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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청춘들이여, 대한민국은 불공정한가?

2014-05-16 09:14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 신중섭 강원대 교수
아름다운 신록의 계절입니다. 연두빛 새 잎들이 가슴을 설레게 합니다. 새 잎들이, 잠자던 나무껍질을 뚫고 돋아나는 봄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 가운데 하나입니다. 어린잎들이 자라 세상을 더 푸르게 살찌우고, 가을이 되면 다시 낙엽이 되어 흙으로 돌아갈 것입니다.

우리 선조들은 역사를 봄 여름 가을 겨울, 1년의 반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반복적으로 순환하는 것이 역사라는 것이지요. 역사만 그런 것이 아니라 인생도 그런지 모릅니다. 1년이 봄 여름 가을 겨울로 이루어져 있듯이 인생에는, 생로병사(生老病死)가 있습니다. 봄이 생명이 싹트는 계절이듯이 청춘은 인생의 봄입니다. 젊은이들은 생로병사 가운데 가장 생명력이 왕성한 청년기에 있습니다. 계절에 비유하면 저의 인생은 늦가을쯤이고, 20대 젊은이는 지금과 같이 아름다운 신록의 계절, 봄의 한가운데 있습니다. 청춘은 아름답고 청춘의 꿈은 더욱 아름답습니다.

그러나 신록의 봄에 빠져들기에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너무 엄혹하고 참담합니다. 찬란한 신록의 아름다움을 노래하기엔 너무나 슬픈 계절입니다. 세월호 참사로 어리고 여린 학생들이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이런 현실 앞에서 우리는 무기력과 참담함으로 가슴을 펼 수가 없습니다. “죽음과 불행은 우리의 통제 밖에 있고 모든 사람을 찾아오기 때문에, 우리는 존엄성을 잃지 않고 그것들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스토아학파의 가르침도 지금 우리에게 위안이 되지는 않습니다. 왜 이런 참담함을 반복해서 겪어야만 하는 건가요.

그뿐만이 아닙니다. 열정적으로 노력하고 대학을 졸업해도 그동안 갈고 닦은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변변한 직장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할 일이 없다는 것, 내가 정성을 바쳐 헌신할 일자리가 없다는 것은 또 우리를 절망하게 합니다.

   
▲ 세월호참사를 계기로 청춘들이 대한민국은 불공정한 국가, 파벌공화국이란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 청춘들은 이같은 부정적인 일들이 발생한데는 국가의 경제개입과 부정부패등에서 비롯됐음을 인식해야 한다. 닫힌 도덕, 끼리끼리의 마피아세계에서 벗어나 열린 도덕을 지향하는 자유주의의가치를 새삼 소중하게 인색해야 한다.

한 조간신문에 따르면 청년 10명 가운데 9명은 “대한민국이 불공정”하다고 생각한다고 합니다. 많은 젊은이들이 “골 깊은 연고주의가 우리 사회를 망친다.”고 생각합니다. 세월호 참사도 후진적 안전 문화, 부도덕한 관료 카르텔과 같은 연고주의가 원인이었다는 인식이 높습니다. 연고주의 때문에 우리 사회가 공정하지 않다고 믿는 20대는 92.8%나 됩니다. 연고에 따라 밀어주고 끌어주고 눈감아주는 관행이 대한민국을 '불공정 국가’, '파벌 공화국’으로 만들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저는 이러한 연고주의를 깨고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는 가치가 자유주의 속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연고주의, 그리고 경제의 활성화를 가로막는 국가의 경제 개입이나 규제는 모두 하이에크가 말하는 원시도덕의 소산입니다. 친밀한 사람들 사이의 '이타주의’와 '연대성’과 같은 원시도덕은 자신이 속한 연고 집단을 뛰어 넘는 도덕성을 발휘하지 못합니다.

이러한 친밀한 사람들끼리의 이타주의와 연대성은 자신이 속한 집단 안에서만 작동하는 '닫힌도덕’입니다. '닫힌도덕’이 '불공정한 국가’, '파벌 공화국’을 만듭니다. 연고 집단 안에서의 연대성과 이타주의는 필연적으로 부정부패로 연결됩니다. 더 큰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 집단의 문제를 지적하면, “연대성을 깨고 너만 살려고 하느냐”는 비난을 받게 됩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서로 모르는 사람에게도 신뢰를 지키고, 연고 집단을 넘어 존재하는 사람과의 계약과 약속도 성실하게 이행하는 '열린 도덕’입니다. 세계가 하나가 된 세상에서 모두 알고 지내던 원시 사회에서나 통용되었던 도덕은 세상에 해를 끼칠 뿐입니다.

교역이 발달하기 시작하면서 서로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믿고 어울려 사는 문명사회를 건설하게 되었습니다. 교역이 발달하면서 우리는 '거대 사회(Great Society)’라는,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이 서로 협동하면서 사는 새로운 세상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거대 사회는 곧 자본주의 사회이고, 시장이 사회에서 중심 역할을 하는 상업사회입니다.

이 사회에서는 개인의 자유와 재산, 선택과 책임이 중시되고, '정직, 책임, 교환, 경쟁’과 같은 '열린사회’의 도덕이 작동해야 합니다. 정의란 '연고 집단 안에서의 이타주의와 연대’가 아니라, “소유의 안정성이 인정되고, 동의에 의한 양도, 계약의 이행이 잘 이루어지게 하는” 새로운 도덕입니다. 여기에서 공동체에 대한 헌신이 나옵니다. 공동체는 '마피아’ 같은 닫힌 공동체가 아니라, 서로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믿고 사는 열린 공동체입니다.

그동안 우리는 국민적 노력으로 짧은 기간에 빠른 경제 성장과 민주화를 이룩했지만, 그에 걸맞은 자유주의의 도덕, 열린사회의 도덕, 자본주의의 도덕은 확립하지 못했습니다. 열린사회의 도덕은 본능과 달리 하루아침에 몸에 배지 않습니다. 의도덕인 노력과 지속적인 교육이 필요합니다.

오늘 우리가 처한 난국을 타개하는 길도 자유주의 안에 있습니다. 자유주의에는 오늘 우리가 봉착과 난관을 극복할 수 있는 지혜가 들어 있습니다. 우리는 자유주의를 바탕으로 자신을 좀 더 소중하고 존엄한 존재로 만들고, 우리 모두가 서로 존중받을 수 있는 좀 더 나은 세상을 이룩할 수 있습니다. /신중섭 강원대 윤리교육과 교수
 

(이 글은 자유경제원 사이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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