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홍샛별 기자]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 공여 혐의에서 벗어 남에 따라 SK하이닉스의 도시바 인수 추진이 더욱 본격화될 전망이다.
지난 17일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국정농단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신동빈 롯데 회장과 달리 최 회장을 무혐의 처리했다. 이에 따라 지난 4개월 동안 최 회장의 발목을 잡던 출국금지 조치가 곧 해제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 회장은 지난해 12월 박영수 특별검사팀 조사로 출국금지 명령을 받았다. 이로 인해 중국 보아오포럼에 참여하지 못했고, 혼돈으로 치닫는 도시바 인수의 파트너사를 구하는데도 어려움을 겪었다.
업계에서는 이처럼 글로벌 경영 방해 요소를 털어 낸 SK그룹이 ‘반도체’, ‘정보통신기술(ICT)’, ‘에너지·화학’ 등 3대 미래성장동력에 대한 공격적 투자 및 사업 확대를 진행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우선 과제로 꼽히는 것은 도시바 반도체사업부 인수다. 지난달 29일 진행된 도시바메모리 1차 입찰에는 글로벌 10여개 회사가 참여했다. 그중 SK하이닉스, 미국 반도체 기업인 웨스턴디지털과 브로드컴, 대만 홍하이정밀공업(폭스콘) 등 4개 기업이 유력 인수 후보로 주목받고 있다.
도시바 반도체사업부는 낸드플래시 부문에서 글로벌 점유율 2위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SK하이닉스는 해당 시장에서 5위 수준에 그친다. 만일 SK하이닉스가 도시바를 품에 안으면 단숨에 해당 분야에서의 확고한 경쟁력을 갖출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다만 1차 입찰서 경쟁사들보다 10조원 이상 많은 3조엔(약 31조원)을 베팅하는 등 홍하이의 광폭 행보는 위협 요소 중 하나다. SK하이닉스는 1차 입찰에서 해외 투자자 등과 손잡고 약 20조원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최 회장의 인수 의지가 확고한 만큼 본입찰에서는 가격을 대폭 상향 조정할 가능성까지도 점쳐지는 상황이다.
최 회장은 최근 "현재 진행되는 도시바 입찰(1차 입찰)은 구속력 없는 논바인딩(Non-binding) 입찰이기 때문에 금액에 큰 의미가 없다"라며 "본 입찰 때에는 달라질 것“이라고 강한 인수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출국 금지 해제 이후 최 회장이 풍부한 해외 네트워크를 기반 삼아 일본과 미국 등을 오가며 인수전에 동참할 우군을 확보하는 일에 주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과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역시 추가 투자 파트너 물색에 힘을 쏟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한 관계자는 ”최 회장은 2011년 적자 상태였던 하이닉스를 인수해 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돌려세운 경험이 있다“며 ”최 회장의 인수 의지가 확고한 만큼 인수에 도움을 줄 글로벌 파트너사 확보 작업에 속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도시바는 다음달 본입찰을 진행한 뒤 개별 협상과 실사를 거쳐 늦어도 6월 말까지는 우선 협상 대상자를 선정한다는 계획이다. 매각 완료 목표 시점은 내년 3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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