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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모델' 공식화…CVID 원칙 재확인-단계적 비핵화 가능성

2018-05-23 15:55 | 김소정 부장 | sojung510@gmail.com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문재인 대통령을 워싱턴에서 만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발신한 메시지는 첫째, 유연성 둘째, 속전속결 CVID 셋째, 경제보상 약속으로 요약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문 대통령과의 단독회담에 앞서 모두발언이 끝난 뒤 돌발 기자회견을 이어가면서 북한의 비핵화 방식을 묻는 질문에 “빅딜로 일괄타결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해 속전속결로 북한 핵폐기를 추진할 것을 시사했다.

그러면서도 “완전히 그래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라는 말도 남겨 북미 정상회담에서 단계적 해결을 원하는 북한의 요구에도 귀 기울일 것이라는 여지를 남겼다. 

북한의 비핵화 방식에서 유연성을 보인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에 ‘트럼프 모델’을 공식화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이 당초보다 ‘완화된 조건’을 북한에 내놓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앞서 북한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겨냥해 “‘선 핵포기 후 보상’ 방식의 리비아 핵포기 방식을 강요하면 북미정상회담도 재고려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놓았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참모들에게 북미회담에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는 미 언론 보도가 나왔다. 

회담 주역이 아닌 북한 김계관 외무성 1부상을 내세워 담화 형식으로 나온 북한의 엄포에 대해서는 판 자체를 깨지 않으면서 트럼프 주변의 강경파들을 갈라치기 하는 절묘한 수라는 평가도 있다.

뉴욕타임스도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주 북한의 발표가 나온 이후 유연성을 내비치고 있다”고 분석하면서, “이는 정책적 변화라기보다 다음 달 12일로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이 예정대로 진행될 수 있게 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또 오는 6월12일로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의 취소 또는 연기 가능성도 시사했다.

그는 모두발언에서 “싱가포르 회담이 열릴지 안 열릴지는 두고봐야 될 것”이라며 “만일 그것이 열린다면 아주 좋은 일이 될 것이고, 북한에게도 좋은 일이 될 것이다. 만일 열리지 않는다면 그것도 괜찮겠다”고 밝힌 것이다.

외신들은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특정한 조건’(certain conditions)을 언급하면서 “만약 조건들이 충족되지 않으면 회담은 열리지 않거나 연기될 수 있다”고 말한 대목에서 취소 가능성과 함께 ‘연기’를 함께 언급한 대목에 주목했다. 

최근 강경하게 돌아선 북한에 대해 작심 발언한 것으로 북한의 ‘회담 재고려’ 엄포에 맞불 카드를 꺼낸 것으로 유연성과 함께 경고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일정이 그대로 진행되는 것을 꺼리고 있다”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화하기를 원한다면 미국은 북한이 어떤 조건에 합의하기 전까지 강경한 태도를 유지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일정을 유동적으로 열어놓고 시간을 벌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북한이 CVID를 결정할 경우 북한 정권의 안전을 보장할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보장하겠다. 김정은은 안전할 것이고, 북한은 굉장히 번영될 것이고, 또 한국을 위해서도 상당히 좋은 일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북한 핵폐기와 관련한 미국의 기존 입장인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를 재확인하면서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경제 발전을 위한 보상 방안도 명확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전쟁 이후 폐허나 다름없던 한국이 경제적으로 번영해진 것을 언급하면서 “미국은 지금까지 한국에 수십억 달러가 아니라 수조 달러를 썼다”며 “북한은 굉장히 번영하게 될 것이고, 지금 김정은은 역사상 없는 가장 큰 기회를 가지고 있다”고 말해 전폭적인 경제 지원을 시사했다.

또 “김정은은 안전할 것이고, 굉장히 기쁠 것”이라는 말로 북한이 바라는 체제안전 보장도 직접 언급했다. “김 위원장은 25년 후, 50년 후에 북한, 그리고 세계를 위해 (자신이) 한 일을 돌이키면서 매우 자랑스러워 할 것”이라는 말로 노골적인 구애 작전도 보였다.

이렇게 볼 때 트럼프 대통령 북미 정상회담을 3주 정도 앞둔 시점에 문 대통령을 만나 오히려 북한을 향해 메시지를 발신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비핵화 방식에 있어서는 유연하게 북한의 요구를 반영할 용의가 있으나, ‘특정한 조건’인 CVID는 바뀔 수 없고, 북한이 완전한 핵폐기를 할 경우 큰 경제적 보상을 받을 빅딜을 벌일 준비가 돼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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