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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이 슈퍼갑?"…재개발·재건축 수주 건설사의 고민

2017-03-30 13:45 | 조항일 기자 | hijoe77@mediapen.com
[미디어펜=조항일 기자] 재건축과 재개발 등 정비사업 시장의 판도가 바뀌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정비조합이 대형 건설사들을 잡기 위해 노력했지만 요즘은 반대의 현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사업성이 높은 단지는 건설사들의 수주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조합의 요구사항이 더 늘어나는 등 이른바, '갑을(甲乙) 관계'가 바뀌고 있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시공사 선정이 예상되는 재개발·재건축 단지는 70곳으로 지난해(77곳)보다 조금 줄어들 전망이다.

물량이 줄어든데다 분양시장마저 침체양상을 보이면서 재개발·재건축 단지 중에 사업성이 높은 이른바, '알짜단지' 일감 확보를 위한 건설사들의 수주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분양시장이 침체를 보이고 있다고 해도 강남이나 과천 등 입지가 좋은 재개발·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수요는 꾸준해 사업성이 담보되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일부 유망단지의 경우 조합에서 선정됐던 건설사들과 계약을 해지하고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하는 건설사와 재계약하는 사례가 빈번해지고 있다. 때문에 아쉬울 게 없어진 조합들이 건설사를 상대로 일종의 '갑질'을 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얼마전 서울 서초구 방배5구역 주택재건축조합은 총회를 열어 GS건설·포스코건설·롯데건설과 지난 2014년 체결했던 시공계약을 해지하는 안건을 처리했다. 

조합운영비 지급과 대출금에 대한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지급보증 등의 문제로 불거진 갈등이 계약해지로 이어진 것이다.

시공사 측은 "조합의 조건을 대부분 수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결과가 나왔다"고 하소연했다. 시공사측은 조합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등 법적 소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대우건설이 사업자로 선정된 과천주공1단지도 지난 1월 시공사 교체의 진통을 겪었다.

당초 이 단지는 포스코건설이 시공을 맡기로 했지만 설계 변경과 공사비 등 문제로 갈등이 커지면서 조합 측이 계약을 해지해 버렸다. 

과천주공1단지를 품은 대우건설은 그러나 또 다른 난관에 직면하고 있다. 다음달(4월) 분양 예정인 과천주공7단지(7-1단지) 조합이 1단지에서 사용할 '푸르지오 써밋' 브랜드를 적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써밋'은 대우건설이 강남권 재건축 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도입한 이른바, 고급 브랜드이다.

7-1단지 조합은 위치나 규모면에서 1단지와 별로 차이가 없다고 주장하면서 써밋 브랜드 사용을 허가하지 않거나 하이브랜드를 제시하지 않을 경우 시공사 교체 등 강경책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대우건설 관계자는 "써밋 브랜드 사용을 1단지로 제한한다는 기존의 입장은 변함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조합 측의 입장은 전혀 다르다. 시공사와 계약 해지 문제를 '갑질 횡포'로 몰아붙여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한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내년 부활할지도 모르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로 예민해진 상태에서 일부 시공사들이 계약 이행을 제대로 하지 않는 등의  사례가 있다"며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대한 부가가치가 상당한 상황에서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시공사와 계약 이행을 하려는 조합이 어디 있겠는냐"고 반문했다. 

과천주공1단지 재건축 수주 건설사별 계약 조건.


사업을 수주해야 하는 건설사들의 입장도 난처하기는 마찬가지지만, 최근에는 분양보증도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아파트 분양가를 책정하는 과정에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보증을 받아야하는데, 거절되는 사례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조합 입장에서는 일반분양가를 높여야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만큼 분양가를 놓고 시공사와 많은 차이를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라면서도 "건설사 입장에서는 분양가를 낮추더라도 사업을 계획대로 추진하는 것을 더 선호할 수 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하지만 사업 수주를 위해 건설사들이 무리하게 '제살깎기' 경쟁을 하는 것도 스스로 되돌아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 관계자는 "분양시장 침체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건설사들에게 남아 있는 내수시장은 재개발·재건축이 사실상 유일한 상황"이라며 "그렇다고 하더라도 조합이나 건설사 모두 '윈윈(Win-Win)'할 수 있는 공정경쟁의 룰을 지키는게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미디어펜=조항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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