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우현 기자]우려가 현실이 됐다. 재판부는 지난 25일 "더 이상 정경유착에 의존해 기업을 경영해선 안 된다"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이 부회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뇌물과 권력을 거래했다는 의미다.
뚜렷한 물증은 없다.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이 부회장의 혐의를 납득할만한 증거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재판부는 특검과 여론의 손을 들어줬다. '법'보다 무섭다는 '국민정서법'에 편승한 결과다.
대다수의 여론이 이 부회장의 선고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재벌이 벌 받았으니 통쾌하다는 이유에서다. 처벌이 약하다며 '아쉬움'을 표한 의견도 만만치 않다. 법 위에 삼성이 있다고 우기기도 한다.
지난 해 12월 광화문 촛불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이 이재용 부회장 얼굴에 '재벌해체'라고 쓰여 있는 공을 굴리고 있다./사진=미디어펜
반면 이번 판결이 '인민재판'이라는 일부 의견에는 '재벌 앞잡이'라는 핀잔이 돌아온다. "증거가 부족하다"는 말은 통하지 않는다. 그저 '재벌은 나쁘다'는 감성에 의존해 이 부회장이 벌을 받아야 한다고 일축한다. 반기업정서가 대세로 자리 잡았다.
법의 논리가 아닌 여론에 의존하는 현상을 꼬집어 '국민정서법'이라 부른다. 이는 법을 무시하는 행태가 기저에 깔려있어 법치주의를 훼손할 수 있다는 위험성을 안고 있다. 국민정서가 법 위에 서는 것만큼 위태로운 것도 없다.
'법치주의'는 '법의 지배'를 뜻한다. 법을 통해 통치행위를 '제한'한다는 의미다.
'법'이 있기 때문에 무자비한 권력으로부터 개인의 자유가 보장된다. 법이 나를 지켜주는 것이다. 반대로 막강한 권력자가 법의 제한 없이 마음대로 권력을 휘두른다면 개인의 자유는 존재할 수 없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이번 재판은 "'법'에 따르면 무죄, '국민정서법'에 따르면 유죄"라는 우스갯소리를 현실화 시켰다. 어처구니없는 '인민재판'이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벌어진 것이다. '법치주의'의 실종이다.
법치만 문제일까. 삼성에 따라 붙던 '부정부패', '정경유착'이라는 부정적인 수식어가 법적으로 공식화됐다. 하지만 재판부가 언급한 '정경유착'은 허상이다. 정치와 경제를 부도덕한 집단으로 몰아가는 '선동'에 불과하다. 정치와 경제는 '유착'이 아닌 '협력'하는 관계다. 이를 불법으로 규정하는 선진국은 어디에도 없다.
'국민정서법'에 의존한 이번 판결은 전쟁의 폐허를 딛고 대한민국 번영의 역사와 함께한 삼성의 성장에 낙인을 찍었다. 뿐만 아니라 삼성의 미래, 대한민국 경제 발전은 '국민정서법'에 의해 보류 됐다.
'국민정서법'이 '법치'를 뛰어넘는 사회는 위험하다. 지금 대한민국이 그렇다.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고 그 속에서 누구라도 승자가 될 수 있는 나라는 '법치'에 근거한다. 국민정서는 정서일 뿐 법이 될 수 없다. 이를 바로잡지 않는다면 우리에겐 희망이 없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