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백지현 기자] 정부가 원금 1000만원 이하 채무를 10년 이상 연체하고 있거나 갚을 능력이 없는 장기소액연체자의 채권을 소각하기로 했다. 또한 일시적 연체가 장기연체화 되지 않도록 부실채권의 추심‧매각 과정의 규율을 강화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29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장기소액연체자 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장기소액연체자의 신속한 재기를 지원하고 향후 장기연체 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한 제도 개선에 초점을 맞췄다.
원금 1000만원 이하 생계형 소액채무를 10년 이상 갚지 못하고 있는 ‘생계형 서민 채무자’는 국민행복기금과 민간 금융권 등을 합쳐 약 160만명 수준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평균적으로 약 400만원 정도의 채무를 15년 가까이 연체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정부는 국민행복기금이 내 장기소액연체자 총 83만명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본인 신청을 전제로 상환능력 심사를 거쳐 상환능력이 없다고 판단되면 즉시 추심을 중단하기로 했다. 최대 3년의 유예기간 이후에도 재산과 소득 등이 추가로 발견되지 않으면 채무를 완전히 면제할 계획이다.
약 76만명으로 추정되는 금융회사와 대부업체 등의 장기소액연체자에 대해서도 채무자 본인이 신청하는 경우 상환능력을 심사해 채무를 면제하기로 했다.
일시적 연체가 장기연체화 되지 않도록 부실채권의 추심‧매각과정의 규율도 강화하기로 했다. 금융회사의 부실채권을 매입‧추심하는 대부업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 반복적인 채권 재매각과 불법‧과잉추심으로부터 채무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특히 연체 채권 추심·매각과정에서 채무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금융권의 무분별한 소멸시효 연장 관행을 개선하는 등 관련 규제를 강화하고 중소기업진흥공단, 지역신용보증재단 등 공공기관의 부실채권 관리를 개선하기로 했다.
장기소액연체자를 제외한 국민행복기금 잔여 채무자에 대해서도 다양한 재기지원 프로그램을 연계해 경제활동에 복귀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아울러 금융회사에 초과회수금을 지급하는 국민행복기금의 수익배분 구조도 개편할 예정이다. 채권의 회수로 인해 발생하는 수익금에 대해서는 서민금융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개선하기로 했다.
장기소액연체자에 대한 빚 탕감이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 유발한다는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한 장치도 마련했다.
우선 자력으로 재기할 수 없는 취약계층의 장기소약연체자만을 선별하고, 추심중단 후 채권소각까지 유예기간을 둬 최종 처리 전 재심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재산이나 소득을 은닉하고 지원받은 사실이 적발될 경우 최장 12년간 금융거래상 불이익을 받게 된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장기소액연체의 상황은 일차적으로는 채무자 본인의 책임”이라면서도 “부실대출에 대한 금융회사의 책임, 경제상황, 정책 사각지대 등 정부와 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할 부분도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정부는 가계부채 문제가 우리 경제의 시스템 리스크로 작용하지 않도록 안정적인 부채관리와 구조적 대응 등을 통해 가계부채의 연착륙을 유도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