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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시위 불법야간 집회 방치...시민들 소음공해 괴롭다

2014-03-31 16:36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 박주희 바른사회시민회의 사회실장
집회시위를 바라보는 두 가닥 시선은 언제나 평행선을 그린다. 5년 전 집시법 10조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자 한 쪽에선 야간집회시위의 전면 허용으로 해석했다. 다른 쪽에선 ‘일출 전, 일몰 후’라는 금지시간대가 모호하니 명확한 기준을 정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지금도 그 간격은 좀체 좁혀지지 않는다. 며칠 전 헌재는 집시법의 같은 조항에 대해 한정 위헌 결정을 내리며, 해가 진 후부터 같은 날 24시까지의 시위는 허용하라고 밝혔다. 이에 여전히 집회시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결정이라는 주장과 야간집회의 폭력성 또는 소음공해를 우려하는 의견이 엇갈린다. 야간 집회의 허용시간대를 두고 사회 전체가 들썩이며 날카롭게 대립각을 세우는 나라가 또 있을까. 헌재가 시한까지 못 박으며 법 개정을 촉구함에도 몇 년째 거들떠보지도 않는 국회가 정상적인 입법기관이라고 볼 수 있을까.

집회시위의 무조건적 자유를 주장하는 측은 해외 사례를 들며 야간집회 전면 허용을 주장한다. 영국과 독일, 일본, 미국, 캐나다, 스페인 등은 집회시간대에 제한은 없다. 다만 이들 선진국의 집회시위 문화와 경찰의 제재 재량권에서 우리와는 많은 차가 있다. 법 테두리 내에서 집회가 이뤄져야 함은 당연하고, 주민의 휴식권-보행권 침해여부를 기준으로 경찰이 집회 해산까지 명할 수 있다. 폴리스라인을 넘은 국회의원에게도 단호하게 수갑을 채우는 장면은 선진국의 법질서에 대한 인식을 방증한다.

반면 한국은 집회시위대가 무소불위 ‘시위권력’을 휘두르고 있다. 폴리스라인쯤은 아무렇지 않게 여기고 경찰에 욕설-폭력을 퍼부으며 시위대의 스피커 소음 기준은 있으나마나다. 공공질서를 해치는 집회에 조금이나마 제재를 가하려면 바로 ‘집회자유를 억압하냐’며 손가락질하고, 시위대의 공권력 훼손을 우려하면 ‘공안정국을 원하냐’며 되받아친다.

요즘 우리사회를 보면 개개인은 조용한 시민들도 집단에 들어가면 무자비해지는 경우를 자주 접한다. 소심한 개인과 목소리 큰 집단만 존재한다. 집단주의의 맹점이다. 차이를 차별로 오해하고,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고, ‘내편이냐 네편이냐’며 편 가른다. 자신과 다른 집단은 매장시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이러한 잘못된 집단주의가 집회시위와 만날 때 위험해진다. 다수가 떼법 집회와 불법폭력 시위를 묵인-방조하고, 집회의 자유를 악용해 무소불위 시위권력으로 둔갑한다.

집회시위에 대한 관점은 국회에서도 갈라진다. 야간옥외집회 금지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18대 국회는 야간 옥외집회 금지 규정 자체를 삭제하자는 민주당과 집회 허용 시간에 제한을 두자는 새누리당이 팽팽히 맞섰다. 결국 상임위 논의조차 흐지부지 되어 집시법 개정안들은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19대 국회에 들어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논란이 커질 불씨는 아예 건드리기를 겁낸다. 국회의 입법권을 스스로 포기한 직무유기다.

   
▲ 헌재가 집시법에 대해 한정위헌 판결을 내리고, 자정이후의 시위에 대해 입법부가 개정안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하지만 촛불시위 등 불법폭력시위는 야간에 버젓이 열려 시민들의 소음고통도 커지고 있다. 국회는 조속히 헌재의 한정위헌 결정을 무겁게 받아들여 야간집회 제한에 대한 법개정을 서둘러야 한다. 좌파시민단체들이 청계광장에서 밤늦도록 촛불시위를 벌이고 반정부 투쟁을 벌이고 있다.

국회의 법 개정이 늦어지자 그동안 촛불시위 등 야간 옥외집회 재판의 선고도 중단됐다. 법원이 헌재에 해당 법조항의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는 사건도 잇달았다. 법 공백으로 판결을 내릴 기준이 모호해진 것이다. 법조항은 효력을 잃었지만 후속 법개정이 안 되니, 집회시위 현장에서도 혼란이 크다. 집회시위 참가자는 집회허용시간이 무한대라고 판단, 시위를 계속함으로써 일반 시민들은 새벽까지 이어지는 소음에 시달리는 상황이다. 공공의 질서를 책임지는 경찰도 법조항이 효력을 상실해 우왕좌왕하고 있다.

실제로 야간집회는 2009년 6월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 후 꾸준히 증가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10년 1665회 ′11년 2085회 ′12년 2470회로 집계됐다. 경찰력을 대비시킨 전체 집회시위 중 야간집회의 비중도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야간집회시 소음 피해도 심각하다. ′10~′12년간 소음 민원을 분석해 보면, 야간집회 중 소음민원 신고율이 전체 집회시 신고율보다 2배 이상 높았다. 야간집회가 폭력행사로 변질되는 것도 문제다. 불법폭력집회 절반가량이 야간에 이뤄졌다.

이런 상황에서 집시법 위반자에 대한 사법부의 처벌은 어떠한가. ’10년~’12년 3년간 집시법 위반으로 법원판결을 받은 사람은 1260명이지만, 이중 징역형 또는 금고형(자유형) 선고는 단 2명에 불과했다. 집시법 위반자에 대해서는 주로 재산형 즉 벌금형으로 처벌한다. 벌금형 판결 비율은 ’10년 51.1% ’11년 66.0% ’12년 58.4%이다. 재산형과 선고유예 판결율을 합하면 ’10년 58.3% ’11년 77.5% ’12년 81.4%로 상승한다. 솜방망이 처벌이라 볼 수 밖에 없다.

‘불법에 대한 비용’이 ‘불법으로 얻는 효용과 이익’을 훨씬 초과하지 않는 한, 우리사회에 작은 갈등-마찰이 발생할 때마다 ‘불법의 해방구’는 끊이지 않을 것이다. 현재 집시법 위반자에 대한 법원 판결은 ‘비준수 비용’보다 ‘비준수 이익’이 훨씬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한정위헌 결정으로 헌재는 자정 이후의 시위에 대해 다시 국회에 입법장치 마련을 주문했다. 현재 집회시위 허용시간을 두고 벌어지는 사회 혼란과 갈등을 직시하고, 하루속히 집시법 개정 논의를 진지하게 시작할 것을 국회에 촉구한다. /박주희 바른사회시민회의 사회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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