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나광호 기자]에너지 전환정책은 60년 이상의 충분한 시간과 여유를 가져야 한다던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취임과 동시에 처·실장급 간부 11명을 교체하는 등 속전속결 인사를 단행해 눈길을 끌고 있다.
10일 한수원에 따르면 정 신임 사장은 지난 5일 오전에 경주 본사에서 취임식을 가진 뒤 오후에 처·실장급 간부 11명을 포함한 간부 24명을 교체했다.
이에 대해 탈원전 반대의사를 표명했던 이관섭 전 사장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압박을 받았던 것과 정 사장의 취임사와 교체된 인원의 직위 등이 맞물려 탈원전 반대 인사들에 대한 '숙청'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인사에서 교체된 인원은 △홍보실장 △설비개선실장 △한울원자력본부 천지원전건설준비실장 △인사처장 △노무처장 △업무지원처장 △건설처장 △정비처장 등으로 대외 홍보·인사·설비 등 주요업무를 관장하고 있는 부처 소속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 사장은 취임사를 통해 "에너지 전환정책을 비롯한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고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삼자"며 "신재생에너지·원전 해체·원전 수출 역량을 확보하는 등 에너지 종합 컨설팅을 할 수 있는 회사가 돼야 한다"고 말하는 등 에너지 전환을 수 차례 언급했다.
한수원 관계자는 "이번 인사에 전무 등 고위직 교체는 없었으며, 지난해 말부터 정기 인사가 늦어져 현재 현안이 있는 부서에 긴급하게 인사를 진행한 것"이라며 "각자의 성향을 기록해두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에서 공기업 수장을 맡았던 인사가 문재인 정부 에너지 정책의 핵심기관 수장에 임명된 것 뿐만 아니라 이달 말 예정된 예정된 정기인사를 3주 가량 앞둔 상황에서 인원을 순식간에 교체한 것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 상황이다.
한수원 노조 관계자는 "정 사장에 대한 외부 평은 상당히 좋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이번 인사로 회사 내 분위기는 무거운 편"이라며 "어려운 시기에 사장 직을 맡은 것은 분명하지만 정부가 어떤 방향으로 주문할지가 가장 중요한 키"라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신임 사장은 일반적으로 일정 기간 업무 및 조직특성을 파악하고 임원직 면담을 진행한 뒤 인사발령을 낸다"면서 "취임사에서도 원전 중심 기업이 아닌 에너지 종합 기업으로 탈바꿈하자고 말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임종설 대통령비서실장의 고교선배인 정 사장은 성균관대 사회학과·서울대 행정대학원 등을 졸업했으며, 행정고시 26회에 합격했다.
이후 상공부에서 공직 생활에 입문해 지식경제부 대변인·기획조정실장·에너지자원실장·산업경제실장·차관보 등을 역임했으나, 지난 2011년 발생한 대정전 이후 징계를 받고 무역위원회 상임위원을 지내다 퇴직했다.
2013년 9월부터 지난해까지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원장을 맡았으며, 문재인 정부 초대 산업부 장관 후보로 거론된 바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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