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한기호 기자]정부조직 개편안과 추가경정예산(추경)안 갈등을 간신히 벗어난 여야가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를 비롯한 정책을 둘러싼 대결 국면에 들어가게 됐다.
여야는 전날(22일) 국회 본회의에서 추경안 등 처리를 마무리하고 나서야 7월 임시국회 회기를 '7월 4일~22일'로 뒤늦게 결정하는 등 숨가쁜 제도권 내 투쟁을 마무리했다.
당분간 원내는 소강상태가 되겠지만, 여야가 정부조직·추경 정국에서조차 100대 과제에서 비롯한 정책을 놓고 여론전을 벌인 만큼 향후 공방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정책 전반을 '포퓰리즘 독재'로 규정하고 야권 대(大) 연대로 막자는 주장마저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현재 정국의 쟁점 현안으로는 '부자증세'가 떠올랐다. 여권은 지난 21일 문재인 대통령과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앞장서 "초고소득층과 초대기업"을 대상으로 한 증세 논의에 불을 지폈다.
이에 자유한국당은 21일 강효상 대변인 논평을 통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OECD 회원국 중 법인세율을 인상한 국가는 5개국에 불과하며 18개국은 오히려 인하했다"며 "세계적 추세에 역행한다"고 비판했다. 또한 "부자들이 합당한 세금을 내야 한다는 것에 반대하지 않지만 이미 고소득층 증세가 여러 차례 이뤄져 왔다"며 "조세형평차원에서 미과세자에 대한 대책도 마련돼야 한다. 현재 소득세를 한푼도 내지 않는 계층이 47%"라고 부연했다.
반면 부자증세를 적극 옹호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박지원 국민의당 의원은 같은날 BBS라디오에 출연해 "100대 국정과제가 발표됐을 때 제가 법인세 인상 등 부자증세를 하지 않고는 실현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며 "(증세는) 당연한 일"이라고 했다.
정부조직 개편안과에 이어 추가경정예산(추경)안 갈등까지 간신히 마무리한 여야가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를 비롯한 정책을 둘러싼 국면에 들어가게 됐다./사진=미디어펜
북한 정권의 무시로 21일 한 차례 무산된 남북 군사회담에 대해 야3당이 동시에 정부에 날을 세우기도 했다. 강효상 한국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국제사회는 북한의 안하무인격 핵개발 태도에 대북제재 공조를 강화하는 실정"이라며 "북한을 향한 일방적인 짝사랑은 버리라"고 했다.
전지명 바른정당 대변인은 "거절당한 군사당국회담에 미련두지 말고 사드 배치나 서두르라"고 밝혔고, 손금주 국민의당 수석대변인은 "베를린 구상 성과에만 집착해 지나치게 서둘러 제안한 결과"라고 지적하면서 북측에는 "이산가족상봉에는 응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문 대통령이 19일 국정운영 5개년 계획 및 100대 국정과제를 발표한 이래 야3당의 비판이 잇따르기도 했다. 같은 주요 방송사 생중계 방식으로 '야당의 반론권을 보장하라'는 요구도 있었다.
19일 한국당 정책위는 소상공인 보호 강화와 제조업 부흥전략 수립, 유턴기업 유치·지원제도 개편 등에 찬성한다면서도 ▲공공부문 비대화와 조세 부담 ▲원전 졸속중단 ▲대북유화정책 ▲정치보복성 과거사 재정립 등을 우려한다고 밝혔다.
국민의당은 20일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기 위한 청사진"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발표되자마자 입법 대책과 재정계획이 빠졌다는 지적이 쏟아진다"며 '협치 없이 좋은말 대잔치로 끝날 수 있다'는 취지의 논평을 냈다. 바른정당 정책위는 21일 100대 과제 총평에서 "솔직하지 않은 국정과제"라며 "증세없는 복지는 불가능하다고 국민에게 솔직히 말하라"고 촉구했다.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 정책 전반을 '포퓰리즘 독재'로 규정, 야3당이 통합 가능성도 열어두고 9월 정기국회 이전까지 "새로운 차원의 연대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마저 나왔다.
김용태 바른정당 의원은 21일 MBC라디오에서 "문 대통령은 국가가 모든 것을 다 해야 한다는 '국가주의', 대중을 동원해 어떤 반대파도 제압하겠다는 '대중주의'로 일관하고 있다"면서 "(집권 초기) 지금과 같은 포퓰리즘 독재를 동의한 게 아니다"며 이같이 밝혔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최저임금 대폭 인상 ▲탈원전 등을 대표적인 포퓰리즘 정책으로 꼽으며 "(야3당이) 작은 입장 차이로 서로 싸울 때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탈북 일가족이 중국에서 북송을 앞두고 음독자살한 사건을 계기로 북한인권법 이행 문제가 다시금 화두에 오르는 등 정책 공방이 확전 양상을 띠는 모습이다. 이종철 바른정당 대변인은 23일 "한국의 북한인권재단은 열 달이 넘도록 출범조차 못하고 있다"며 "민주당의 반대로 북한인권법이 통과되는 데만도 무려 11년이나 걸렸다. 야당일 때나 여당일 때나 북한 인권을 대하는 정부 여당의 태도에 정말 분노가 치민다"고 압박했다.
[미디어펜=한기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