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홈 경제 정치 연예 스포츠

김정은 UFG유예 발표일 방중, 비핵화 협상 변수되나

2018-06-20 15:35 | 김소정 부장 | sojung510@gmail.com

중국을 방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9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주석과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사진=조선중앙통신 자료



[미디어펜=김소정 기자]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9일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을 다시 만났다. 6.12 북미 정상회담이 끝나고 일주일만이며, 지난 3월과 5월에 이어 세 번째 방중이다.

김 위원장의 이번 방중은 시 주석에게 북미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고, 미국과의 본격적인 비핵화 협상에 앞서 사전 논의하는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 6월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 때 중국 고위급 전용기를 2대나 제공받은 것에 대한 감사 차원도 있어보인다.

하지만 이번 김 위원장의 방중은 북미 정상회담의 후속 협상으로 이어질 북미간 고위급회담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다 마침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과 맞물리면서 미묘한 긴장관계를 형성시키고 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000억 달러 규모 중국산 제품에 대한 추가 보복관세 부과’ 방침을 발표, 정면대결을 예고했다. 이에 대해 중국이 미국의 에너지산업을 ‘반격 카드’로 꺼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으며, 이럴 경우 미국 에너지기업들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미중 무역전쟁은 돌이킬 수 없는 최악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북미 정상이 싱가포르에서 세기적 만남을 가졌지만 ‘신속한 비핵화 초기 조치’를 원하는 미국과 ‘행동 대 행동으로 단계별 보상’을 바라는 북한 사이의 간극은 해소되지 않았다는 평가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중국을 압박해 북한의 비핵화 결단을 이끌어내고자 하지만 오히려 북중 공동전선이 형성된다면 북미간 비핵화 협상은 자칫 물밑으로 가라앉을 수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 직후 단독으로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을 시사했고, 실제로 한미가 군사훈련 중단을 선언한 19일 김정은 위원장이 방중한 점에서 공을 넘겨받은 북한이 오히려 중국을 배경 삼아 대미 협상력을 키우려 한다는 해석이 나왔다.

주목할 점은 북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은 ‘선 비핵화 후 제재완화’ 원칙에 쇄기를 박았다는 점이다. 한미연합군사훈련은 중단할 수 있으나 대북제재는 쉽게 풀지 않겠다는 것으로 비핵화 이행을 촉구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포르 기자회견에서 대북제재 해제와 관련해 “핵무기가 더 이상 위협요인이 아니라는 확신이 들 때”라며 “비핵화가 20%에 이르면 되돌아갈 수 없는 시점이 올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20%’ 발언에 대해서는 비핵화 조치의 초기에 핵심적 핵능력을 제거하는 이른바 프런트 로딩(front-loading) 방식이라는 분석이 있는 반면, 대체 무엇을 말한 건지 짐작할 수조차 없고, 결국 기술적 용어를 빌어 정치적으로 주장한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어떻게 보든 북한에 대한 불가역적인 비핵화 검증 이후 제재완화 조치가 시작된다는 것으로 지금 당장 제재 해제가 시급한 북한으로서는 중국에 의지하고 싶어질 것이다. 또 중국으로서는 트럼프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어 적대적 무역관계를 심화시키는 부담이 되는 동시에 무역 문제에 있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지렛대를 복원하기 위해 북미대화에 개입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김 위원장의 두 번째 중국 방문 이후 대미 관계가 급랭했을 당시에도 ‘김정은의 태도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다시 만난 뒤 달라졌다’며 북한의 태도 돌변의 배후로 시 주석을 지목했던 일도 있다.

벌써부터 북중 접경도시인 단둥에 나와 있던 북한 무역상이 한때 1000명으로 줄었다가 최근 다시 2배가량 불어났다는 전언이 있는 만큼 이번 김 위원장의 방중 이후 중국의 북한에 대한 경제적 제재 완화가 공공연하게 시도될지 주목된다. 북한 중간간부들 사이에서 경제적 어려움이 커지면서 이에 따른 불만을 우려한 김 위원장이 제재 완화에 서두르고 있다는 분석도 있기 때문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이번 김 위원장의 방중 수행단에 박봉주 내각총리가 포함된 것은 중국의 지원은 물론 중국과의 경제협력이 절실한 북한의 사정을 반영한다”며 “지금 북한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인해 올해 외교관 급여를 30% 삭감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의 방중 이틀째인 20일 김 위원장을 수행한 명단을 일일이 보도했으며, 이 명단에는 김 위원장의 부인 리설주와 최룡해 부위원장 다음으로 박봉주 내각총리가 올랐다. 김영철 통일전선부장, 이용호 외무상, 노광철 인민무력상도 포함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으로 한미 정부가 전격 단행한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은 중국이 그동안 줄곧 주장해온 쌍중단(북한의 핵·미사일 시험 중지와 한미군사훈련 동시 중단)‧쌍궤병행(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평화협정 논의 동시진행)과 궤를 같이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생각한 전략이든 중국 견해를 받아들인 것이든 한미가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받아들인 만큼 이제 북한과 중국이 공을 넘겨받았다.

만약 김정은 위원장을 맞은 시진핑 주석이 북한을 지렛대 삼아 미국의 무역 압박을 누그러뜨리고 한반도에서 미국의 군사적인 영향력을 줄이려 시도한다면 북한의 비핵화는 실현 불가능해질 수도있다. 

이날 중국공산당 기관지 런민르바오는 “북중관계는 전략적 선태깅자 유일한 선택으로 일시적인 일 때문에 변치 않을 것”이라는 논평을 내고 정세 변화에도 북중관계가 변함없을 것이라고 과시했다. 헤더 나워트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우리는 북한 당국과 계속 접촉하고 있다”며 “싱가포르 합의 이행을 면밀히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종합 인기기사
© 미디어펜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