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홈 경제 정치 연예 스포츠

지방선거 공짜버스 공약, 내 호주머니 털어간다

2014-04-22 14:25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 김이석 시장경제제도연구소장
“열심히 일했는데도 왜 이렇게 물가는 비싸고, 우리의 삶은 별로 나아지지 않는가?” 일부 선동가들이 반문한다면, 어쩌면 상당히 많은 이들이 고개를 끄떡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선동가들 중 일부는 그 원인을 자유 시장경제에 돌리기도 할 것이다. 그는 '부익부 빈익빈’이 시장경제의 속성인 것처럼 오도(誤導)하면서 그런 속성을 지녔기 때문에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의 삶은 더 팍팍해지는 것처럼 왜곡할 지도 모른다.

이런 불만은 우리의 실제 생활수준은 더 좋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상대적 지위가 별로 나아지지 않았기 때문에 나오는 '과장 섞인’ 불만일 수 있다. 그러나 절대적 수준에서도 많은 이들의 삶이 실제로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면, 아마도 그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우리가 우리 삶의 문제를 우리 스스로 해결하는 '자유’의 태도를 버리고, 정부에 의존해 해결하려고 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에 의존한다는 것은 정부가 남들로부터 거둔 세금에 의존한다는 의미이므로 결국 남들에게 의존해서 풀려고 하려는 태도를 말한다.

경기도 지사 후보로 나온 사람들 가운데 일부가 공짜 버스를 약속했다. 만약 공짜 버스를 약속한 경기지사 후보들이 재원 문제에 대해 질문을 받으면 아마도 일반 서민들이 아니라 부자들에게만 더 많은 세금을 물려 해결하겠다고 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지방정부가 높일 수 있는 지방세는 매우 한정되어 있을 뿐 아니라 세율을 인상한다고 더 많은 세금을 거둘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마치 가격을 올린다고 물건을 더 많이 판다는 보장이 없고 가격과 판매량을 고려한 총수입이 줄어들 수 있듯이 높은 세율은 더 낮은 세수를 의미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우리가 정부에 의존해서 우리 삶의 문제들을 해결하려고 할 때, 그 비용은 그런 공약을 한 후보들의 호주머니가 아니라 결국 우리 호주머니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공짜 버스는 실제로는 세금 버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우리의 특수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우리가 아닌 다른 사람들의 호주머니에서 그 돈이 나오는 것처럼 착각한다면, 우리는 스스로 우리의 무덤을 파는 셈이다. 공짜 버스를 타게 해준다면 일단 내 호주머니에서 돈이 들어갈 것 같지 않아 솔깃해질 수 있다. 그러나 과연 그런지 심각하게 반문해 보아야 한다.

   
▲ 포퓰리즘의 극치인 공짜버스를 6.4지방선거 공약으로 내걸어 논란을 일으킨 김상곤 경기도 지사 선거 예비후보.

우리의 삶이 더 곤궁해지는 과정은 그렇게 복잡하지 않다. 공짜 버스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많은 돈이 들어간다. 이 돈은 결국 '세금’이라는 이름표를 달지 않은 채 우리의 호주머니에서 나오는 것이다. 아마도 지방정부는 지방채를 발행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지방정부의 부채인 지방채는 결국 그 지역에 사는 주민들인 우리가 세금으로 갚아야 할 부채이다. 사람들로 하여금 지방채를 인수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나중에 일정한 금액을 지불하겠다는 채권을 현재 더 싼 값에 팔아야 한다. 다시 말해 높은 이자율을 보장해 주어야 한다. 이렇게 이자율이 높아지면 그 지역에서 사업을 하는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질 것이다. 그 결과 고용 사정은 나빠지고 그 여파가 나를 경제적으로 어렵게 할 것이다.

이자가 높아지면 많은 이들에게 경제적 어려움을 가중시킨다. 이런 어려움을 피하기 위해 지방정부가 은행과 같은 금융회사들로 하여금 지방채를 인수하게 하면, 결국 신용이 창출되어 화폐량이 더 많아질 것이다. 더 많아진 수량의 화폐가 동일한 수량의 재화를 추적하면 물가는 필연적으로 높아진다. 자신의 화폐 소득이 물가상승을 따라가지 못하는 우리들 대부분의 삶은 더 팍팍해질 것이다. 인플레이션을 일으킨다는 것은 그 지역 주민인 내가 가진 화폐의 가치를 낮추어 재원을 마련하는 것을 뜻한다. 우리의 화폐 가치가 낮아지는 경로를 통해 우리는 공짜 버스의 비용을 댄다.

버스업자들은 버스에 더 많은 수요가 몰릴 것이므로 반색하며 환영할지 모르겠지만, 이는 단기적인 현상일 뿐이다. 재정 확보가 어려워지는 순간 버스 요금은 강력한 통제에 직면할 것이다. 건강보험에서 의료재정이 염려되면서 의료비를 강력하게 통제하는 것을 보면 그러한 추론이 가능하다. 아마도 버스회사는 실제로는 공기업처럼 운영될 것이다. 운임 통제에 따라 버스 서비스의 질은 떨어질 것이다. 출근길에 우리는 청소가 안 된 미어터지는 버스를 지금보다 훨씬 더 자주 타게 될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모든 사람이 힘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버스회사에 무임승차의 비용을 정산해줄 정부기구 혹은 공무원들이 필요할 것이므로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다. 그러나 공짜 버스가 아니라면 없었을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공무원들의 급여가 세금으로 충당된다면, 이는 우리 자유 시민들로서는 반가운 일이 아니다.

우리의 젊은이들은 그들의 소득으로는 너무 많이 올라버린 주택 가격에 절망하고 있다. 사실 이런 문제도 간접적으로는 우리가 우리 자신의 문제를 정부에 의존해 해결하려는 태도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 도시의 주택 가격이 오른 것은 도시로 사람들이 몰려 이에 대한 수요가 높아진 탓도 있지만, 인플레이션 때문이기도 하다. 이런 인플레이션은 우리가 정부에 의존해 우리의 문제를 해결하려 들수록 심화된다. 결국 우리 모두가 경쟁적으로 자신의 문제를 다른 이들에게 떠넘겨 해결하려고 할수록, 우리는 우리 자신에게 짐을 지우면서 우리 자신은 물론 우리 자녀들의 삶을 더욱 팍팍하게 만들 것이다. /김이석 시장경제제도연구소장, 미디어펜 객원논설위원
 

종합 인기기사
© 미디어펜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