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홍샛별 기자]삼성, 아마존, 구글 등 글로벌 IT 공룡들이 인공지능(AI) 세불리기에 나서면서 AI 비서 시장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
구글의 '구글 홈'(왼쪽)과 아마존의 '에코'(오른쪽). /사진=각 사 제공
미국 아마존은 최근 자사의 AI 비서 ‘알렉사’를 대만 HTC 스마트폰에 탑재하기로 결정했다.
알렉사는 음성인식으로 동작하는 AI 디지털 비서로, 아마존의 스마트 스피커 ‘에코’(Echo) 등에 적용됐다. 똑똑한 알렉사 덕에 에코는 전 세계적으로 510만대에 달하는 판매량을 달성하며, 아마존을 AI스피커 시장 선두 자리에 올려놓았다.
알렉사가 스마트폰에 탑재되면 세계 AI 스피커 시장에 머물던 아마존의 지배력이 스마트폰 AI 시장까지 전이될 가능성이 크다.
AI 자체가 인터페이스의 혁신으로 여겨지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또 아이폰의 시리, 구글의 어시스턴트 보다도 높다는 평가를 받는 알렉사의 수준도 이 같은 기대감을 뒷받침한다.
구글은 백색 가전에 AI 서비스 유전자를 이식한다는 전략이다. 이 같은 대업을 위해 구글이 택한 파트너사는 국내 가전 업체 LG전자다.
구글은 앞서 LG전자의 초프리미엄라인 ‘시그니처’에 자사 인공지능 스피커 ‘구글 홈’을 연동시킬 계획을 밝혔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구글 홈’에 대고 “공기 청정기를 켜줘”라고 말하면 해당 기기의 작동이 시작되는 식이다.
즉 AI 스피커를 스마트 가전의 동작을 제어하고 모니터링 하는 홈 사물인터넷(IoT)의 허브로 삼으려는 의도다.
삼성전자는 아마존과 구글의 전략들을 모두 끌어안은 종합 전술로 시장 공략에 나선다.
아마존이 AI 스피커 시장의 지배력을 스마트폰 AI 시장으로 전이시켰다면 삼성전자는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높은 점유율을 무기 삼아 AI 스피커 시장에서의 빠른 성장을 이끌 전망이다.
그 중심에는 삼성전자가 독자 개발한 지능형 인터페이스 ‘빅스비’(Bixby)가 자리한다.
삼성전자의 '빅스비 보이스' 사용 모습 /사진=삼성전자 제공
지난 4월 갤럭시S8를 통해 모습을 드러낸 빅스비는 음성뿐 아니라 터치·카메라 등 다양한 입력 방식을 통해 정보를 받아들이고 사용자의 상황 및 맥락을 이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특징이다.
삼성전자는 빅스비를 기반으로 음성 인식 스피커를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베가(Vega)’라는 프로젝트 코드명 아래 개발에 한창인 이 스피커는 아직까지 구체적 기능과 스펙은 확정된 바 없지만, 삼성의 스마트 홈 및 IoT·TV 등을 지원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서는 이미 가전, TV 등 다양한 제품군을 갖춘 삼성전자이기에 AI 스피커가 출시되기만 하면 빠른 영향력 확대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높은 시장 점유율을 가진 삼성의 스마트폰은 AI 스피커가 홈 IoT 허브로 자리매김하는 데 서브 역할을 해 줄 가능성도 점쳐진다.
업계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의 키워드 중 하나가 ‘초연결성’이다”라며 “IT업체들이 산업 간 경계를 넘어서며 AI 비서의 외연확장에 나서는 이유도 융합과 협력을 통해 새로운 변화 속에서 AI 생태계 주도권을 잡기 위함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전 세계 AI 스피커 시장 규모가 2020년 21억달러(약 2조4200억원)까지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미디어펜=홍샛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