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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루킹 식 여론 조작',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도 가능성

2018-04-23 13:42 | 김규태 차장 | suslater53@gmail.com
[미디어펜=김규태 기자]기사 댓글 2개를 대상으로 ID 614개를 동원해 매크로 프로그램으로 공감 클릭을 반복한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 기소된 '드루킹(필명)' 김씨 등 민주당원 3명의 여론조작 방식으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도 조직적인 개입이 가능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은 개인이 자신의 페이스북·트위터·네이버 등 3가지 ID로 로그인해 청원을 작성하거나 다른 청원에 찬성 의사를 선택하는 구조다.

네이버의 경우 본인 휴대전화 등 실명확인 인증을 거쳐 1인당 3개까지 ID를 만들 수 있으나, 페이스북과 트위터는 휴대전화 번호나 이메일 주소만 있으면 이름과 생일 등 개인정보 상관없이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외 다수의 포탈 사이트나 각종 기관 메일링을 통해 1인이 대량으로 ID를 생성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을 공통으로 지적하면서 "특정집단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흐름을 조직적으로 조작할 가능성을 의심할 수 있다"고 보았다.

한 IT보안업체 대표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매크로 인스트럭션(Macro instruction·자동명령 프로그램)은 하나의 명령어로 여러 개 명령을 동시에 처리하는 능력으로 10년 전에 보편화된 도구라 온라인마케팅에서 주로 쓰인다"며 "최근 페이스북 등 SNS 홍보가 늘어나자 전략적으로 이를 검색창 자동완성이나 블로그 상위 노출, 카페 댓글을 다는데 이용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매크로가 쓰일 수 있냐'는 질문에 "동의 과정에 필요한 절차가 SNS 계정 로그인인 만큼 청와대가 정기적으로 점검한다 해도 새로운 매크로 프로그램이 등장해 이미 확보한 아이디 수백 개로 흐름을 조작할 수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각종 매크로의 공격에 계속해서 보안책을 만드는 포탈의 경우에도 이를 뚫을 수 있는 또 다른 매크로가 등장한다"며 "청와대라고 해서 포탈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드루킹(필명)' 김씨 등 민주당원 3명은 지난 1월17일 '평창동계올림픽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 관련 기사에 달려 있는 댓글 2개를 대상으로 ID 614개를 동원, 매크로 프로그램으로 '공감' 클릭을 반복한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사진=김모씨(Sj Kim) 페이스북 계정


한 외국계기업의 전산보안팀장 또한 "IT범죄에 사용하는 대포폰은 마음만 먹으면 구할 수 있고 대포폰을 활용하면 포탈 아이디를 쉽게 만들 수 있으며 해킹 아이디는 시중에서 개당 몇 백원으로 거래가 일어나기도 한다"며 "매크로 프로그램과 아이디, 아이피만 갖춘다면 누구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 조작을 시도할 개연성이 있다"고 동의했다.

이어 그는 "제3국의 가상 휴대전화 번호들을 온라인으로 쉽게 구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구글브라우저 크롬에서 인터넷활동기록을 남기지 않는 시크릿모드를 활성화시켜 로그인하거나 다른 웹브라우저라도 사용자가 인터넷쿠키를 삭제하면서 작업하면 중복 청원 선택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게시판 관리자가 이같이 수동으로 작업하는 조직적인 조작 시도를 일일이 막기는 힘들겠지만, 청와대와 같이 포탈이 아닌 일반서버에 매크로를 돌릴 경우 나오는 과부하 여부를 점검할 수 있을 것"이라며 매크로를 직접 악용할 가능성이 낮다고 보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민청원 조작 가능성에 대해 "청원 게시판에서 숫자가 급격히 올라가는지 여부를 수시로 모니터링하고 있다"면서 "매크로 흔적이 발견된 적은 없었다"고 언급했다.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은 아직까지 그 실체가 전부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김씨 등 구속된 이들은 USB메모리를 활용해 텔레그램 특정대화방으로 관련 상황을 공유하면서 체계적인 매뉴얼에 따라 극비리에 댓글작업을 수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청와대는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는 취지로 지난해 8월 국민청원 게시판을 만들고 게재된지 30일간 20만 명 이상이 청원에 동의하면 이에 대한 답변을 밝혀왔다.

지난 2월 일부 청원 게시판 이용자가 카카오톡을 통해 무제한 중복 동의를 한 정황이 발견되어, 청와대는 2월6일부터 카카오톡 계정을 통한 로그인 연결을 중단했다.

공감-비공감 비율을 조작해 정치적으로 자신들에게 유리한 댓글을 상위로 올리려던 드루킹 사건이 국민여론 수렴을 위한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서도 재연될지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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