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당초 이달 말 예정됐던 초대형 투자은행(IB) 인가 발표가 내달 초로 미뤄지면서 그 이유에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동종업계인 은행연합회 하영구 회장 또한 초대형IB를 견제하는 뉘앙스로 발언하는 등 불과 얼마 전까지 ‘투자업계 메기’로 손꼽힌 초대형 IB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당초 이달 말로 예정됐던 금융당국의 초대형 IB 인가 발표가 사실상 내달로 연기됐다. 지난 18일 금융감독원은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에 초대형 IB 지정을 마무리하기 위한 안건을 상정할 계획이었으나 무산됐다. 초대형 IB 사업의 핵심인 단기금융업(발행어음) 인가를 위한 안건 상정 또한 자연스럽게 연기되는 모양새다.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사진)이 지난 17일 여의도 금감원에서 진행된 국정감사장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현재 국내 톱5 증권사로 손꼽히는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 삼성증권 등 5개사가 초대형IB 신청서를 당국에 제출한 상태다. 이 중에서 삼성증권은 실질적 대주주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수사 때문에 초대형 IB 인가를 받더라도 발행어음 인가는 힘들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었다.
초대형 IB 인가 자체가 연기되면서 나머지 4개사의 불안도 심화될 수밖에 없게 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인가 발표가 국정감사 기간과 맞물렸다”고 지적하면서 “정부와 당국이 새 사업을 시작하기보다는 기존 ‘적폐 청산’에 포커스를 맞출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현재 진행 중인 국정감사에서 금융권은 국회의원들에게 연일 ‘난타’를 당하고 있다. 금융위원회의 경우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과정에서 업체들에게 사실상 ‘특혜’를 베푼 것이 아니냐는 문제로 곤혹을 치렀다. 케이뱅크‧카카오뱅크에 대한 실제 특혜 여부와는 별도로 또 다른 신사업인 초대형 IB 인가에 대한 기준이 올라갈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됐다.
초대형 IB 신청서를 낸 5대 증권사를 실사한 금감원마저 국정감사에서 핀치에 몰렸다. 특히 채용 특혜와 관련한 비리 정황이 이곳저곳에서 드러나 발언권이 축소된 면이 없지 않다. 금감원의 실사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진 상황이라 이 실사에 근거한 초대형 IB 인가 역시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설상가상으로 동종 금융업계인 은행연합회에서도 ‘잽’이 날아왔다.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은 지난 13일(현지시간)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 참석으로 미국 워싱턴 DC를 방문한 자리에서 “초대형 IB에 신용공여를 허용하면 과거 외환위기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말하며 반대 의사를 명확하게 밝혔다.
하 회장은 과거에도 금융투자업계와는 긴장 관계를 형성해 왔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과 벌인 ‘기울어진 운동장’ 논쟁이 대표적이다. 특히 하 회장은 내달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어 발언수위가 더욱 올라간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어떻든 은행연합회장으로부터 초대형 IB에 대한 강경발언이 나온 정황은 투자업계에는 좋지 않은 소식이다.
5대 증권사들은 난처한 표정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전 정권에서는 초대형 IB를 ‘투자업계 메기’로 추켜세웠고 증권사들도 여기에 호응해 매우 적극적으로 자본확충에 나섰다”면서 “정권이 바뀐 뒤 초대형 IB와 거기에 신청서를 낸 증권사들까지 순식간에 ‘견제’의 대상이 된 것 같아 당혹스럽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