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한진 기자]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하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경제전쟁’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G2의 감정 골이 깊어지면서 우리 정보기술(IT) 업계가 노심초사하고 있다. 특히 수출 추력 품목인 반도체 등 IT제품에 불똥이 튀지 않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로 인한 반사이익도 기대되지만 장기적으로는 우리 기업들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인천공항 수출화물 터미널에서 수출화물이 비행기에 실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이 중국 IT업체 화웨이, ZTE, 차이나모바일 등을 제재한 데 이어 전날 중국은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에 대해 판매 금지 예비 명령을 내렸다.
당초 양국의 힘겨루기는 합의점을 찾을 것이라는 전망이 다소 우세했다. 그러나 양측이 제재를 제재로 맞대응하면서 상황이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업계에서는 미국과 중국이 서로에게 유리한 국면을 만들기 위해 제재와 타협을 반복하면서 이슈를 지속적으로 양산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의 핵심은 ‘첨단산업 패권 경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주도권을 유지하려는 미국이 중국의 도전을 견제하기 위해 방어벽을 쌓고 있다는 것. 제조업에서 첨단기술산업으로 경제구조를 재편하고 있는 중국 역시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쉽게 물러서지 않을 기세다.
문제는 미중 무역전쟁의 후폭풍이 우리 기업들을 강타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부에서는 수출의 버팀목 역할을 하는 IT산업이 침체에 빠질 경우 우리 경제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비관론까지나오고 있다.
특히 ‘반도체 굴기’를 추진하고 있는 중국의 압박이 미국에 이어 우리 기업에게도 확대될지가 관건이다. 현재는 마이크론이 타깃이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안심할 상황이 아니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무역 분쟁이 극적으로 타결될 경우 중국 정부의 압박이 마이크론보다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 선회할 수 있다”며 “국내 정부와 기업들의 면밀한 상환 판단과 적극적인 대응이 요구된다”고 분석했다.
미국이 중국 일부 제품에 대한 관세부과를 앞두고 내려진 이번 판매 금지 예비 판정의 의미를 주목하는 시선도 있다. 중국 정부가 반도체를 포함한 첨단 산업 육성 정책을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현했다는 것이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술 산업 주도권을 유지하려는 미국과 경제 체질을 변화시키려는 중국의 국익이 첨예하게 부딪히는 문제”라며 “단기간에 쉬운 해결이 어려울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일단 우리 반도체 업계는 ‘신중모드’다.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상황을 예단해 성급하게 움직일 단계가 아니라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통상이슈로 연결될 수 있는 예민한 상황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지금은 모니터링을 강화하며 시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 초기 국면에서는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제재로 인해 거대 시장에서 양국 IT기업들의 입지가 줄어들면 우리 기업들이 점유율을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중 무역전쟁은 결국 우리에게 득 될 게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반도체는 물론 앞으로 디스플레이와 휴대폰 등 IT산업 전반에 부정적 영향이 확대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현재 첨단 기술 산업에서 미국과 중국의 주요 경쟁국 중 하나가 바로 한국”이라며 “미국과 중국이 해당 품목의 관세를 올리는 등 무역 장벽을 높이면 우리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조한진 기자]