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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구광모 시대 과제②]'장자승계 원칙'에 안주해선 안 돼…경영능력 입증해야

2018-06-20 11:30 | 조우현 기자 | sweetwork@mediapen.com
고 구본무 LG 회장의 영면 이후 본격적인 4세 경영 시대를 맞이한 LG가 그 어느 때보다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LG는 지난 5월 17일 이사회를 열고 구광모 LG전자 상무를 ㈜LG 사내이사로 선임할 것을 의결했다. 이달 29일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구 상무의 직책과 사내이사를 확정할 예정이다. 장자 경영승계 가풍에 따라 지주 회사인 (주)LG의 사내이사가 되면 본격적인 경영의사 결정에 나서게 된다. 구 상무 앞에는 ‘70년 성과를 기반으로 100년을 넘어서는 위대한 기업을 만들겠다’는 과제가 놓여있다. 고 구본무 회장이 다져놓은 사업을 유지함과 동시에 새 사업을 발굴해야 하는 구광모 이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인화경영'에 집착하다보면 인사에서 정실인사가 나타날 수 있다. 고 구본무 회장과 구본준 부회장을 근거리에서 보좌하며 정책결정에 도움을 줬던 인사들에 대한 정확한 평가와 이에 따라 적재적소에 인재를 배치하는 용인술이 필요하다. 또한 장자승계 가풍에 안주하다보면 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글로벌 시장에서 우뚝 서기 위해서는 미래를 내다보는 기업가 정신이 필요한 때다. 구 상무가 극복해야 할 경영과제를 3회에 걸쳐 집중 조명한다.[편집자주]

구광모 LG전자 상무./사진=연합뉴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4대째 ‘장자승계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LG그룹은 재계에서 ‘양반 그룹’이라고 불린다. 유독 유교 전통을 잘 지킨다는 의미를 담은 것으로, 이 같은 방침은 LG그룹의 잡음 없는 승계 비결로 꼽히고 있다. 또 딸과 며느리를 경영에서 배제하는 것도 LG만의 특색이다.

최근 등기이사로 선임된 구광모 LG전자 상무 역시 장자승계원칙에 따라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구 상무가 장자승계원칙에 안주하지 않고, 경영 능력을 입증해야 그룹의 성장을 담보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LG그룹은 오는 29일 열리는 임시주주총회에서 구 상무를 등기인사로 추천하는 안건을 확정할 예정이다. 이는 구 상무의 경영권 확보를 공식화하는 조치로, 해당 안건이 통과되면 LG그룹은 4세 경영 시대를 맞이하게 된다.

LG그룹의 경영권은 고 구인회 창업주에서 장남 구자경 LG 명예회장으로, 그리고 구 명예회장의 장남인 구본무 회장으로 이어져 왔다. 때문에 이번에도 별다른 이견 없이 구 상무가 구 회장의 자리를 이어 받을 수 있었다.

‘최대 주주’ 되려면 상속세 1조원…법적 문제 어떻게?

LG그룹은 구 상무를 중심으로 지배구조체제 재편을 위한 움직임을 시작하고 있다. 먼저 김상헌 전 네이버 대표이사 사장을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으로 선임, 구 상무의 경영권 확보를 위한 역할을 맡길 것으로 예상된다. 

법조인 출신인 김 전 대표이사는 LG 법무팀장을 맡다가 최연소 부사장을 지냈다. 재계에서는 김 전 대표이사가 구 상무의 승계 과정에서 예상되는 법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구 상무가 LG그룹의 총수로 자리를 잡으려면 구본무 회장의 지분을 상속 받아 최대 주주 지위를 확보해야 한다. 구 상무는 현재 LG 지분 6.24%를 보유하고 있다. 구본무 전 회장(11.28%)과 구본준 부회장(7.72%)에 이은 3대 주주다.

구 회장의 지분 가치는 약 1조5000억원 규모다. 여기에 국내 상속세 최고세율 50%에 최대주주 주식에 대한 할증 평가액을 더해 65%를 적용하면 약 1조원의 상속세를 물어야 하는 것으로 계산된다. 

이에 김 전 대표이사는 구 상무가 잡음 없이 상속세를 마련하는 일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일감 몰아주기로 오너 일가의 재산이 증가하는 것에 대해 엄포를 놓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에 대한 문제가 해결돼야 다음 수순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진단 때문이다.

구광모 호…LG의 ‘신 성장 동력’ 확보해야

경영권 확보가 완료된 후 구 상무에게 주어진 과제는 LG의 신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주요 계열사의 일상적인 경영은 전문경영인들이 맡아서 하겠지만, LG전자·LG디스플레이·LG화학·LG이노텍 등 주요 계열사들의 주요 관심사인 전장부품, LG화학과 LG전자가 맡고 있는 바이오와 인공지능(AI) 사업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재계는 LG그룹이 자동차 전장사업, 인공지능, 로봇 사업 등에서 LG의 미래를 내다보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구 상무가 어떤 비전을 제시하고, 어떤 역할을 맡게 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반(反)기업 풍조가 강한 우리 사회는 3세, 4세 경영인에 대한 잣대가 엄격하다. 이들의 경영권 확보가 ‘실력’이 아닌 ‘저절로 주어진 것’이라는 인식 탓이다. 

더욱이 ‘장자승계원칙’ 고수에 대한 비판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구광모 상무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편견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경영 능력을 입증해 보이는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재계 관계자는 “4세 경영이라는 중대한 시기에 접어든 LG가 어떤 비전을 보여줄지 관심이 가는 것이 사실”이라며 “그동안 한국 경제를 이끌어왔던 LG가 새로운 비전으로 4차산업 시대를 열어가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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