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최주영 기자]금호아시아나그룹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금호타이어 인수와 관련한 공개 질의서를 보냈다. 지난 28일 산업은행이 컨소시엄 허용 안건을 부결시킨 데 따른 명확한 입장을 듣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29일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산업은행에 공개 질의한 내용은 두 가지다. 우선 산은이 전날 컨소시엄 허용 안건은 부결하고 대신 자금조달 계획을 제출하면 컨소시엄 허용 여부를 재논의 하는 것을 가결한 것과 관련해 컨소시엄 허용을 수락한다라고 봐도 되는 것인지를 질의했다.
또 산업은행이 더블스타에게 보낸 확약서 때문에 박삼구 회장에게 컨소시엄을 허용하면 피소 가능성이 있어 불허한다는 입장이었는데, 재논의에 앞서서 더블스타로 보낸 확약서를 취소한다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문의했다.
금융권 등에 따르면 확약서는 우선매수권자인 박 회장이 '우선매수권을 3자에게 넘기거나 3자와 함께 권리를 행사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은 지난 1월 6일 예비입찰 심사에 참여한 더블스타를 비롯한 5개 업체에 확약서를 전송한 이후 ‘컨소시엄 불허’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산업은행이 금호그룹과 교환한 약정서를 보면 ‘금호타이어 우선매수권은 주주협의회와의 사전 서면 승인이 없는 한 제 3자에 양도할 수 없다’는 내용이 작성돼 있다. 박 회장 측은 약정서를 바탕으로 “주주협의 서면승인이 있으면 컨소시엄 구성이 된다는 것”이라며 컨소시엄 허용을 주장해 왔다.
결국 '컨소시엄 구성을 위한 자금 조달 계획안을 마련해 오면 허용해주겠다'는 산은의 결정이 더블스타가 알고 있는 확약서 내용과 다른 상황에서 소송 가능성이 제기되며, 이를 감수하고서라도 자금조달안을 잘 만들어오면 확약서를 취소할 것인지를 묻는 것이다. 산은이 더블스타와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 이상 박 회장에게 컨소시엄을 허용하면 더블스타에서 '불공정 계약'을 빌미삼아 채권단에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 산은이 확약서를 보내기 전 주주협의회 차원의 공식 안건 부의를 거치치 않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우선매수권 제3자 양도 컨소시엄 구성 관련 주주협의회 안건이 논의된 것은 얼마전 올라가기 전까지는 전체 채권은행이 다 모여서 논의한 적은 없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산은이 24일 ‘박 회장이 자금 조달 방안을 가져오면 재논의하겠다’는 안건을 추가한 것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반면 산은은 확약서와 관련해서는 함구로 일관하고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우선매수권 계약 내용 자체가 '박삼구 회장과 박세창에 한정된다는 것'”이라며 “더블스타와 글로벌 기업들도 해당 내용대로 알고 입찰에 들어왔는데 이제와서 바꿀 수 있다는 것이냐”며 반문했다. 결국 금호타이어 컨소시엄 방식 허용에 대한 매각룰을 변경할 수 없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박 회장 측의 주장과 달리 산은은 오는 19일까지 금호 측이 자금조달안을 마련하지 않을 경우 더블스타와 매각을 진행하겠다고 통보했다.
금호타이어 매각은 어떤 결론이 나오든 산은이 소송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게 재계와 금융권 안팎의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산은이 컨소시엄 허용할 경우 더블스타 측의 문제 제기에 당면할 것이고, 그렇다고 허용 불허하면 금호아시아나그룹 측이 ‘절차상 하자’를 근거로 내는 소송에 휘말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최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