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문재인 정부의 1기 조각 인선이 ‘위장전입’이라는 걸림돌에서 난항을 겪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는 물론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도 모두 정책과 능력 검증보다는 도덕성 검증에서 먼저 발목이 잡혔다.
대선후보 시절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5대 비리자 고위공직 배제’의 그물망을 촘촘히 하면 빠져나갈 인사가 한명도 없어보인다.
이런 가운데 먼저 인사청문회가 끝난 이낙연 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준이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3당이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을 위해 오는 31일 청문특위 전체회의를 열기로 30일 합의한 것이다.
현재 야당 가운데 국민의당은 이날 대승적 차원의 협조를 하기로 결정했고, 바른정당은 ‘반대 당론’으로 중지를 모았으나 의원들이 자율적으로 투표를 하기로 했다. 자유한국당만 이 논의에 빠진 상태로 보수 야당의 대승적 결단이 필요해보이는 시점이다.
새 정부의 인사청문회에서는 과거 현재 여당이 그랬던 것처럼 앙갚음하려는 듯한 태도는 사라져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특히 현재 보수 야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생긴 7개월간 국정공백을 최소화해야 하는 책무도 있다.
국민의 선택을 받아 탄생한 새 정부가 정국을 운용할 새로운 진용을 꾸리는데 제1야당도 협조할 것은 적극 협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합리성과 안정성을 추구하는 보수정당의 정체성은 국가위기 때 드러나기 마련으로 보수 시민사회에서는 “보수정당이 안보만 외치지 말고 정치권에서 협치의 진수를 보여야 할 것”이라는 평가가 흘러나왔다.
과거 노무현 정부,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의 초대 총리가 국회에서 인준받는데 30일 이상 걸렸던 일을 관례처럼 이어갈 필요도 없다. 박근혜 정부에서 무려 4명의 총리 후보자들이 줄줄이 낙마했던 구태도 보수정당이 되풀이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낮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여야 5당 원내대표와 첫 오찬 회동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의당 노회찬·바른정당 주호영·자유한국당 정우택, 문 대통령, 더불어민주당 우원식·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사진=연합뉴스
더구나 이낙연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아들의 군복무 특혜 의혹과 관련해서는 적극 설명하고 해명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들의 건강 상태가 군복무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설명을 하면서도 위장전입에 대해서는 이를 인정하고 고개 숙여 사과한 바 있다.
이낙연 총리 후보자 인준을 위해서는 더불어민주당(120석)과 국민의당(40석)만 찬성해도 과반을 넘길 수 있다. 국무총리 임명동의안 처리에는 국회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 찬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자유한국당(107석)이 완강히 반대한다고 하더라도 바른정당(20석)도 찬성으로 돌아서면 일부 이탈표가 나온다 하더라도 너끈히 통과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5대 비리’라는 큰 원칙 아래 구체적인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령 투기를 목적으로 한 위장전입과 한때 중산층 이상 가정이라면 누구라도 했던 자녀 학교입학을 사유로 한 위장전입은 포함시키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앞으로 고위공직에 내정되는 사람들의 연령층을 살펴볼 때 2005년 이후에는 사실 해당 사항이 별로 없으니 연도를 기준삼아도 된다.
문 대통령도 전날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이번 논란과 관련해 “인수위가 없어 공약을 구체화할 계기를 마련하지 못했으니 지금이라도 공직에 배제시킬 5대 비리에 대한 상세 기준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한편, 문 대통령이 강조한 위장전입, 논문표절, 부동산투기, 병역면탈, 세금탈루 등 5대 비리는 역대 인사청문회마다 논란이 됐던 대표적인 우리 사회의 폐습이다. 특히 위장전입은 이 총리 후보자 외에도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도 해당되는 것으로 볼 때 비리를 행한 목적을 따져보는 것이 필요하다.
다만 김상조 후보자의 경우 부인의 취업특혜 의혹이 보태졌고, 강경화 후보자는 “친척집에 위장전입했다”고 말한 탓에 거짓말 논란까지 휩싸였으니 나머지 고위공직자 인준은 앞으로 국회에서 펼쳐질 청문회를 지켜봐야 할 필요가 있어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