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응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 |
공기업 개혁의지도 중요하나 실효성있는 수단이 더 중요
모두들 공공부문의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또 일부에서는 공공부문은 그 특성상 개혁이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연초 박근혜 대통령은 시정연설을 통해 공기업 등 304개에 달하는 공공부문의 개혁을 공언하였다. 현오석 경제부총리도 정보공개 확대, 부채관리 강화, 방만경영 개선 등 공공부문의 정상화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분명 개혁의 의지는 확고하다. 그러나 공공부문 개혁은 의지도 중요하지만 실효성 있는 수단이 더 중요하다. 과거 어느 정부도 공공부문 개혁을 내세우지 않은 적이 없지만 실제 용두사미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던 것도 그 핵심적 수단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 만큼 공공부문 개혁은 쉽지 않은 일처럼 보인다.
제대로 된 낙하산이라면 조직 새바람과 조직활력 가져와
공공부문 개혁의 근본적 대책은 어떤 CEO를 임명하느냐에 달려 있다. 유능한 CEO가 개혁에 대한 소신을 갖고 내 기업이라는 막중한 책임의식 하에서 몸을 던질 때만 산적한 조직 내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사실 CEO의 임명은 낙하산, 내부승진, 외부인사 발탁 등 어떤 형식에 구애받을 필요는 없다. 흔히 낙하산의 병폐를 지적하지만 제대로 된 낙하산이라면 조직에 새바람을 불어넣을 수 있어서 조직의 활력을 높일 수 있다. 내부든 외부든 개혁에 대한 열정과 소신을 갖고 있는 능력인사를 발굴하는 것이 핵심이고, 그런 측면에서 반드시 필요한 인사가 있다면 삼고초려를 해서라도 모셔오는 것이 필요하다.
▲ 공공부문 개혁은 주인의식을 가진 유능한 CEO를 임명하는 게 중요하다. 공정성에 치중하기보다 제대로 된 인사를 기용해서 책임경영을 하도록 해야한다. 현행 임기 3년 단임시스템으로는 산적한 현안을 해결할 수 없다. 경영실적이 좋으면 두번, 세번연임도 시켜서 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토록 해야 한다. 정권따라 물갈이관행도 곤란하다. 현오석 부총리가 최근 경제장관회의를 열어 공기업부문 개혁을 강도높게 추진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
그러기 위해서는 현행의 CEO 임명시스템을 바꿔야한다. 즉 한번 임명되면 개혁과 경영성과가 있든 없든 임기가 3년 단임으로 끝나는 시스템으로는 안 된다. 또한 CEO 자리를 전리품처럼 배분해서도 안 된다. 방만 경영의 이면에는 임기동안 골치 아픈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적당히 덮고 끝내자는 인식이 만연해있다. 열정과 소신에 대한 인센티브가 없는데 어느 누가 욕먹고 앞장서겠는가. 임기동안 환심만 사고 떠나면 그만이다는 식의 현행구조에서는 개혁이 요원하다. 지금까지 공공부문의 문제가 바로 임기동안만 편하게 지내자는 CEO의 무사안일의 태도에 기인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결국 정부는 유능한 인물이 공공부문의 CEO를 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서 이들이 성과를 낸다면 3년 임기만 마치고 퇴출되는 것이 아니라 연임하여 장기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인센티브가 없다면 3년 임시직에 소신을 갖고 개혁을 추진할 것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유능한 CEO를 영입하기 위해서는 후보자의 능력을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과 보상체계를 보다 정교하게 구축해야 한다. 해당 분야의 전문성과 비전을 갖고 있는지, 조직 개혁은 어떻게 해나갈 것인지 까다롭게 검증하고, 그 결과를 냉철히 평가해야 한다. 또한 성과에 따른 파격적인 보상시스템도 필요하다. 위원회를 만들어 3배수를 추천해 임명권자가 그중에서 낙점하여 공정성을 보장한다고 한다. 하지만 공정성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적임자를 뽑는 것이 더 중요하다.
공정성보다 적임자 뽑는 게 중요, 정권따라 물갈이관행도 곤란
정권이 바뀌면 CEO를 물갈이하는 관행도 곤란하다. 아무리 능력 있는 인사라 하더라도 정권에 따라 수시로 바뀐다면 조직의 개혁이나 발전은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어차피 바뀔 경영자에게 어느 직원이 소신을 바쳐 보필할 것이며, 어느 근로자들이 믿고 협력하겠는가. 경영에 잘못이 있으면 교체하는 것이 맞지만, 유능하고 경영실적도 좋은 CEO라면 두 번, 세 번 연임시키는 것이 맞다. 공공부문 개혁의 정점에 서 있는 것이 CEO라면 경영성과에 따른 연임을 보장하고 근로자의 임금과 대우 등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함께 주는 강력한 인센티브 시스템이 필요하다.
그리고 정부는 외부의 청탁과 압력에 굴복하지 않는 CEO가 철저히 보호받도록 방호막이 되어야 한다. 이렇게 해서 모든 기관들을 차별화시켜 나가는 전략을 쓰지 않는 한 어떠한 개혁노력도 모두 공염불이 될 것이다. 이것이 바로 공공부문의 비정상을 정상화시키는 길이다. 어차피 정치적으로 민영화가 불가능하다면 주인의식을 가진 소신 있는 대리인을 임명해서 경영성과를 통해 연임과 권한강화라는 인센티브를 부여함으로써 책임경영을 하도록 만드는 것이 차선책이다.
정부는 외부청탁 압력 굴하지 않는 CEO 보호해야
노사관계의 책임은 노와 사 반반의 책임이다. 사실 사용자가 반 이상의 책임을 진다. 특히 CEO가 얼마나 법과 원칙에 따라 소신 있게 밀고 나갈 수 있는지가 노사관계 안정의 핵심이다. 이를 위해서는 제대로 된 CEO를 뽑고, 이 CEO가 충분히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책임과 권한을 주어야 한다. 3년의 호구지책 선물을 받았으니 적당히 지내자는 식으로는 공공부문의 개혁은 절대 불가능하다. / 이동응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