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석 홍익대 경영대학원장 |
그래서 정부가 미래 산업을 결정해야 하고, 산업이나 지역을 보호 육성해야 하고, 아이들 교육과 보육을 책임져야 하고, 국민들이 먹고 사는 모든 문제를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들에게 정부는 선한 조직이고 전지전능한 존재다. 그러나 정부는 그렇게 유능한 존재가 아니다. 정부가 그렇게 유능하다면 국민의 먹고 사는 문제 모든 것을 책임지겠다는 공산주의가 왜 빈곤과 부패로 몰락했겠는가? 정부는 정치인과 관료로 구성된 조직이다. 많은 연구 결과는 정치인과 관료도 보통사람과 마찬가지로 추구하는 사적이익과 조직이익이 있고, 판단능력과 정보능력이 완벽하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정치인들은 국익과 민생을 말하지만, 개개인은 자신들의 정치적 영향력과 정치생명의 극대화가 더 중요하다. 공무원들도 공무를 수행하지만, 그들도 개인적으로는 승진과 보직에 더 관심이 있는 월급쟁이들이다. 정치인과 공무원들이 자신들의 사적 이익과 나라 전체의 이익이 충돌할 때 자신들의 사적 이익을 희생할 유인은 별로 없다.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특권을 내려놓겠다고 선거 때마다 공약하지만 별로 달라진 것은 없다. 공무원들도 '관피아', '모피아'라는 표현이 상징하듯이 이익집단과의 공생관계가 공익에 우선한다는 것은 이번 세월호 사고에서도 다시 한 번 확인됐다.
정부의 의사결정능력이 민간보다 우월하려면 정부 사람들이 민간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과연 그럴까. 빠른 속도로 진화하는 정보통신 기술의 미래를 삼성전자와 미래창조부 중 어느 곳이 더 잘 알고 있을까.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판도 변화를 현대차와 산업통상부 중 어디가 더 잘 알고 있을까.
민간 기업들은 자신들의 일자리와 소득, 미래가 걸린 문제다. 공무원 조직이 민간기업보다 기술의 발전과 시장의 진화에 대해 더 많이 정확하게 알고 있을 가능성은 별로 없다. 그런데 왜 많은 사람들은 정부가 미래의 유망산업을 선정해야 하고 여기에 국민 세금을 투입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자원배분 능력은 권력이다. 자기 말 잘 듣는 사람에게 떡을 주고, 맘에 안 드는 사람은 굶길 수 있는 능력이 권력이다. 자원이 시장에서 배분되는 영역이 커질수록 정치인과 관료들의 권력은 줄어든다. 그래서 그들은 시장은 정의롭지 못하다고 주장한다. 민간의 사익추구는 공익을 저해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여기에 조직화된 이익집단이 동조한다. 시장에 의한 자원배분을 부도덕하다고 공격하는 것이 그들의 집단 이익에 부합하는 일이다.
▲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정부는 전지전능하고, 완벽하다는 일부 시각이 잘못됐음을 보여준 사례다. 공익은 완벽하고, 시장은 불완전하고, 사익추구는 나쁜 것이라는 편견도 해소돼야 한다. |
국민들의 시장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먹고 사는 문제에 정부 개입이 늘어날 수록 국민들은 정부로부터 떡 하나라도 더 받아 먹기 위해 더욱 굽신거리고 뇌물을 건네려 할 것이다. 정치인과 관료가 나눠 줄 수 있는 떡이 커질 수록 이익집단은 더욱 강력하게 조직화되어 자신들의 이익을 늘리고자 할 것이고 정치인과 관료들은 기꺼이 그들과 결탁할 것이다. 결국 조직화되지 못한 이름 없는 다수의 공익은 조직된 이익집단과 그에 포획된 정부에 의해 침해되는 정부실패가 발생한다.
우리 사회에 시장에 대한 불신과 정부기능에 대한 과신이 자리잡게 된 또 다른 배경은 경제학 교과서의 잘못된 경제이론이다. 대부분의 경제학 교과서는 시장의 실패를 분석하고 이를 고치기 위한 정부의 기능에 대해 상세하게 기술하고 있다. 문제는 이 경제학 이론은 불완전한 시장과 완벽한 정부를 가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경제이론을 교과서로만 공부한 사람들은 결국 불완전한 시장과 완벽한 정부라는 편향된 현실 인식을 가지고 경제현상을 들여다보게 된다. 그러다 보니 좀 배웠다는 사람일수록 시장은 실패하는 것이고 정부가 이를 고치기 위해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현실의 정부도 시장 못치 않게 실패할 수 있다. 세월호 사고를 통해 나타난 정부 능력의 한계와 정부실패는 현 정부의 문제도 아니고 한국만의 문제도 아니다. 관료주의와 자원배분에 정부개입이 만연한 나라에서는 어디서나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번 세월호 사고를 계기로 정부는 전지전능하고 공익은 정부만이 보호할 수 있다는 잘못된 믿음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김종석 홍익대 경영대학원장,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이 글은 한국경제신문 칼럼에 실린 것을 수정 증보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