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청와대가 10일 저녁 늦게 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을 옹호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하면서 의혹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정치권은 물론이고 과학계와 시민단체, 서울대 교수들이 일제히 반대하는 박 본부장을 임명한 청와대의 후속 조치가 밀어붙이기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청와대가 지난 7일 박기영 본부장 임명 발표 이후 각계의 반발은 거셌다. 3일째 논란이 가라앉지 않은 가운데 10일 박 본부장이 기자회견을 갖는다고 하자 일각에선 자진사퇴에 대한 기대도 있었다. 하지만 박본부장은 이날 “11년만에 사과를 할 수 있어서 후련하다”며 오히려 “기회를 달라”고 읍소했다.
이로써 지난 안경환 법무부장관 후보자처럼 기자회견 당일 저녁 자진사퇴 결정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되레 이날 저녁 청와대까지 지원사격을 하고 나섰다.
긴급 기자회견에서 청와대는 “박 본부장의 지난 과오와 함께 공적도 평가해야 한다”며 과거 노무현 정부의 정보통신·과학기술 분야의 발전을 내세웠다. 그러면서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IT와 과학기술 경쟁력이 후퇴했다”고 주장하면서 아무런 근거도 제시하지 못했다.
이런 청와대의 일방적인 주장이 나온 다음날인 11일에도 박 본부장에 대한 사퇴 요구는 끊이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에 가장 우호적인 정의당을 포함한 야당이 일제히 박 본부장에 대한 사퇴를 촉구하는 것은 물론 여당 의원들 중에도 문재인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특히 국민의당에서는 “박기영 본부장에 공과가 있다면 최순실에도 있다”며 “지명철회하지 않으면 추천한 장관을 해임 건의하는 방법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서울대 교수 288명도 박기영 본부장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서울대 교수들은 ‘박기영 교수는 과학기술혁신 본부장직에서 즉시 물러나야 한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내고 “만약 박 교수가 자리를 지킨다면 이는 황우석과 그 비호세력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이라며 “황우석 사태 이후 한국의 대학 사회, 학문 사회가 연구 윤리를 정립하기 위해 기울여온 노력을 송두리째 무시하는 것이며 한국 과학계에 대한 전면적인 모독”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날 환경운동연합, 환경정의 등도 공동성명서를 통해 “우선 황우석 사건이 한 과학자의 단순한 일탈행위가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이라며 “황우석 사건은 정부가 과학계와 민사회의 소통을 제쳐두고 막무가내로 밀어붙인 잘못된 과학기술정책이 빚어낸 참사”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단체인 시민참여연구센터도 같은 날 성명서를 내고 “황우석 사태와 당시 박기영 보좌관은 다른 것도 아니고 연구윤리 문제를 일으켰다”며 “연구윤리에서 발목 잡힌 이가 다음 세대를 위한 과학기술 혁신을 책임지겠다고 하는 것을 어느 연구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라고 비판했다.
‘차관급’ 인사를 두고 이 같은 전방위 사퇴 요구는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더구나 박 본부장은 문재인 정부에 우호적인 정의당의 일명 ‘데스 노트’에도 이름이 올라 있어 최종 청와대의 결정이 주목된다.
한편, 박 본부장의 인사를 계기로 청와대 인사추천실명제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이던 지난 3월 인사추천실명제를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인사 결정의 전 과정을 기록으로 남겨 밀실인사가 감히 발붙이지 못하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날 청와대 측은 박 본부장을 추천한 인사가 누구인지 밝히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
청와대의 고위 관계자는 11일 기자의 질문에 “굳이 추천자를 밝혀 책임을 묻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인사에 대해 잘못됐을 때는 이미 언론과 국민들의 많은 비판을 받으며 정치적 책임을 지는 것이고, 어제 대통령도 ‘송구하다’ 사과하지 않았냐”고 답했다. 이어 “다만 인사추천위원회를 조금 더 강화하는 계기는 만들 것”이라며 “추천 여부로 책임을 묻지는 않는다. 그러면 앞으로 누가 추천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박기영 신임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10일 오후 서울 역삼동 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과학기술계 원로 및 기관장과의 정책간담회에 입장하며 민주노총 공공연구노조 조합원들의 항의를 받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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