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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 할 말 했고, 이재영 생각 짧았고, 배구협회는 잘못했다

2017-08-08 10:28 | 석명 부국장 | yoonbbada@hanmail.net
[미디어펜=석명 기자] 한국 여자배구의 '기린아' 김연경(29, 상하이)이 후배 이재영(21, 흥국생명)과 대표팀의 척박한 현실을 질책한 발언이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김연경은 7일 오전 아시아 여자배구선수권대회 출전을 위해 필리핀으로 출국하기에 앞서 "이번 대회에는 이재영이 대표팀에 들어와야 했다. 팀에서도 경기를 다 뛰고 훈련까지 소화한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이번에 빠졌다. 결국 중요한 대회만 뛰겠다는 것 아니냐"며 실명까지 거론하며 이재영이 대표팀에 불참한 것을 비난했다.

이번 아시아선수권에 참가하는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은 엔트리 14명도 채우지 못한 채 13명으로 구성됐다. 김연경이 부상을 이유로 대표팀에 합류하지 않은 이재영을 탓한 기본적인 이유다.

또한 김연경은 "그랑프리와 아시아선수권까지 (대표팀이 치르는 경기가) 20경기가 넘는데, 주요 선수 6~7명만 계속 경기를 뛴다"며 원활하게 대표선수 수급이 되지 않는 여자배구의 현실에 불만을 털어놓았다. 이는 결국 대표팀 운영을 책임져야 할 대한배구협회가 행정적인 뒷받침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점을 질책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김연경과 이재영이 함께 뛰었던 지난 2016 리우올림픽 당시 여자배구대표팀. /사진=대한배구협회



김연경은 할 얘기를 했다. 

한국대표팀의 기둥인 김연경이 굳이 어린 후배 선수의 실명을 대며 직접적으로 비난할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걱정스러운 시선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대표팀 전력의 절반 이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월드스타' 김연경이 그동안 대표팀을 위해 어떤 노력과 헌신을 해왔는지 알기에 그가 작심하고 한 발언의 깊은 뜻을 헤아려야 한다. 김연경이 아닌 다른 누군가 이런 식의 얘기를 했다면 인신공격이나 감정을 앞세운 처신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배구팬들은 대부분 '김연경이 오죽하면 그런 말을 했겠는가'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재영은 생각이 짧았다.

김연경의 발언이 알려진 후 소속팀 흥국생명의 박미희 감독은 "이재영은 부상으로 재활 중이다. 8월초에야 공을 잡는 훈련을 시작했다. 빨리 대표팀에 합류하기 위해 재활에 집중하고 있고 20일쯤 합류할 예정이다"라고 해명했다.

또한 이재영은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무릎과 발뒤꿈치 부상으로) 아직 재활 중이고 배구공을 갖고 훈련한 지 일주일밖에 안 돼 지금 대표팀에 가면 부담만 줄 거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팀 훈련에 정상적으로 참가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갔던 것에 대해서는 "정상적 배구 훈련이 아니라 (재활로) 근육 강화가 잘되고 있다는 의미였는데 오해를 산 것 같다"고 해명하면서 "김연경 언니, 저도 답답해요. 언니 고생하는데 저도 당장 태극마크 달고 국가대표로 뛰고 싶어요"라는 착잡한 심경을 전했다.

이재영의 몸상태가 그렇다고 하더라도, 본인의 말처럼 대표팀 선배들이 고생하는 것을 잘 안다면 어떻게든 대표팀에 더 빨리 합류하도록 노력하고, 또 막내답게 몸이 좀 좋지 않아도 대표팀에 합류해 웜업존에서라도 선배들을 응원하겠다는 자세가 필요했다. 이재영의 생각이 짧았던 것이다.

배구협회는 명백히 잘못을 했다.

김연경의 발언이 파문을 일으키고, 이재영이 온갖 비난의 화살을 받고 있는 와중에도 배구협회는 아무런 입장 표명이나 사태 수습을 위한 성의있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

김연경이 불만을 폭발시킨 근본 원인이 부실한 대표팀 운영과 지원 때문이다. 대표팀은 지난 1일 그랑프리 세계여자배구대회를 마치고 귀국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또 아시아선수권에 출전하기 위해 출국했다. 다음달에는 일본, 태국에서 열리는 그랜드 챔피언스컵과 세계여자배구선수권대회 예선까지 기다리고 있다. 

어차피 꽉 짜여진 스케줄이라면 미리 대표팀 구성을 다원화 한다든지 예비전력을 준비해 선수들이 혹사 당하지 않도록 배려했어야 한다. 김연경과 대부분의 대표팀 핵심 선수들은 시즌이 끝난 후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잔부상을 달고 있는 선수들은 치료할 틈도 없이 계속 대회에 참가하고 있다. 와중에 비행기 비즈니스석 논란까지 불거졌다.

김연경이 누구며, 이재영은 누구인가. 대한민국 여자배구의 '현재'와 '미래'다. 이 소중한 자원들을 귀하게 여기며 보필하지는 못할망정, 선후배간에 감정의 골이 생기도록 만든 책임을 일을 잘 못하고 있는 배구협회가 져야 할 것이다. 

[미디어펜=석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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