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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P기획'동행'-블랙컨슈머⑥]현장을 가다-만만한 게 전자제품?

2017-09-29 10:30 | 조우현 기자 | sweetwork@mediapen.com
한때 서비스산업이 도입되면서 '고객은 왕'이라는 말이 있었다. 소비자와 만나는 모든 산업군에는 '소비자 만족'을 최우선으로 고려했다. 이러한 정책은 한국 서비스산업의 질적 성장을 가져왔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블랙컨슈머'라는 말이 나오고 소비자들로 인해 피해를 보는 기업과 직원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소비자 만족' 정책의 부작용이다. '갑과 을의 전도', '을의 갑질화'가 보다 노골화되고 지능화되고 있다. 이에 본지는 '블랙컨슈머'의 현실을 심층적으로 따져보고, 기업이나 직원들의 피해사례 등을 소개한다. 아울러 '블랙컨슈머'가 아닌 '화이트컨슈머'가 되기 위한 바람직한 방향성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미디어펜=조우현 기자]'멀쩡한 제품'도 블랙컨슈머 손에 닿으면 '고장 난 제품'으로 둔갑한다. 전자제품의 경우 그 피해가 더욱 심각하다. 이들의 전형적인 수법은 정상 제품을 손상시켜 교환·환불을 요구하거나, 온라인 사이트에 이 사실을 고하겠다며 '협박'해 돈을 갈취하는 것이다. 

전자제품 판매자 A씨는 "오랫동안 장사를 하다 보니 제품에 생긴 하자가 진짜인지, 조작된 것인지 한 눈에 보인다"면서도 "하지만 드러내놓고 지적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고 고객의 요구를 들어주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휴대폰 유통업에 종사하는 B씨 역시 "세상은 휴대폰 판매자를 '도둑' 취급하지만 억울한 부분이 많다"며 "미리 공지한 사안임에도 들은 적 없다고 우기거나, 계약서에 사인해놓고 막무가내로 제품 환불을 요구하는 고객을 당해낼 재간이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자제품 판매업에 종사하는 C씨는 "구입과 반복을 무한 반복하는 손님도 있다"며 "환불 가능 기간이 지났음에도, 심지어 제품을 구입한지 몇 개월이 지난 후에도 '반품해달라'고 억지를 부리면 헛웃음이 난다"고 지적했다. 

블랙컨슈머의 이 같은 범죄는 지난해 9월, '갤럭시 노트7' 사태 때 정점을 찍었다. 삼성전자가 '노트7'의 리콜을 발표하자 허위 신고를 계획한 블랙컨슈머들이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이다. 심지어 제품을 전자레인지에 돌린 후 신고한 일도 발생했다.

블랙컨슈머의 범죄 행타는 지난 해 9월, '갤럭시 노트7' 사태 때 정점을 찍었다./사진=미디어펜



특히 '노트7' 사건은 블랙컨슈머의 '글로벌화'도 보여줬다. 중국에서 제기된 발화 사건 모두 중국인 블랙컨슈머의 소행으로 확인됐다. 당시 상황은 심각했다. 

당시 삼성전자는 중국 시장용 제품은 문제가 없는 중국 ATL의 배터리를 전량 탑재 했다. 때문에 중국에서 정상적으로 판매되던 제품마저 발화에 노출 됐다면, 단순 배터리 결함이 아닌 설계의 문제로 확대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사고 발생 직후 제품을 회수해 정밀 조사한 결과 배터리 자체의 문제가 아닌 고의적인 파손으로 확인됐다. 외부에서 '가열'한 흔적이 발견된 것이다. 블랙컨슈머의 이 같은 '범죄'는 물질적 피해 외에도 수많은 '위험 부담'을 기업에 전가하는 행태다. 

삼성전자는 '노트7' 출시 직후인 지난 해 10월, 해당 제품 결함에 대한 명백한 허위신고 59건을 전 세계로부터 접수 받았다고 밝혔다. 미국 시장의 허위신고가 38건으로 가장 많았고, 한국과 유럽 시장에서 6건씩 나왔는 설명이다.

지난 2014년에는 삼성전자 제품에 대해 '상습적'으로 트집을 잡는 것은 기본, 서비스 센터 직원을 폭행한 블랙컨슈머 D씨가 서울중앙지법으로부터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D씨은 아무 하자가 없는 TV를 두고 "화면이 깨져 보인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D씨는 625만원을 환불 받은 것도 모자라, 총 206차례 동안 2억2000여만원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통신3사도 이 같은 범죄에 노출돼 있다. 이들은 계약서가 버젓이 존재함에도 이를 인정하지 않고, "서명한 적 없다"며 단말기 값이나 약정 위약금을 요구한다. 도를 넘은 블랙컨슈머의 행태는 기업들로 하여금 블랙컨슈머에 대한 '대응 매뉴얼'을 만들게 했다.

최근에는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블랙컨슈머에 호락호락해선 안 된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온라인 사이트에 '블랙컨슈머'를 검색하면 각종 유형과 대응 방법이 소상히 소개돼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기업의 이미지 실추가 두려워 블랙컨슈머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지만, 이제는 단호히 대처하는 분위기가 생기고 있다"며 "블랙컨슈머도 엄연한 범죄이기에 법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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