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변탁의 장수비결-외상증후군
▲ 최변탁 생명수한의원장 |
기억을 되돌려 보자. 수년전 연평도 포격사건으로 인해 주민들 51%가 정신과적 소견을 보였고, 14%는 외상후 증후군 확진까지 받았다고 한다. 뿐만 아니다. 천안함 사건에서, 삼풍백화점 붕괴. 대구지하철 화재사건까지...나아가서는 베트남전 참전용사들의 이야기, 일본 원전사고 및 쓰나미 등,,,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수많은 사건, 사고의 뒷그림자는 단순한 통계상 몇 명의 사망의 문제가 아니라, 주위 사람들, 나아가서는 수많은 국민들의 정신세계에 심각한 후유증을 가져왔음을 부인할 수 없다.
외상후 증후군(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이란 전쟁, 천재지변, 화재, 신체적 폭행, 강간, 차량사고 등 신체적인 손상 및 생명을 위협하는 심각한 상황에 직면한 후 정신적 장애가 1개월 이상 지속되는 질병을 가리킨다. 보통 충격 4주 이내에 나타나지만, 수년 후나 되어 나타나기도 한다. 만성화한 경우 환자의 30%만 회복되고 나머지는 후유증이 지속된다.
증상은 크게 나누면 과민반응, 충격의 재경험, 감정회피-마비의 세 가지 양상으로 나타난다. 과민반응이란 쉽게 놀라고 불안해 하거나 불면증상 및 집중이 어려운 것을 말한다. 충격의 재경험이란 사건에 대한 기억이나 꿈, 환각이 재연되어 실제처럼 느끼면서 신체적 증상이 나타나는 것을 가리키고, 감정회피-마비란 정상적인 감정이 없어지고 분노, 피해의식, 수치심같은 비현실적인 감정이 나타나는 것을 의미한다.
아울러 두통, 소화불량, 복통, 수전증, 알레르기, 배변곤란, 알콜-약물 중독과 같은 신체적 습관적 경향이 나타나며 자율신경계 장애로 인한 환각, 해리성 장애, 공황발작 같은 증상도 발생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인지치료 및 행동치료, 최면치료 등과 같은 심리치료부터 심하면 항우울제, 항경련제 같은 약물치료까지 필요한 경우도 있다.
한의학에서는 외상후 증후군을 ‘탈영실정’이란 범주에서 이해한다. <동의보감>에는 귀족으로 살다가 갑자기 천민으로 전락해서 생긴 병을 ‘탈영(脫營)’, 부자로 살다가 갑자기 가난해지면서 나타나는 병을 ‘실정(失精)’이라고 표현하고 있는데, 이는 결국 사회적 변화 등 큰 사건에 의해 심리적 충격을 받아 생겼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되겠다.
또한 경계, 정충이란 관점도 중요하다. ‘경계(警悸)’란 발작적으로 가슴이 두근거리면서 공포, 분노, 불안, 수면장애, 기분장애, 기억력저하, 집중력 저하가 함께 나타나는 것을 말하고, ‘정충(怔忡)’이란 경계의 증상이 일시적 발작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지속적으로 나타나 경계보다 한층 심각해진 상태를 말한다.
한의학에서 이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우선 증상과 원인, 체질을 파악하고 거기에 맞춰 교감단, 천왕보심단, 가미온담탕, 가미소요산, 사물안신탕 같은 약을 투약하면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구체적인 약물로 기(氣)가 막혀서 가슴이 심하게 답답하거나 흉통이 있을 때는 향부자, 진피, 충격으로 인해 흉부에 ‘담음(痰飮)’, 즉 노폐물이 생겨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자주 놀랄 때는 반하, 복신, 충격으로 인해 발생한 상부의 열을 식히는 데는 시호, 치자 등의 한약이 좋다. 최근에 널리 알려진 영지버섯도 마음을 편안하고 안정시키는데 도움이 된다. 아울러 가슴 사이의 정중앙 혈자리나, 심장경락, 담경락, 심포경락의 주요 자리에 침 뜸을 해주는 것도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최변탁 생명수 한의원장, 미디어펜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