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코스피 지수가 무려 6년 만에 박스권을 탈출하며 약 20% 상승하는 쾌거를 이뤘다. 그러나 내실을 알고 보면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비롯한 IT주들의 성장에 지나치게 의존했다는 문제점도 지적된다. 연말에는 비트코인 열풍이 시장을 어지럽게 만들기도 했으며, 지난 5월 출범한 새 정부는 금융권에 엄격한 태도를 견지하며 긴장감을 제고시키고 있다. 미디어펜은 올해 증권가 이슈와 내년 전망을 3부작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주>
[미디어펜=이원우 기자]“소문난 잔치였고 먹을 것도 많았지만, 앞으로 이 잔치가 계속 이어질 수 있을지 도저히 낙관할 수 없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국내 A증권사 관계자)
네이버‧다음 등 주요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 순위창에 올해만큼 ‘코스피’라는 단어가 많이 올라간 일도 드물었다. 그만큼 올 한 해 코스피는 약진했고 시장과 투자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지난 7월 13일 코스피 지수는 2409.49에 거래를 마쳐 종가 기준으로 사상 처음 2400선을 넘어섰다. /사진=연합뉴스
코스피의 성장세는 ‘숫자’가 증명해 준다. 일단 올해 코스피는 무려 6년 만에 1850선에서 2100선에 갇혀 있던 박스권을 돌파했다. 거의 매일이 ‘신기록’으로 이어진 구간도 있었고, 지수 상승에 따라 상장지수펀드(ETF) 등의 파생상품도 큰 인기를 끌었다. 코스피 시가 총액은 연초 1308조에서 연말 1612조원으로 불어났다.
코스피 상승의 선두에는 시가총액 1‧2위 종목들이 있었다. 대장주 삼성전자와 시총 2위 SK하이닉스가 그 주인공이다. 세계 경기의 완연한 회복세와 반도체 업계의 ‘슈퍼 호황’에 힘입어 이들 종목은 올해 전인미답의 길을 개척하며 코스피 지수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26일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코스피‧코스닥을 전부 합한 1111곳의 상장사 영업이익의 절반을 벌어들였다.
재무제표 개별 기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3분기까지 영업이익은 각각 23조 5976억원과 9조 11억원으로 도합 32조 5987억원이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 비금융 제조업 상장사 1111곳의 영업이익은 63조 3339억원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벌어들인 영업이익이 51.5%에 달한다.
반도체 호황과 갤럭시S8의 흥행을 등에 업은 삼성전자는 올해 내내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고 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도 현재 15조원을 넘긴 상태다. 삼성전자 주가는 올 한 해만 무려 39.84% 올랐다. 올해 초 삼성전자 주식에만 돈을 투자하고 기다리기만 했어도 40% 가까운 수익률을 올렸다는 얘기다.
SK하이닉스 또한 최고의 1년을 보냈다.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은 1분기 2조 4676억원, 2분기 3조 507억원, 3분기 3조 7372억원으로 역시 어닝 서프라이즈가 이어졌다. 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4조 5000억원 수준으로 올 한 해 주가상승률은 무려 71.97% 수준이다.
이들 두 종목의 시가총액은 코스피 전체의 25%를 넘어선 상태다. 그런 두 종목이 어마어마한 성장세를 기록했으니 코스피 지수가 기록적인 성장을 한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단, 코스피 성장의 뒷면을 한꺼풀 벗겨 보면 시총 1‧2위 종목에 지나치게 기대고 있다는 ‘불편한 진실’이 곧장 드러난다. 두 회사가 속해 있는 전기전자 업종은 코스피 전체 제조업 상장사 매출의 35.6%, 영업이익의 57.0%를 차지했다. 작년 1~3분기와 비교했을 때 전기전자 업종의 영업이익은 무려 243.8%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반면 이를 제외한 다른 업종의 증가율은 8.4%에 불과하다.
시총 1‧2위 회사들, 정확히 말하면 반도체 업종에 편중된 한국 경제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여러 각도에서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 시장은 이미 ‘빨간불’이 들어왔다는 지적이다. 시장 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는 지난 14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내년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이 올해보다 1.4% 줄어들면서 2011년 이후 처음으로 20% 밑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호황에 대한 의존도가 심해질수록 IT 계열 성장세가 꺾였을 때의 국내 경제 타격은 커질 수밖에 없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국내 증시의 양적 성장을 부정적으로 볼 이유는 없지만 특정 업종‧특정 종목 편중이 지나친 부분은 있다”면서 “국가 차원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개발하지 않는 한 언젠가 큰 침체를 피할 수 없는 상황으로 귀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