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한미 양국 군이 8월로 예정된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합연습 유예에 이어 해병대연합훈련(KMEP‧케이맵)도 무기한 유예(indefinitely suspend)한다고 밝혔다.
북한에서 미군 전사자 유해 송환과 맞물려 나온 상황인 것으로 보이지만 마침 6.25전쟁 발발 기념일을 즈음해 이뤄지고 있는데다, 해병 훈련의 경우 미군이 우리와 사전협의 없이 일방통행식으로 발표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미 국방부는 22일(현지시간) 데이나 화이트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통해 “제임스 매티스 장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조지프 던퍼드 미 합참의장,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만나 북미정상회담의 결과를 이행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또 “매티스 장관은 동맹인 한국과의 조율 속에 북미 정상회담의 결과 이행을 지원하기 위해 엄선된 훈련을 무기한 중단하기로 했으며, 여기에는 프리덤가디언 훈련과 앞으로 석 달 동안 열릴 예정이던 두 개의 한국 해병대 교환 프로그램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여기에 매티스 장관이 26~27일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중국 국방부 고위 관리들과 만난 뒤 송영무 국방장관과의 회담을 위해 서울을 방문해 향후 예정된 해‧공군 연합훈련 연기도 논의할 것으로 관측된다.
연내 계획된 주요 훈련으로는 ‘비질런트 에이스’(Vigilant ACE), ‘쌍매훈련’(Buddy Wing), ‘퍼시픽선더’(Pacific Thunder) 등이 있다. 이들 훈련은 한미 공군과 해군의 전쟁작전계획 훈련으로 특히 비질런트 에이스의 경우 작년 미군 스텔스 전투기인 F-22도 참가했다.
연말로 예정된 비질런트 에이스는 항공기 참가 규모가 미국 측 150여대, 한국 측 80여대에 달하는 것으로 북한이 지난달 민감한 반응을 보인 ‘맥스 선더’(Max Thunder)와 유사해 유예 가능성이 관측된다.
문제는 한미연합훈련 이외에 한국군 단독훈련도 중단된 바 있으며, 대부분 훈련 형태가 전쟁작전계획인 만큼 앞으로도 축소되거나 연기될 단독훈련이 더 있을 것으로 보인다. 즉 우리 군의 기량을 유지시켜줄 대비책이 미처 마련되지 못한 상태에서 군의 연간 훈련계획이 무산되거나 변동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 싱가포르에서 북미 정상회담을 갖기 위해 회담장에 입장하고 있다./사진=싱가포르 통신정보부 제공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25일 “우리 군은 연 단위로 훈련계획을 세우고 있고, 소규모 훈련과 대규모 훈련을 교차하는 방식으로 하나의 훈련을 마치면 그 훈련을 평가한 뒤 다음 훈련을 이어가는 방식”이라면서 “이렇게 한미연합훈련을 중단시키면 소규모 훈련도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데다 단독훈련마저 중단하거나 연기하면 우리 군대가 휴업 상태에 들어가는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신 대표는 이어 “한미연합훈련이 유예됐다고 해서 국방부가 북한의 요구도 없는 단독훈련마저 중단한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며 “전쟁작전계획 훈련은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부대별 전술훈련을 빨리 만들어서 올 한해 군사훈련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국방부의 차관보급 실장 5명이 모두 민간인”이라며 “군의 의견수렴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민간인이 군에 통보하는 형국이 되고 있어 군의 사기저하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우리군의 단독훈련의 경우 실제로 이번주로 예정됐던 지휘소훈련(CPX)인 ‘태극연습’이 연기됐다. 태극연습은 한반도 유사시에 대비해 합동참모본부가 주도하고 군단급 이상 작전부대가 참여하는 정례적인 훈련이었다. 11월에는 전군이 참가하는 야외기동훈련인 호국훈련이 예정돼 있다.
지금까지 한미연합군사훈련이 중단된 것은 26년 전인 1992년 팀스피리트 훈련 중단이 유일했다. 한미가 1976년 시작한 팀스피리트 훈련은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이 진행되던 1992년에 중단됐다. 하지만 북한이 핵사찰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1993년 재개됐다가 이듬해인 1994년 ‘연합전시증원(RSOI) 연습’이라는 이름으로 실시됐고, 2002년 독수리훈련(FE)과 통합됐다.
또한 미국은 1996~2005년 사이에도 북한에서 미군 전사자 유해 복구작업을 한 뒤 220구의 유해를 미국으로 송환한 일이 있었지만 당시 한미연합훈련 중단이나 연기 등의 조치는 없었다.
지금 한국과 미국의 군사훈련 중단 조치가 북한의 확실한 비핵화 프로세스를 약속받지 못한 상태에서 북한의 요구를 성급하게 들어준 측면이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이다.
자유한국당은 6.25 전쟁 발발 68주년을 맞아 “최소한의 방어훈련마저 포기하고, 북한의 선의에 기대하는 게 올바른 방향인지 되짚어봐야 한다”며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 등에 대해 비판했다.
김성원 원내대변인은 25일 논평에서 “남북, 미북 정상회담으로 북한의 완전한 핵폐기를 통한 한반도 평화의 꿈은 진일보했다”면서도 “하지만 북한이 약속한 완전한 비핵화 조치는 아직 시작조차 되지 않았는데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뿐만 아니라 우리 군의 자체 훈련도 줄줄이 연기되고, 주한미군 철수까지 거론되면서 국민들의 우려가 커지는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한편, 국방부 관계자는 “한국군 단독훈련은 군사대비태세 유지를 위해 가능하면 실시하려고 한다. 태극연습도 연기된 것으로 적절한 시기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