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백지현 기자] 한국은행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한은은 지난해 6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한 후 현재까지 1.25%로 동결해왔다. 그러나 미국이 정책금리를 지난 3월에 이어 또 다시 인상하면서 한은의 금리인상 압박이 커지고 있다.
한은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장기간 저금리 정책으로 경기를 부양해왔지만, 가계부채가 급증하는 부작용을 초래했다. 현 상태에서 금리가 올라가면 저신용‧저소득을 중심으로 취약차주의 이자 부담이 커져 가계부채 부실화 위험이 더욱 커진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금리를 동결할 수만도 없는 애매한 상황에 직면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14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면서 한미 간 기준금리가 같아졌다. 한은이 금리를 동결하고 연준이 금리인상을 단행하면 2007년 이후 10년 만에 한미 간 금리 수준이 역전된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를 의식한 듯 지난 12일 “경기회복세가 지속되는 등 경제상황이 보다 뚜렷이 개선될 경우에는 통화정책 완화 정도의 조정이 필요할 수 있다”며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처음 언급했다. 하지만 정부의 경기 부양정책과 충돌할 우려가 있어 선뜻 인상카드를 내밀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시장에선 이번 금리인상이 이미 예상된 결과로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미국의 추가인상으로 금리가 역전되면, 외국인 투자자금이 금리가 높은 미국으로 빠져나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연준은 하반기 한차례 더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고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금리인상 시기가 한층 앞당겨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당장 한은이 금리인상을 단행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다. 가장 큰 이유는 14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 때문이다.
올해 1월 말 가계부채는 1359조7000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금리가 인상되면 채무상환 부담이 더욱 커지고, 이는 가계지출 감소로 이어져 소비를 위축시킬 수 있다. 한은에 따르면 가계대출 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연간 약 9조원의 이자비용이 추가로 발생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미 간 금리역전 시기를 고려해 언제까지 금리를 현 수준으로 동결할 수만은 없을 것”이라며 “8월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 발표가 이뤄지면 본격적인 금리인상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