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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건우 '기절'시킨 승리 세리머니, 과도한 세리머니는 축하 아닌 '폭력'

2018-05-16 11:40 | 석명 부국장 | yoonbbada@hanmail.net
[미디어펜=석명 기자] 프로야구 경기를 보다 보면 가끔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었다. '저러다 사람 잡겠다.'

승부의 세계이니 팀이 승리하면 기쁨을 세리머니로 표현하는 것은 당연하다. 극적인 끝내기 승리를 거두거나, 중요한 승부처에서 홈런 같은 결정적인 장면이 나왔을 때는 동료 선수들이 주인공에게 격한 축하 세리머리를 펼친다.

그런데 그 정도가 문제다. 너무 과격(?)해서 부상 당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스러운 장면을 심심찮게 목격한다.

실제 그런 상황이 벌어졌다. 두산 박건우가 동료들의 과도한 승리 세리머니를 받던 도중 쓰러져 정신을 잃는 아찔한 장면이 나왔다.

사진=SPOTV 중계방송 캡처



1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SK 와이번스 경기에서는 두산이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3-4로 뒤지던 9회말 박건우가 동점 적시타를 때렸고, 이어 김재환의 투런포가 터져 6-4로 짜릿한 역전 끝내기 승리가 만들어졌다.

김재환의 타구가 담장을 넘는 순간 덕아웃에 있던 두산 선수들이 모두 몰려나왔다. 1루 주자였던 박건우가 먼저 홈을 밟자 동료들의 격한 축하가 한 차례 있었고, 뒤이어 끝내기 홈런 주인공 김재환이 홈인하자 선수들은 또 김재환 쪽으로 몰려가 축하 세리머니를 했다.

와중에 박건우가 뒷머리 쪽을 감싸며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쓰러진 박건우는 정신을 잃었다. 깜짝 놀란 트레이너와 응급팀이 그라운드로 달려나와 박건우의 상태를 살폈다.

한동안 쓰러져 있던 박건우는 천만 다행으로 정신을 차렸고, 일어나 부축을 받으며 덕아웃으로 향했다. 축하 세리머니 도중 뒤통수 쪽을 강하게 맞고 충격을 받아 순간적으로 정신을 잃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건우가 큰 이상 없다고 그냥 해프닝으로 넘길 일은 아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세리머니 문화에 대한 선수들의 생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 기쁘자고 한 세리머니가 엉뚱한 사고를 불러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끝내기 승부가 나왔을 때 끝내기 안타나 홈런을 친 선수가 평소 도루할 때보다 더 빨리 달리는 모습을 종종 본다. 동료들의 과격한 세리머니를 피하기(?) 위해서다. 동료들에게 붙잡히고 난 다음은? 늘 보던 그대로다. 선수들의 즐거워하는 표정을 확인하기 힘든 먼 곳에서 이 장면을 보면, 다수의 사람들이 한 명을 쫓아가 붙잡고는 마구 때리는 집단폭행처럼 보일 것이다.

다른 종목과 달리 야구는 세리머니에서 특히 '머리를 때리는' 경우도 많다. 타자, 주자들이 헬멧을 쓰고 경기를 하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이런 세리머니가 일상화됐다고 할 수 있다. 홈런을 치고 덕아웃으로 들어온 동료의 헬멧 쓴 머리를 강하게 때리거나, 심지어 배트로 툭툭 치는 장면을 흔히 본다. 헬멧을 벗은 다음에도 뒤늦게 세리머니에 가담한 동료가 머리를 치는 경우도 꽤 있다.

기쁨을 나누는 세리머니가 꼭 이렇게 폭력적이어야 할 이유는 없다. 하이파이브, 어감도 좋고 보기에도 좋은 세리머니다. 진하게 포옹하며 함께 그라운드에서 흘린 땀냄새를 맡으며 동료애를 나누는 장면은 보는 이들도 찡하게 만든다.

몰려가서 집단 구타(?)를 해야 직성이 풀리는 세리머니. 이런 과도한 세리머니는 축하나 자축이 아닌 폭력(의도치 않았다 하더라도)이 될 수 있다. 안 좋은 습관 또는 관행이다. 그렇다면 고쳐야 한다.

박건우를 보면서 가슴을 쓸어내린 김에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는 과격한 세리머니 문제를 진지하게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미디어펜=석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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