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유 노 탄핵. 스칼렛 요한슨은 분명 영화 공각기동대의 홍보를 위해 방한했거늘, 한국 기자로부터 다짜고짜 튀어나온 질문은 한국의 탄핵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것이었다.
잘 모르는 정치 이슈라 해도 적당히 분위기 맞춰주려고 다수가 원하는 정답을 이야기하며(이 경우 탄핵 지지와 대통령 비난) 박수받는 것이 한국식 정서라지만, 스칼렛 요한슨은 이를 거부하고 잘 모르는 주제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지 않다며 확실히 선을 그었다. 자기를 정치 문제로 끌고가지 말라는 요청과 함께.
그렇게 입장을 분명히 밝혔거늘, 위대한 한국 언론들은 기어코 그녀를 선전도구로 이용해버렸다.
영화에 등장하는 투명슈트를 실제로 가지고 있다면 뭘 하겠느냐는 질문에, 청와대에 가서 스칼렛 요한슨 본인이 잘 모르는 탄핵 사건에 대해 공부하고 와서 아까 기자에게 탄핵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알려주겠다고 대답했는데, 이걸 비틀어버렸다.
"스칼렛 요한슨, 투명슈트 있다면 청와대에 잠입해..." 따위의 자극적인 제목으로.
스칼렛 요한슨은 영화 공각기동대의 홍보를 위해 방한했지만 한국 기자로부터 튀어나온 질문은 한국의 탄핵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것이었다./사진=공각기동대 고스트인더쉘 스틸컷
스칼렛 요한슨이라는 개인은 정해진 답을 가지고 정치를 소비하는 한국인들에게 잡아먹히고, 이용당하고, 왜곡당했다.
그녀가 설령 탄핵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더라도 '개념 배우', 또는 '논란 배우'로 포장되어 가십거리로서 소비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이를 피하기 위해 탄핵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음에도, 한국인들은 어떻게든 언론으로부터 원하는 답을 듣고야 말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스칼렛 요한슨이 홍보하려고 온 영화 공각기동대의 원작은 "개인성이 상실된 사회"를 주요 토픽으로 다루고 있다. /우원재 자유기고가
[우원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