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유진 기자] 조선업계의 사내대학이 간판만 달고 신입생은 없는 이른바 '유령학교' 상태에 놓였다. 조선업 불황과 고강도 구조조정에 따라 고졸 취업길이 막히면서 사실상 폐교 상태에 이른 곳도 등장했다.
7일 교육부에 따르면 전국의 사내대학평생교육시설(이하 사내대학)로 인가 승인을 받은 곳은 총 8개 기업으로 이 중 절반이 조선업종이다. 이달까지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이 재직자를 대상으로 전문학사 과정을 운영 중이다.
사내대학은 종업원 수 200인 이상의 기업이 운영하는 대학교를 말한다. 일과 학습을 병행할 수 있는 곳으로 재직자가 이 과정을 밟으면 별도의 대학 진학 없이 전문학사와 4년제 학사를 수여받을 수 있다.
기업체에서 사내대학 열풍이 불기 시작한 것은 2007년 이후부터다. 이명박 정권 당시 일학습병행제, 선취업 후진학 등 고졸 취업 정책이 활기를 띠면서 조선사들도 각각 2년제 전문대학 설립에 나선 것인데, 조선사의 사내대학은 한때 신입생이 200명에 달했지만 최근 60명까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7일 각사에 문의한 결과 올해 사내대학 신입생 모집을 진행한 곳은 현대중공업 1곳(60명 정원)이 유일했다.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은 신입생 모집을 포기한 상태다.
경기 불황과 대규모 구조조정 등으로 채용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벌써 수년째 신입생 모집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조선업 불황이 본격화되던 2014년 이후 모든 채용이 중단돼 자연스레 신입생도 줄었다"면서 “고졸자를 중심으로 사내대학을 활성화시켰는데, 입사자가 없으니 운영이 어려워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1기 입학생이 100명에 달했던 대우조선해양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 회사는 2015년 40명 모집 이후 올해까지 신입생 모집을 한차례도 진행하지 않았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지난해 채권단 관리 하에 대규모 구조조정이 이뤄지는 등 강도 높은 자구안을 실행하고 있어 운영이 어려워진 게 사실”라며 “기존 인력도 줄여야 하는 상황이라 사내대학은 사실상 휴교 상태”라고 말했다.
사진=대우조선해양 중공업사관학교 홍보 동영상 캡쳐본
업계의 주장처럼 빅3 조선사들의 근로자 수는 지난 1년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희망퇴직에 채용 시장마저 얼어붙으며 근로자 수가 크게 줄어든 것이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빅3 조선사의 기간제 근로자를 포함한 전체 근로자 수는 3만8166명으로 전년 동기(4만8451명)대비 21.2% 줄었다.
상황이 이렇게되자 난감해진 것은 취업 준비생들이다. 특히 대형 조선사들과 채용 업무협약(MOU)을 맺어왔던 특성화고등학교는 입장이 더 난처해졌다.
일부 조선 관련 학과가 위치한 학교의 경우 대기업 취업률이 떨어져 비상이 걸렸는데, 관련학과를 재개편하거나 학생들의 타 대학교 진학을 돕는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군산 지역은 지난해 7월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가 폐쇄된 이후 지역 경제는 물론이고 교육환경에까지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군산지역의 한 교사는 "대형 조선사들과 MOU를 맺고 채용을 진행해 많을 땐 15명이 가기도 했는데 요즘엔 1명 보내기도 힘든 상황"이라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인구 절벽까지 겹쳐 학생 수도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