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집권 2년차를 맞은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보수 진영은 반성없는 합종연횡만 반복하면서 낭떠러지 앞까지 몰렸다.
지난 4월27일 남북정상회담 및 판문점 선언을 계기로 문 대통령에 대한 국정수행 지지율은 1년 전 취임 초기 수준을 회복했지만 보수 야당은 집권여당 지지도의 1/3 수준으로 하락했다.
보수 야당이 거듭 패착을 두고 있다는 점은 핵심지지층 이탈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한국갤럽의 이달 첫주 여론조사에서 대구경북 지역 응답자 중 70%, 자신을 보수라고 답한 응답자의 66%, 자유한국당 지지자인 응답자의 40%가 '문 대통령이 잘하고 있다'고 답했다.
보수가 낭떠러지 앞까지 내몰린 이유는 탄핵으로 시대가 바뀌어버렸다는 현실에 철저히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탄핵을 주도했던 당시 새누리당 의원들이 탈당해 시작한 바른정당은 32석에 달했던 의석수가 2차례 탈당 사태를 겪으면서 9석으로 줄었고, 국민의당 의원 21명과 합당해 지난 2월 30석 규모의 바른미래당으로 재출범했으나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당선 가능성이 큰 광역단체장 후보가 전무한 실정이다.
자유한국당은 단기적으로 전통적 텃밭인 대구경북을 제외하면 지방선거에 참패할 것이고, 이어 총선에서 완전히 궤멸할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이 내부적으로 나오고 있다. 외부적으로는 탄핵에 대해 국민 앞에 통절히 반성하는 자세가 없다는 평가가 여전하다.
여론조사기관의 한 관계자는 "정권 평가가 상대적이고 부동층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는 측면에서 야당에 매력적인 대안이 있다면 문재인 정부의 패착에 쉽게 지지도가 요동치지만, 이합집산을 거듭한 야권에는 그럴 만한 대안이나 지도자가 보이질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 야권 인사는 "박근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잇따라 구속되면서 국민에게 호소력 있게 다가가는 대안을 말하는 보수 리더가 실종됐다"며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가치가 보수의 핵심 가치라면 이것이 왜 현 시대에 필요한지 일반 국민의 눈높이에서 설득할 지도자가 요원하다"고 밝혔다.
한국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참패한 후에도 홍준표 대표가 당권을 고수한다면 재차 분당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더욱이 드루킹 특검 정쟁과 맞물려 한국당의 천막농성과 김성태 원내대표 단식투쟁이 이어졌고 바른미래당도 철야농성을 하면서 대여 투쟁에 나섰지만, 집권여당에 대한 지지도가 보수 야당을 압도하는 상황에서 민심은 여전히 싸늘하다.
다만 이러한 민심은 탄핵 사태 후 한국사회의 보수-진보 지형이 지난 1년간 바뀌었다는 점을 고스란히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해 11월 한국사회통합실태조사를 했는데, 당시 조사에서 자신을 보수라고 답한 응답자는 2016년 26%에서 21%로 줄었고 진보라고 답한 사람은 26%에서 31%로 늘어났다.
또한 올해 3월부터 남북간 화해-협력 기조가 급격히 강화되면서 안보 이슈는 더이상 보수층의 결집을 불러오지 않고 그 반사이익을 여권에 안기는 상황이 도래했다.
여론조사기관의 한 관계자는 "보수층 정서는 한국당이 변했다는 걸 거의 체감하지 못하는 단계"라며 "존재감을 상실한 바른미래당은 둘째치더라도 국민 신뢰를 상실한 한국당이 인물이든 정책이든 예전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바른미래당 지지층이나 중도 부동층의 선택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조심스레 관측했다.
지난 3월22일 한국당 2기 혁신위는 "많은 국민으로부터 보수 가치가 부정되고 보수기반이 와해된 것은 씻을 수 없는 과오임을 인정하고 반성한다"고 밝혔다.
한국당이 향후 국정농단 사건에 따른 대통령 탄핵 사태와 그로 인한 정권교체, 보수진영 결집 약화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처절한 반성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보여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쌓을지 주목된다.
한국갤럽의 이달 첫주 여론조사에서 대구경북 지역 응답자 중 70%, 자신을 보수라고 답한 응답자의 66%, 자유한국당 지지자인 응답자의 40%가 '문 대통령이 잘하고 있다'고 답했다./자료사진=자유한국당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