우날개’ 논리의 허구』에서 황단비 경제진화연구회 회원이 발표한 발제문 전문입니다.)
[황단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