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규의 정치인들의 사익(私益)추구 행위특강(12)
본 코너에서는 ‘정치인들의 사익(私益)추구 행위’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나쁜 민주주의: 정치인·관료들은 왜 사익만 추구하는가?』 (이몬 버틀러 저, 이성규·김행범 옮김, 북코리아, 2012년)를 연속적으로 게재하기로 한다. [편집자주]
제6장 투표 시장: 로그롤링(계속) ■ 로그롤링의 기타 문제들
▲ 이성규 국립안동대 무역학과 교수
실제로 로그롤링의 이러한 부정적인 효과는 매우 일반적이다. 로그롤링은 다수의 민주주의 국가의 납세자들에게 널리 만연된 ‘로그롤링 거래’에 따른 비용을 부담 또는 전가시키기 때문이다. 로그롤링 거래는 한편으로는 정치적 지지를 얻는데 필요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들 거래에 따른 금융비용을 정당화하지는 못한다. 심지어 미국에서는 이러한 부정적 로그롤링을 ‘지역구 챙기기 정치활동’(pork barrel politics)이라고 부르고 있다.
지역구 챙기기 정치활동에서는 대규모 낭비적인 사업들이 이와 같은 식으로 의원들 간에 합의되고 이루어진다. 의원들이 시끄럽거나 방해적인 소수자들을 매수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이러한 활동의 결과 잠재적 비용과 낭비가 초래될 것이다. 한편으로 로그롤링은 어떤 한 이슈에 대한 소수자들의 의견의 강도가 반영되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로그롤링이 없는 경우의 ‘단순 투표’에서는 소수자들의 의견의 강도가 전혀 반영되지 못한다. 다른 한편으로 로그롤링은 소수자들이 집단을 조직하여 자신들이 좋아하는 사업에 대한 지지를 좀 더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많은 기회들을 제공해 준다. 소수자들이 좋아하는 사업은 혜택은 자신들이 누리지만 그 비용은 사회 전체가 부담하도록 한다.
많은 소수자들이 로그롤링에 의해 매수될 때 법률안들은 대량의 포괄적인(omnibus) 법률안들로 커질 수 있다. 미국의 “2008년 부실 은행에 대한 긴급 구제 금융안”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사실상 법률안들은 나중에 분량이 커져서 의원들이 법안들에 대한 이해는 고사하고 그들을 읽을 시간조차도 없을 것이다. 그러한 법안들이 통과될 때마다 새로운 많은 사업들이 생겨나고, 그 결과 정부의 팽창(또는 과잉 팽창)이 초래된다.
좋게 말하면, 로그롤링은 소수자들에게 ‘발언권’을 제공해 주는 ‘민주적이고, 참여적이고, 협의적인 과정’의 한 부분이다(긍정적 측면). 그러나 로그롤링은 종종 투명하지 못하고, 정치적 이익에 의해 지배되고, 일반 대중들에게 비용을 전가시킨다(부정적 측면). 최악의 경우 로그롤링은 ‘공공연한 부패’(즉, 투표매수)로 변질되거나 타락할 수 있다. 왜냐하면 투표자들이 현금을 받고 자신의 표를 팔거나 특혜를 대가로 표를 팔기 때문이다. 이러한 투표매수 행위는 공공연한 부패에 해당된다. 종종 로그롤링이 부패인지 아닌지는 구별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 로그롤링의 억제
비록 로그롤링이 널리 만연되어 있지만 이를 억제할 수 있다. 로그롤링은 다음 3가지 방법을 통해 억제할 수 있다. 첫째, 단일 이슈들에 대해 국민투표(즉, 연속 투표가 아닌 단일 투표를 하는 것)를 실시한다면 로그롤링은 상대적으로 더 어려울 것이다. 둘째, 상원과 하원을 가진 의회의 경우(특히 각 의회가 다른 기준으로 선출된다면) 조금이나마 로그롤링을 억제할 수 있다. 왜냐하면 상·하 양원은 투표거래를 더욱 어렵게 하며, 또한 투표결과의 예측을 더욱 불확실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셋째, 대통령의 거부권(veto)도 로그롤링의 어려움과 불확실성을 더욱 증가시킨다.
비록 미국 헌법이 이러한 요건들을 모두 갖추고 있지만 미국에서 로그롤링은 여전히 미국 정치의 주요 부분으로 남아있다. 특히 미국의 경우 하원(House of Representatives)에서 로그롤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 미 하원의 경우 의원들은 매 2년마다 한 번씩 선거를 치루며, 또 비교적 작은 지역구를 대표하기도 한다.
이것은 하원 의원들로 하여금 항상 선거(재선) 압력을 받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즉, 끈임 없는 선거 압력 하에서 하원 의원들은 투표거래와 연합결성을 통해 재선에 힘쓰게 된다. 미 대통령들의 경우에도 매 4년마다 한 번씩 선거를 치루기 때문에 매우 효과적인 로그롤러들(logrollers)이 되어야만 한다. 그러나 미 상원(Senate)의 경우 로그롤링이 하원보다 덜 심하다고 알려지고 있다. 왜냐하면 상원 의원들은 매 6년마다 한 번씩 선출되며, 그 결과 선거(재선) 압력이 그렇게 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마 로그롤링에 가장 영속적이고 내구력이 있는 해독제(또는 대항수단)는 정부 규모를 작게 하는 일련의 억제 장치들이 될 것이다. 정부 규모가 작아지면 로그롤링으로부터의 잠재적 이익이 최소화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작은 정부’가 로그롤링을 억제하는 유일한 수단이다. /이성규 국립안동대 무역학과 교수
(출처: 『나쁜 민주주의: 정치인·관료들은 왜 사익만 추구하는가?』 (이몬 버틀러 저, 이성규·김행범 옮김, 북코리아, 2012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